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최나영의 연예토피아] '덜컥 겁이 났다'는 와일드 카드다. 엠넷 '쇼미더머니4'의 송민호가 본인을 온전히 입증해야 할 시간이 왔다.
'뒤돌아 봤을 때 생각보다 멀리 와있었어. 난 혼자였고 문득 겁이 났지. 내가 날 봤을 때 지쳐있단 사실을 몰랐었어. 난 외로웠고 문득 겁이 났지. 넌 잘하고 있어 헷갈릴 때면 여태 그랬던 것처럼 그냥 Go 너답게 해 너는 너를 알아.'
송민호는 지난 21일 방송된 '쇼미더머니4'에서 본인의 얘기를 담아낸 곡 '겁'을 선보였다. 이 노래는 '쇼미더머니4'에서 송민호가 지금껏 보인 곡들과는 전혀 다른 내용과 색깔을 지닌 노래였다. 스눕독에게 '와일드카드'라는 평을 들었던 그는 어떤 공격도 유연하게 막아내며 자기 자신의 단단함을 강조하는 자신감 있는 가사를 주로 선보여왔다.
실제로 송민호의 큰 강점 중 하나는 무대 장악력이다. 랩만 잘해서는 '쇼미더머니'의 우승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랩에 걸맞는, 아니 랩의 단점을 보완할 만한 무대 퍼포먼스와 쇼맨십이 필요한데 이런 부분에서 아무래도 큰 무대에 서 본 경험이 많고 그 만큼 차곡차곡 쌓아올린 연습량이 많은 대형기획사 소속 뮤지션들이 이로울 수 밖에 없다. 지난 해 YG엔터테인먼트의 소속인 바비(아이콘)에 이어 올해 송민호가 강력 우승 후보인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인 것이 크다.
하지만 이 같은 대형기획사 소속이란 면이 다른 래퍼들의 공격 이유가 됐고, 과열 경쟁 속으로 치닫다가 가사 논란으로 위기를 맞았다. 스타였기에 더 날 선 공격을 받을 수 밖에 없었던 송민호가 보인 방송에서의 의연함은 오히려 부정적인 반응을 낳기도 했다. 어떤 어려움도 이겨내는 듯한 강한 멘탈이 일부 사람들에게는 고운 시선으로 보여지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속 마음은 달랐다. 블랙넛이 자신을 향한 일베 논란 등 부정적인 여론에 "내 인성이 어쩌고 저째? 다 갖다 붙여 내 이름 앞에 내가 사과하고 하차하길 원해? 난 계속 외칠거야 쇼미더 머니. 내가 뱉은 말에 난 떳떳해. 난 송민호랑 달라. 오줌 쌀 때 빼고는 고개 안 숙여 절대"라고 공격적인 랩으로 맞대응한 것과 달리 송민호는 랩으로 "아무렇지 않은 척 했지만 솔직히 겁이 났었다"라고 담담하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연습했잖아 한 수 천 번은 말야. 좌절 한 두 번 이젠 시시해. 원래 기회라는 건 인생의 위기에. 넌 알잖아 다시 일어나는 법. 티 좀내지마 마음 단단히 먹어. 알아 외롭지만 견뎌내야 돼 눈물 흘리냐..뚝 그치고 다시 들어 책임감. 아무것도 보기 싫었을 때 억지로 눈을 부릅뜬 건 그냥 겁나서 덜컥 겁이 나서 그래. 아무 말도하기 싫었을 때 일부러 목소릴 높인 건 There is no other reason 겁이나 난 겁이나.'
더불어 송민호는 '계속된 싸움에 이성을 잃었었나봐..대중의 관심을 받는 게 CCTV 속에 사는 게. 한곳만 죽어라 팠는데. 그게 내 무덤이 될 수도 있다는 게 무서웠어'라고 한 길만을 걸어오다가 닥친 위기 속 느낀 심경을 비유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언더 생활 후 블락비 데뷔 무산를 거쳐 보컬그룹 B.O.M으로 활동하다가 다시 위너로 데뷔하는 등 그의 굴곡을 시간을 가사로 잘 풀어낸다면, 아이돌 래퍼로서 함부로 '깔' 수 없는 강력한 무기가 가진 그다. 동생들의 거울이자 가족들의 별이 된 그는 아버지에게 정답을 묻기도 하고 어른이 되기엔 자신은 아직도 어리고 여리고 방법도 모른다고 처음으로 속마음을 보여줬다. 지금껏 승부사 기질을 폭발시키던 카리스마있는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그리고 그 뒤에 감춰왔던 속내가 리스너들의 마음에 통한 듯 하다.
시작에서부터 매회 성장보다는 '실력 증명'에 대중의 초점이 맞춰졌고, 그 만큼 한층 버겁고 매서운 잣대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 모든 위기 또한 감사하다는 그가 쉽지 않은 경쟁 속에서 '어차피 우승은 송민호'가 아닌 '이래서 우승은 송민호'로 나아갈 수 있을 지 주목된다. / nyc@osen.co.kr
'쇼미더머니4' 캡처,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