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겁고, 시원하면서도 따뜻하다. 대중들 눈에 익지 않은 신예 배우들과 국내에서 최초로 시도 된 장대높이뛰기라는 소재가 만났다. 딱딱한 장대가 휘어지며 주인공이 가로대를 넘는 장면은 더운 여름 밤 어떤 소재보다도 시원하게 다가왔고, 열정으로 가득 찬 배우들의 에너지와 스포츠가 지닌 쾌감, 그리고 좌절을 딛고 일어난 주인공의 성장은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21일 오후 11시 30분에 방송된 KBS 2TV ‘드라마 스페셜-알젠타를 찾아서’(이하 ‘알젠타’, 연출 김정현, 극본 이민재)는 한 때 육상 유망주로 촉망 받았으나 부상과 슬럼프로 힘겨운 시기를 보내며 선수생명 연장을 위해 약물에까지 손을 대려 했던 주인공 승희(이수경 분)의 좌절과 성공 스토리가 그려졌다.
주인공 승희는 과거 눈부신 우승성적과 기록을 가진 대한체대 4학년 장대높이뛰기 선수지만 기나긴 슬럼프를 벗어나지 못하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인물. 그런 그가 과거 한국 육상계를 주름잡고 세계무대에서 활약했던 코치 진아(김희정 분)를 만나 50일간의 특별한 훈련을 시작했다.
승희와 진아의 훈련 시작은 순조롭지 않았다. 시청 신생 실업팀 감독으로 있는 진아는 승희를 비롯한 선수들에게 장대 훈련을 줄이고 체조 훈련을 늘이겠다고 지시했고, 승희는 경기가 한 달 반밖에 남지 않은 상태에서 장대 훈련을 줄이는 것에 반발했다. 이에 진아는 “내 훈련이 맘에 들지 않으면 그만두라”며 자신의 훈련 방식을 고수했고, 승희를 향한 독설을 멈추지 않았다. 뿐만 아니었다. 실업팀 소속으로 승희의 첫 등장부터 그를 마음에 들지 않아하며 빈정댔던 나리(황세온 분)와 시비가 붙은 두 사람의 모습을 본 진아는 승희에게 다가갔다. 그는 “쓸데없는 경쟁심만큼 멍청한 것 없다. 천재병 버리고 현실을 직시해라. 실력도 없으면서 한때 잘 나갔다고 뻣뻣하게 구는 거 웃기다”며 승희를 자극했다.
한편 나리의 등장은 승희의 훈련에 활기를 띄게 했다. 진아가 깜짝 선물을 내걸며 제안한 선수들 간의 경기에서 승희가 8월 경기 우승 유망주인 나리를 꺾고 승리한 것. 하지만 승희의 무릎 부상은 여전히 그를 괴롭혔다. 운동을 계속하면 평생 왼쪽 무릎을 쓸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의사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승희는 투지를 불태웠고, 진아는 이를 응원했다. 진아는 승희의 왼쪽 무릎에 무리를 덜 가게 하는 방식을 직접 선보이며 “훈련장에 나왔으면 네 맘 이미 정한 거다. 흔들리지 말고 중심 지켜. 내가 도울 테니까”라고 든든한 지원군을 자처했다.
하지만 진아는 승희의 훈련을 끝까지 함께하지 못했다. 승희의 친엄마로 밝혀진 진아는 사실이 밝혀진 후 그의 곁을 떠났지만, 승희는 좌절하지 않았다. 전국 육상 경기 선수권대회에서 장대를 들고 가로대를 향해 도약하며 승희는 ‘당신은 내 곁에 없지만 나는 당신을 느낍니다. 지금 이순간을 평생 기억하며 다가오는 인생도 물러서지 않고 이겨내겠습니다. 나는 지금 당신에게 가고 있습니다’라는 속말을 하며 시원하게 가로대를 넘었다. 오랜 슬럼프를 이겨내고 본인이 세웠던 최고 기록 4m 20 기록을 다시 한 번 달성한 승희는 그렇게 성장했다.
현재를 살아가는 청춘에게 꿈을 이야기하는 건 사치처럼 보였다. 하지만 3포 세대를 넘어 5포 세대로까지 불리는 이들에게 ‘알젠타’는 스포츠물이라는 틀을 가지고 희망을 이야기했다. 든든한 응원군과 라이벌, 용기와 투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무모함을 모두 가진 청춘은 도전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청춘의 특권이자, 청춘이 아름다울 수 있는 이유가 아닐까. / nim0821@osen.co.kr
‘알젠타’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