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평생 가까운 친구가 되지는 못할지 모른다. 그럼에도 어느새 두 사람은 뗄 레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돼 버렸다. YG엔터테인먼트라는 유명 회사에서 연습생으로 성장해 온 송민호와 언더그라운드에서 오로지 랩만 보고 살아온 블랙넛은 그렇게 서로를 언급하지 않은 채 각기 비슷한 주제로 무대에 섰고, 최선을 다했다.
지난 21일 방송된 엠넷 '쇼미더머니 시즌4'(이하 '쇼미더머니4')에서는 송민호가 블랙넛과의 정면 대결 끝에 승리를 거둬, 결승 진출의 행운을 안게 됐다.
이날 송민호와 블랙넛의 경쟁은 다른 크루의 프로듀서들까지 “세기의 대결”이라고 일컬음을 받으며 관심의 한가운데 섰다. 그도 그럴 것이 블랙넛은 ‘쇼미더머니4’의 방송 초반부터 송민호를 언급하며 그를 자신의 랩이 겨냥하는 주요 타깃으로 삼았었다. “어차피 우승은 송민호” 등 그의 랩에는 종종 송민호의 이름이 들어갔고, 두 사람의 대결은 ‘필연적’인 것으로 여겨졌었다.
대결에 앞서 송민호가 속한 지코&팔로알토 팀의 팔로알토는 “이번에 붙을 때 블랫넛이 송민호를 갖고 가사를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무조건 이번엔 제발, 각자 애기를 해서 라이브 퍼포먼스로 관객들에게 투표를 얻는 식으로 했으면 좋겠다”고 조건을 제시했고, 블랙넛의 프로듀서인 버벌진트와 산이는 이를 받아들였다. 이 같은 결정은 두 래퍼가 자신들의 이야기에 집중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이어 관심을 한몸에 받던 무대가 시작했다. 송민호는 ‘겁’이라는 곡을 통해 6년간 연습생 생활을 하며 겪었던 세상과 그 속에서 분투했던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현장에 온 아버지와 포옹을 하고, 같은 소속사 태양의 지원사격을 받아 뭉클한 곡을 만든 그는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블랙넛 역시 못지않았다. 그는 “본선에 가면 장난기 있는 모습 내려놓고 김대웅이 어떤 사람인지 알려주겠다”며 “과거부터 제가 랩을 어떻게 시작했고, 지금까지 왔는지 그걸 보여주겠다”고 남다른 각오를 들려줬었다.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건’이라는 노래를 통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려준 그의 무대는 감동을 줬고, 현장의 관객들은 “갓대웅”이라는 환호성을 외쳤다.
사실 누가 이기고 졌는지, 결과에 큰 의미는 없었다. 두 사람의 무대 모두 음익과 힙합이라는 열정을 향해 달려온 자신의 인생을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진정성 있는 가사는 무대에 남다른 무게감을 부여했고, 객석의 감동을 끌어냈다.
서로 진심을 다한 무대를 보여주고, 보고 난 후 서먹했던 두 사람은 함께 결과를 보기 위해 무대에 섰다. 승자는 송민호였다. 계속해 송민호를 저격해왔던 블랙넛은 이번만큼은 정중한 모습으로 퇴장을 하며 박수를 받았다. 그는 “비꼬는 의미로 습관처럼 '우승자는 송민호'라고 했는데, 이젠 진심이다"라며 "멋진 모습도 봤고, 내가 한 말이 허투루 한 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기 바란다"고 송민호를 응원했다. 이에 송민호도 ”고맙다“고 화답했다.
결국 두 사람은 랩으로 화해를 이뤘다. 불편한 감정을 주고 받았던 이들이지만, 두 사람 모두 각자의 무대를 보고 칭찬과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때로는 지나친 행동과 랩으로 논란을 만들었던 블랙넛이었지만, 순순히 패배를 인정하고 돌아서는 모습은 멋이 있었다. 끝까지 인내심을 발휘했던 송민호의 모습도 보기 좋았다. 이번 세미 파이널은 무엇보다 '쇼미더머니4' 속 주요 갈등 요인(?)이었던 두 래퍼들의 화해가 빛나는 회차라 할 수 있었다.
한편 이날 '쇼미더머니4'는 송민호 대 블랙넛, 베이식 대 이노베이터의 무대가 세미파이널로 치러졌다. 이후 결승전은 오는 28일 생방송으로 펼쳐질 예정이다. /eujenej@osen.co.kr
'쇼미더머니4'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