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여줄 때가왔다. ‘어차피 우승은 송민호’라며 비아냥거림을 듣고, 자신이 만든 랩 가사의 부적절한 내용으로 인해 곤욕을 치른 후 래퍼들의 ‘동네북’이 됐던 송민호에게 기회가 왔다. 사실, 데뷔를 앞둔 대형기획사 아이돌이라는 이유로 여러 사람의 눈총을 받았던 그는 그런 자신을 저격해왔던 블랙넛과의 대결에서 승리를 거두고 실력을 입증했다. 이는 상대였던 블랙넛도 인정한 바. 그의 승리가 인기 아닌 실력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을 제대로 알린 셈이다.
지난 21일 방송된 엠넷 '쇼미더머니 시즌4'(이하 '쇼미더머니4')에서는 세미파이널이 치러졌다. 결과는 지코&팔로알토의 송민호, 산이&버벌진트의 베이식의 승.
세미파이널이니만큼, 출연진들이 보여준 무대의 수준은 높았고 논란의 여지는 없었다. 특히 네 사람은 자신의 인생과 꿈 등을 랩 가사에 담아 진정성을 높이는 데 집중했는데, 그로 인해 그들이 보여주는 퍼포먼스는 큰 힘을 발휘했다.
사실, 이 같은 무대들이 완성되는 데는 팔로알토의 기준 제시가 한몫을 했다. 자신의 크루에 속한 송민호가 세미파이널에서 천적 블랙넛과 붙게 되자 그는 블랙넛의 프로듀서 버벌진트와 산이에게 “이번에 붙을 때 블랫넛이 송민호를 갖고 가사를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각자 애기를 해서 라이브 퍼포먼스로 관객들에게 투표를 얻는 식으로 했으면 좋겠다”고 제안을 한 것.
팔로알토는 제작진과 따로 가진 인터뷰에서 “블랙넛이 가사로 송민호를 언급해 사람들을 선동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게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요구는 결과적으로 블랙넛과 송민호가 자신의 이야기에 집중해 진솔한 무대를 만드는 데 한몫했다.
두 사람의 무대는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막상막하였다. 태양의 지원사격을 받은 송민호는 ‘겁’이라는 제목의 곡으로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노래했고, 제시의 지원사격을 받은 블랙넛은 ‘내가 할 수 있는 건’이라는 노래로 인생을 실었다.
결과가 발표되고 난 후 블랙넛은 아쉬움을 보였지만, 깨끗이 돌아섰다. 송민호에 대해서는 “비꼬는 의미로 습관처럼 '우승자는 송민호'라고 했는데, 이젠 진심이다"라며 "멋진 모습도 봤고, 내가 한 말이 허투루 한 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기 바란다"고 응원했다. 어쩌면 가장 위협적인 라이벌이자 적이었던 블랙넛이 떠난 지금이 송민호에게는 가장 어렵고 힘들 수 있는 때가 아닌가 한다. 부담을 주는 상대가 떠나고 나면, 마음은 한결 편해지겠지만 그만큼 느슨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결승까지 올라온 이상, 잘만 한다면 지금까지 안을 수 밖에 없었던 온갖 무게들에 대해 값진 보상을 받게 될 것이다. 과연 송민호는 이 같은 기회를 좋은 결과로 이끌어낼 수 있을까?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이날 '쇼미더머니4'는 송민호 대 블랙넛, 베이식 대 이노베이터의 무대가 세미파이널로 치러졌다. 이후 결승전은 오는 28일 생방송으로 펼쳐질 예정이다. /eujenej@osen.co.kr
'쇼미더머니4'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