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쇼핑프로그램은 많았다. 하지만 그 안에서 다뤄진 소재들은 주로 옷, 화장품, 액세서리 등 눈에 보이는 유형의 쇼핑이었다. 하지만 ‘연쇄쇼핑가족’은 달랐다. 첫 회부터 ‘교육’이라는 무거운 이야기, 그리고 쇼핑의 범주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소재가 ‘쇼핑’과 결합해 기존 쇼핑프로그램과는 차별화 된 공감대를 형성하며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지난 22일 방송된 JTBC 새 예능프로그램 ‘연쇄쇼핑가족’에서는 MC 이영자, 박명수, 박지윤, 써니, 박원이 교육 평론가 이범과 함께 ‘교육쇼핑’이라는 주제로 자녀 교육과 학교 진학에 돈을 쓰면서 생기는 문제와 갈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의 주제는 3대가 모여 사는 연쇄쇼핑가족의 시트콤을 바탕으로 소개됐고, 이후 드라마 형식의 영상과 스튜디오 토크가 교차 편집되어 지루할 틈 없이 이야기가 진행됐다. ‘교육쇼핑’이라는 이야기의 주인공은 만삭의 44살 주부 백미라(이아린 분). 전세 살던 아파트가 재건축으로 철거된 후 전세금을 모으기 위해 친정으로 거주지를 옮긴 그는 영어 유치원에 다니는 딸의 초등학교 진학 선택을 위해 고민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아이를 좋은 환경에서 교육시키기 위한 일념 하나로 미라는 후보로 생각하는 3군데의 사립 초등학교의 환경이며 입학금, 커리큘럼 조사는 물론 집과 학교까지의 거리를 만삭의 몸을 이끌고 시뮬레이션까지 하며 ‘열혈맘’다운 모습을 보였다. 이런 미라의 모습에 아이를 키우고 있는 박명수와 박지윤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사립초에 다니고 있는 딸을 둔 박명수는 사립초 합격당락이 결정되는 추첨 현장에 함께 갔던 경험을 이야기했고, 박지윤은 곧 있으면 초등학교에 들어가야 할 아이의 학교 선택에 있어 현실적인 고민을 털어놓으며 시청자의 공감을 사기도 했다.
한편 아직 미혼인 써니는 “너무 과열되어 계신 것 같다”며 이런 현상에 좀처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고, 박원 역시 “아이는 자기가 어디를 가는지 모르는데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며 말을 보탰다. 이야기의 주인공인 미라는 아이를 사립초에 보내고 싶다는 뜻을 남편인 오지상(한승현 분)에게 내비쳤고, 빠듯한 형편에 무리해서 욕심을 부리는 미라와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한 지상은 결국 부부싸움을 벌이고 말았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갈등에 박지윤과 박명수는 또 한 번 크게 공감했다. 자식의 미래를 위해 무리하자는 엄마와 경제적인 이유로 주저하는 아빠의 모습에 박명수는 “100% 공감이 간다. 저게 현실이다”라고 말했고, 박원은 “좋은 환경에서 아이를 교육시키고 싶다는 마음은 공감하지만 잘 기억나지도 않는 시절을 위해 경제적으로 무리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미혼자로서의 의견을 얘기했다.
이렇게 팽팽한 의견 대립이 오가는 가운데 교육 평론가 이범은 객관적인 입장에서 현재의 상황에 대해 얘기했다. 자녀에게 더 좋은 기회를 주고자 하는 교육 쇼핑은 좋지만 투자라고 생각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얘기하며, 노후대비 기반 마련조차 하지 못한 채 제 살을 깎아 가면서까지 자녀의 교육에 올인하는 현실에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이어 그는 미라의 고민에 대해 사립초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현재의 상황을 고려해 평판이 좋은 혁신초를 보내거나, 농산어촌 전원학교에 보내 양질의 교육을 받게 하는 대안을 이야기하며 새로운 시선을 제시했다.
배움마저도 쇼핑이 되어버린 시대, 끝나지 않는 교육 쇼핑과 쉽게 답을 내릴 수 없는 고민은 시트콤 속 주인공에 국한 된 이야기가 아니었다. 현실 그대로를 반영한 토크는 시청자의 공감을 살 수밖에 없었고, 아이의 만족보다는 부모의 욕심을 내세워 무리한 쇼핑을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정보 제공이 주가 됐던 기존 쇼핑프로그램과는 달리 쇼핑 그 자체에 대해 이야기하고, 무형 쇼핑에까지 그 범위를 확대하면서도 공감대 형성을 놓치지 않은 ‘연쇄쇼핑가족’은 새로운 쇼핑프로그램의 지평을 연 것이 확실해 보인다.
한편 JTBC ‘연쇄쇼핑가족’은 선택장애에 빠진 현대인들의 소비 욕망을 낱낱이 분석하는 신개념 쇼핑 심리토크쇼다. 매주 밤 11시 방송. / nim0821@osen.co.kr
‘연쇄쇼핑가족’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