엠넷 ‘쇼미더머니4’만큼 인기와 욕을 함께 얻은 프로그램이 또 있을까? 늘 욕을 먹으면서도 이 프로그램을 또 볼 수밖에 없는 것은 그간 몰랐던 힙합의 세계, 래퍼라는 신선한 캐릭터들의 향연, 다소 자극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갈등구조 등이 있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서도 프로그램이 아니었다면 잘 몰랐을, 혹 듣지 못했을 다양한 뮤지션들의 힙합 음악은 이 프로그램이 선사하는 가장 큰 선물이다.
지난 6월 26일 첫 방송을 시작한 ‘쇼미더머니4’는 약 두 달 가까운 욕과 사랑을 동시에 먹어왔다. 세미파이널 전까지 ‘쇼미더머니4’의 이름을 달고 나온 음원은 총 10곡. 사실, 이번 시즌의 음원들은 다른 시즌 때보다 화제가 많이 되지 못했는데, 음원보다 여러 논란들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올라 프로그램 자체적으로 불안정한 행보를 걸어왔기 때문이다.
심사위원들의 심사 번복이나, 출연 래퍼들의 부적절한 언행, 경쟁만을 부추기는 자극적인 미션 등은 방송 직후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물론 이와 비슷한 일들은 ‘쇼미더머니’ 매 시즌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지적을 받아왔으나 올해 들어 논란의 세기가 커지고, 빈도가 잦아진 탓인지 더욱 큰 파급력을 발휘했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래퍼들이 발표한 노래들은 예년 시리즈들에 비해 다소 주목을 받지 못한 느낌을 줬었다.
더불어 ‘쇼미더머니4’ 방송이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가요제와 시기적으로 겹쳤다는 것, 빅뱅이나 소녀시대, 원더걸스부터 에이핑크, 걸스데이, 씨스타 등 이번 여름 컴백한 아이돌 그룹의 기세가 막강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변수다.
그럼에도 불구, 몇몇 곡은 음원 차트에서 ‘복병’ 자리에 오르며, ‘쇼미더머니4’의 체면을 지켜줬다. 음원차트에서 예상치 못한 힘을 발휘했던 첫 주자는 자메즈, 앤덥, 송민호가 함께 불렀던 지코&팔로알토 팀의 ‘거북선’과 산이&버벌진트 팀의 '마이 존(MY ZONE)‘이었다. 두 곡은 화제를 모았던 ’디스 배틀‘에서 등장했던 곡들인데, 짧은 시간이지만 이틀 이상 1,2위 자리를 차지했다.
단연 충격을 준 것은 가장 최근 방송 이후 ‘역주행’을 이뤄내며 음원 차트 1위 자리를 꿰찬 인크레더블, 타블로&지누션의 ‘오빠차’다. ‘오빠차’의 인기가 뜨거웠던 것은 그 독특한 스타일 때문이다. ‘오빠차’는 ‘쇼미더머니4’에서 흔히 볼 수 없는 굉장히 대중적인 리듬과 가사의 곡으로, 발표 초반에는 ‘힙합 같지 않다’는 평을 듣기도 했다. 하지만 이내 놀라운 중독성으로 대중들의 귀를 사로잡았고, 실제 경연에서는 패배를 했지만 일주일 이상 음원차트에서 ‘롱런’하는 괴력을 보여줬다.
또 동시기 발표된 로꼬&박재범, 릴보이의 ‘ON IT +BO$$’ 역시 ‘갓빠차’의 위력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좋은 음원 성적으로 주목 받았다.
이처럼 실력과 힙합계의 흐름에서 정상에 있는 래퍼들이 프로듀싱을 맡고, 언더그라운드에서 유명했지만 대중적으로는 빛을 발하지 못했던 래퍼들이 빚어내는 시너지는 시간이 갈수록 제값을 하고 있다. 이대로만 간다면 ‘무한도전’의 공격에서도 살아남는 데 성공할 지 모른다. 특히 지난 21일 세미파이널에서 박빙을 보였던 송민호의 ‘겁’과 블랙넛의 ‘내가 할 수 있는 건’ 역시 발표 직후 주요 음원 차트에서 1,2위를 하며 이 프로그램의 자존심을 세웠다. 결승까지 단 한 회가 남은 이 프로그램은 그간의 갈등과 어려움을 이겨내고 차트 위 복병 노릇을 제대로 더 할 수 있을까? 귀추가 주목된다. /eujene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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