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알젠타’ 이수경, 날 것 그대로의 연기를 보았다
OSEN 박꽃님 기자
발행 2015.08.22 06: 52

이름은 익숙하지만 얼굴은 낯설다. 영화 ‘차이나타운’과 tvN 드라마 ‘호구의 사랑’ 등에서 인상적인 연기로 눈도장을 찍었지만 아직 대중들 눈에 익지 않은 신예 배우 이수경이 이번엔 장대높이뛰기 선수로 변신했다. 감정에 솔직하고 매순간 충실한 면이 매력적인 주인공을 꾸밈없이 표현하는 그의 모습은 신선하고 건강했고, 그런 모습에 시청자들은 이끌리고 있었다.
지난 21일 오후 11시 30분에 방송된 KBS 2TV ‘드라마 스페셜-알젠타를 찾아서’(이하 ‘알젠타’, 연출 김정현, 극본 이민재)는 한 때 육상 유망주로 촉망 받았으나 부상과 슬럼프로 힘겨운 시기를 보내며 선수생명 연장을 위해 약물에까지 손을 대려 했던 장대높이뛰기 선수  승희(이수경 분)의 좌절과 성공 스토리가 그려졌다.
주인공 승희는 과거 눈부신 우승성적과 기록을 가졌지만 부상으로 인해 슬럼프를 벗어나지 못해 괴로워하다 8월에 열리는 국가대표 2차 선발전에서 3위 안에 입상하기 위해 약물에 손을 대려 했다. 이런 딸의 선택에 안타까움을 느낀 아빠 기석(이재용 분)은 승희의 친엄마이자 과거 한국 육상계를 주름잡고 세계무대에서 활약하다 한국으로 돌아온 실업팀 감독 진아(김희정 분)를 찾아가 부탁했다. 기석의 부탁으로 진아 밑에서 훈련을 받게 된 승희의 출발은 순조롭지 않았다. 8월 경기를 앞두고 장대 훈련을 줄이는 방식을 택한 진아의 훈련에 승희는 반발했고, 진아는 “내 훈련하기 싫으면 언제든지 그만두고 나가라”며 “너는 8월 경기를 하고 잘하고 싶은 거냐. 좋은 선수가 되고 싶은 거냐”고 비난했다.

승희의 고난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실업팀 소속의 나리(황세온 분)는 승희를 무시하며 “아빠 없으면 훈련도 못 받고 빌빌대는 퇴물 주제에”라고 막말을 하며 신경전을 벌였다. 반면 나리의 등장은 승희의 훈련에 활기를 띄게 하기도 했다. 중간 평가에서 나리를 꺾고 승리한 승희는 운동을 향한 자신감을 회복하고 최선을 다해 훈련에 임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승희의 무릎 부상은 여전히 그를 괴롭혔다. 운동을 계속하면 평생 왼쪽 무릎을 쓸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의사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승희는 투지를 불태웠고, 진아는 “훈련장에 나왔으면 네 맘 이미 정한 거다. 흔들리지 말고 중심 지켜. 내가 도울 테니까”라며 든든한 지원군을 자처했다.
이런 진아의 도움으로 왼쪽 무릎에 무리가 덜 가는 방식으로 훈련을 계속하며 운동의 재미를 느껴가던 승희는 우연히 진아가 자신의 친엄마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경기 나갈테니 코치를 해달라”는 승희의 부탁에도 불구, 진아는 이별을 고했다. “나를 왜 버렸냐”고 묻는 승희의 질문에 진아는 “아르젠타비스. 아니, 알젠타를 찾으려고 그랬다”며 “평생 널 보러 못 올 줄 알았다. 그래서 후회 없다”고 답했다. 진아는 “중심 잃지마. 신경 써서 오른 무릎 높이 들고 뛰어”라며 감독으로서 마지막 말을 남기고 승희의 곁을 떠났다.
결국 진아는 승희의 훈련을 끝까지 함께하지 못한 채 떠났지만, 승희는 좌절하지 않았다. 8월 경기에서 장대를 들고 가로대를 향해 도약하며 승희는 “당신은 내 곁에 없지만 나는 당신을 느낍니다. 지금 이 순간을 평생 기억하며 다가오는 인생도 물러서지 않고 이겨내겠습니다. 나는 지금 당신에게 가고 있습니다”라고 독백하며 시원하게 가로대를 넘었다. 결국 승희는 본인이 세웠던 최고 기록 4m 20을 다시 한 번 달성하며 기나긴 슬럼프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날 이수경은 좌절에 빠져 슬럼프에 허우적대는 모습과 존경스러운 코치를 만나 그를 믿고 따르며 훈련에 열중하는 모습, 훈련장에서 만난 라이벌과의 신경전, 따랐던 코치가 자신을 버리고 간 친엄마라는 사실을 알고 충격에 빠진 모습, 그리고 이 모든 걸 이겨 내고 슬럼프를 극복하는 모습까지 한 드라마 안에서 인물의 섬세한 감정과 심리를 모두 표현해냈다. 억지로 꾸미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본능적인 연기로 이 모든 것을 담아낸 이수경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며,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막론하고 어김없이 존재감을 드러낼 그의 차기작을 기대해본다.
‘알젠타를 찾아서’는 KBS 2TV 드라마스페셜 2015 시즌2의 네 번째 작품으로, 20대 여성의 자아 찾기라는 주제를 장대높이뛰기라는 신선한 소재로 접근해 스포츠가 주는 희망과 감동을 전하는 드라마로 이수경, 김희정, 황세온 등이 출연했다. / nim0821@osen.co.kr
‘알젠타를 찾아서’ 방송화면 캡처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