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퍼 블랙넛이 시청자를 울렸다. Mnet '쇼미더머니4' 예선 첫 등장부터 바지를 벗으며 강렬한 인상을 안기고, 이후 괴짜같은 플레이로 모두에게 주목받던 그가, 이번에는 눈물샘까지 자극했다.
지난 21일 방송된 '쇼미더머니4'는 블랙넛 vs 송민호, 베이식 vs 이노베이터의 세미파이널 무대가 펼쳐졌다. 1차전에서 이미 한 차례 베이식과 이노베이터의 대결이 있었던 점, 또 블랙넛이 '우승은 송민호'라는 펀치라인을 히트시키며 묘한 신경전을 내걸었던 점 등으로 인해 블랙넛 vs 송민호의 대결은 이날의 확실한 메인매치로 거듭났다.
블랙넛은 프로듀서 팔로알토의 제안으로 랩가사에 송민호를 언급하지 않는 조건을 수락했다. 그렇게 한 줄 한 줄 써내려간 가사는 자신의 순탄치 않던 학창시절과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를 오롯이 담아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feat.제시)은 그렇게 탄생했다.
'교과서를 닫고/걸레가 된 공책을 펴/수업시간마다 난 턱을 괴고 가사를 썼어/모두가 웃는 얼굴로 날 대하지 않았고/난 그 자식들을 내 종이 위로 데려와 세게 밟았어/그 시간이 제일 행복했어'로 이어지는 랩은 자신이 대학을 자퇴하고 래퍼가 되기 위해 노력을 쏟아부었던 현재로까지 이어졌다.
이는 앞서 VCR 영상을 통해 고향을 찾아 어머니와 이야기를 주고 받던 블랙넛의 모습과 겹쳐지며 적잖은 감동을 안겼다. 또한 피처링을 위해 제시가 등장, 블랙넛의 무대 울렁증을 가려주던 선글라스까지 벗겨냈다. 이후 블랙넛은 이를 극복하는 듯한 퍼포먼스와 완성도 높은 랩으로 '갓대웅'이라는 환호를 이끌어냈다.
가장 찡했던 것은 마지막 순간이다. 제시가 '할 말 더 있어?'라고 운을 떼자, 블랙넛은 "아직 다 못했어"라며 "엄마, 아빠, 이번에는 방송보고 울지마"라고 말하며 마이크를 놓아 그대로 바닥에 떨어뜨린 순간이었다. 1차전 무대 때, 부모님의 빚을 언급하고, 꼭 성공해 돌아가겠다는 내용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는 자신의 아버지, 어머니께 드리는 말이었다. 이에 제시도, 관객도, 시청자도 눈물을 글썽였다.
경연의 최종 결과는 합산 결과 40만원 차로 빅뱅 태양과 '겁' 무대를 꾸몄던 송민호에게 결국 뒤쳐졌다. 그럼에도 블랙넛은 탈락을 한 뒤에도 '인지도가 올라 행사 섭외전화가 많이 온다. 이제 돈을 전보다 많이 벌 수 있다'는 말로 부모님께 말을 건네는 모습으로 재차 보는 이를 뭉클하게 만들었다.
누구보다 괴상하게 '쇼미더머니4'에 등장했던 블랙넛은, 여러 풍파를 겪고, 가장 감동적인 무대로 아름답게 퇴장하게 됐다. / gato@osen.co.kr
'쇼미더머니4'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