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배우는 눈빛으로 이야기한다는 말이 있다. 임주환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종영을 한 회 앞둔 현재, 그는 반전이었던 캐릭터만큼이나 충격적인 결말을 살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대사 없이 눈빛만으로도 모든 걸 전하는 연기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임주환은 케이블채널 tvN 금토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극본 양희승 양서윤, 연출 유제원)에서 겉으로는 누구보다 선한 인물이지만, 속에는 끔찍한 살인을 저지를 정도의 악함을 가지고 있는 최성재 역을 맡았다. 세상 누구보다 착한 인상이지만, 어딘가 서늘함이 느껴지는 그의 모습은 최성재 역에 탁월한 캐스팅이었다.
극 초반 주변 사람들을 살뜰하게 챙기고 궂은일도 나서서 하는 모습으로 훈훈함을 자아내던 그가 순식간에 돌변한 표정으로 살인을 저지르는 장면은 많은 이들을 경악하게 했다. 특히 지난 14회에서는 자신의 정체를 눈치 챈 파트너 한경장(김성범 분)을 잔인한 방법으로 죽게 하며 어두운 면을 본격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했다.
21일 방송된 15회에서는 그동안 밝혀지지 않았던 최성재의 비밀이 공개됐다. 가족에게 버림받은 상처로 악귀가 씌었고, 은희(신혜선 분)을 차로 치이게 하고도 그를 밟고 지나가는 잔인함을 보인 것. 그의 악함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자신의 범죄를 목격한 순애 또한 물고문이라는 상상을 초월하는 방법으로 살해했다.
그는 자신의 정체가 조금씩 밝혀지자 초초함을 감추지 못했다. 급기야 봉선(박보영 분)을 납치하며 극단으로 치닫는 길을 택했다. 하지만 다행히 기지를 발휘한 봉선이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났고, 당황한 성재는 홀로 도망쳤다. 그를 뒤쫓은 서빙고 보살(이정은 분)은 주문을 외며 성재의 몸에 쓰인 악귀를 내쫓았고, 성재는 비로소 악귀에게서 해방될 수 있었다.
하지만 반전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악귀로 인해 자신이 저질렀던 악행들을 떠올린 성재가 충격에 빠진 것. 좌절과 죄책감, 슬픔과 놀람 등 모든 감정이 섞인 듯한 그의 표정에서 다소 결말을 예측할 수 있었다. 드디어 모든 걸 내려놨다는 허망한 표정으로 한숨을 한 번 내쉰 그가 가만히 눈을 감은 채 옥상에 뛰어내린 것.
이번 15회는 과연 임주환을 위한 회차였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분량이 많은 것도 있지만, 극을 이끌어가는 존재감이나 ‘최성재’라는 캐릭터 자체에 완벽하게 녹아든 몰입을 자랑했기 때문. 특히 옥상에서 뛰어내리기 전 잠시 카메라를 응시하던 눈빛은 두고두고 언급될 만큼 감탄을 자아냈다. 온갖 악행을 저질렀던 최성재를 이해하게 만들고, 안쓰러움을 느끼도록 하는 개연성을 만들어냈다.
사실 임주환이 연기로 주목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탐나는 도다’, ‘못난이 주의보’, ‘빛나거나 미치거나’ 등 나름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쌓으며 꾸준한 호평을 받아왔지만, 이번처럼 뜨거운 관심과 인기를 얻은 것은 처음인 셈. 이번 기회를 발판으로 삼아 좀 더 다양한 작품에서 활약할 그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오 나의 귀신님'은 음탕한 처녀 귀신이 빙의 된 소심한 주방 보조 나봉선(박보영 분)과 자뻑 스타 셰프 강선우(조정석 분)가 펼치는 로맨스다. / jsy901104@osen.co.kr
tvN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