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를 통해 펼쳐진 조정석과 박보영의 실감나는 로맨스는, 연애 세포가 다 죽은 이들에게 제세동기(심장충격기)를 사용해 당장 연애를 하고 싶게끔 만들었다. tvN 금토드라마를 제대로 부활시킨 '오 나의 귀신님'의 이야기다.
'오 나의 귀신님'은 중후반부에 가서 최성재(임주환 분)의 맹활약으로 스릴러 요소가 크게 부각됐지만, 초반부터 종영까지 모든 전반적인 요소를 감쌌던 것은 누가 뭐래도 나봉선(박보영 분)과 강선우(조정석 분)의 달달한 로맨스였다.
드라마 초반 처녀귀신 순애(김슬기)의 빙의 덕분에 봉선은 드라마 여주인공이라는 것을 말끔하게 망각한 듯 "한 번만 하자"며 선우에게 집요하게 달려들어 모두를 놀라게 했다. "한 번 하자"고 달려드는 이전에도, 앞으로도 좀처럼 나오지 않을 여주인공 캐릭터임에는 분명했다. 자칫 오바스럽게 그려질 수 있는 이 장면은 '빙의'라는 소재로 잘 포장됐고, '오 나의 귀신님' 만의 독특한 재미요소가 됐다.
여기에는 분명 박보영의 연기력이 한 몫했다. 강선우 셰프를 짝사랑하면서도 내색조차 하지 못했던 소심한 본래 봉선의 모습과, 활발의 최고치를 찍는 순애에 빙의한 봉선의 모습을 대사톤과 연기력만으로 구분지으며 황당한 설정을 단박에 이해하게 만들었다. 아니, 이해를 하지 못해도 상관없었다. 보는 이를 단숨에 설렘의 구덩이에 빠져들게 만든 박보영의 애교는 그 자체만으로 드라마에 합격점을 주게 만들었다.
박보영의 애교는 조정석의 '츤데레'(겉으로는 퉁명스럽게 굴지만 속으로는 애정을 품고 있다는 뜻의 일본식 신조어) 연기와 조합을 이뤄 '오 나의 귀신님'을 완성했다. 물론 앞서 전작 '고교처세왕'을 통해 민석(서인국)-수영(이하나) 커플을 만들어 낸 유제원 PD와 양희승 작가의 의기투합 역시 이를 제대로 서포트했다.
'오 나의 귀신님'은 데뷔 9년 만에 박보영이 첫 키스신을 소화한 특별한 작품이기도 했다. 많은 작품을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단 한 번도 키스신을 작품 속에서 소화한 적 없었던 박보영은 조정석과 자신의 첫 번째 키스신을 성공적으로 촬영했다.
솔직히 박보영의 키스신은 단순한 성공 수준이 아니라, 이를 훌쩍 넘어섰다. '오 나의 귀신님'에서는 유독 두 사람의 포옹, 키스가 수시로 등장해 설렘을 유발했다. 특히 지난 22일 방송됐던 마지막 16회에서는 유럽 유학을 갔다가 2년 만에 돌아온 봉선과 선우의 재회 키스가 있었는데, 봉선을 번쩍 들어올려 입을 맞춘 두 사람의 키스는 더 이상 연기로 보이지 않을 수준이었다. 더욱이 "또 해도 되느냐"고 물으며 웃으며 입술을 포개던 장면은, 너무 자연스러워 드라마를 보고 있다는 사실을 잊게 할 정도였다. 이 장면에 비명을 내질렀다는 시청자도 여럿이다.
조정석과 박보영의 조합은 분명한 성공이다. 드라마를 보고, 시청자가 매회 설렘을 느끼고 끊었던(?) 연애에 대한 욕구가 세차게 솟구치는 것만큼 로맨스 드라마의 성공을 가늠짓는 척도가 또 없기 때문. 그런 점에서 뽀뽀·연애를 8주 동안 유발했던 조정석-박보영은 더할나위 없이 좋은 로맨스 드라마 배우였다. / gato@osen.co.kr
'오 나의 귀신님'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