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한 불륜드라마가 아니라 자신 있게 말하던 배우들의 말이 비로소 이해됐다. 베일을 벗은 ‘애인있어요’는 영화 뺨치는 스펙터클과 빠른 전개로 놀라운 흡입력을 자랑하는 스토리를 완성했다. 얽히고설킨 네 남녀의 뒤틀린 사랑이야기는 여타 멜로와는 확실히 달랐다.
지난 22일 첫 방송된 '애인있어요'는 기억을 잃은 여자가 죽도록 증오했던 남편과 다시 사랑에 빠지게 되는 동화 같은 사랑과 절망의 끝에서 운명적으로 재회한 극과 극 쌍둥이 자매의 파란만장 인생 리셋 스토리다. 특히 김현주는 억척스러운 미혼모 독고용기와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것 같은 변호사 도해강의 1인 2역을 맡은 것으로 알려져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가족끼리 왜이래’, ‘반짝반짝 빛나는’ 등 다수의 작품을 통해 믿고 봐도 되는 배우라는 것을 입증한 바 있는 김현주는 이번에도 역시 뛰어난 연기력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상반된 성격의 두 인물을 연기해야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김현주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전혀 다른 사람을 보는 듯한 놀라운 캐릭터 소화력으로 보는 이들을 놀라게 한 것.
또한 이날 방송은 현재의 시점을 보여주다가 어느 순간 3개월 전의 이야기로 돌아가는 편집을 통해 극적인 효과를 더했다. 현재 시점에서는 서로의 존재를 알지 못하는 쌍둥이 자매 독고용기와 도해강이 악역으로 마주쳤고, 이로 인해 도해강은 기억을 잃고 뒤바뀐 삶을 살게 될 것을 암시했다.
한편, 3개월 전의 이야기는 조금 더 복잡하고 무거웠다. 도해강과 최진언(지진희 분)은 첫 아이를 잃고 그 후유증으로 남보다 못한 부부 사이를 겨우 유지하고 있었다. 그나마도 도해강이 억지로 인연의 끈을 붙잡고 있는 것일 뿐, 최진언의 마음은 이미 강설리(박한별 분)에게로 향하고 있었다.
반면 도해강의 스토리와 교차되며 그려진 독고용기의 모습은 사뭇 달랐다. 아줌마처럼 억척스러운 입담과 눈 뜨고는 봐줄 수 없는 촌스러운 패션은 그의 수더분한 성격을 대변하는 듯 했다. 이규한이 연기하는 백석 캐릭터도 이와 비슷했다. 그는 입가에 자장면 소스를 묻힌 채 남초록 할머니(강부자 분)를 향해 갖은 애교를 부리는 모습으로 극 중 활력을 더할 인물임을 예고했다.
드디어 50부작이라는 대장정을 시작한 ‘애인있어요’. 연기구멍 없이 탄탄한 배우 라인업과 함께, 흔한 듯 흔하지 않은 스토리, 영화를 보는 듯한 스펙터클을 보여준 첫 방송은 무사히 합격점을 받았다. 과연 이 기세를 이어나가 SBS 주말극의 부진을 끝내고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jsy901104@osen.co.kr
SBS '애인있어요'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