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텔' 황재근 "제가 나온 방송 민망해서 못 봐요"[인터뷰]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5.08.23 10: 06

MBC 예능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하 마리텔)에서  非(비)연예인임에도 발군의 진행실력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출연자가 있다. 사실 그는 겉모습부터 심상치않다. 삶은 달걀처럼 매끈한 머리에, 하늘을 향해 힘껏 뻗어 올라간 콧수염, 독특한 디자인의 안경까지. 개성 가득한 외모를 지녀 단 한 번만 봐도 뇌리에 깊숙이 박혀 잊어버리기 어렵다. 디자이너 황재근은 조근조근 할 말을 다하다가 갑자기 '빵~' 터지는 웃음소리로 분위기를 살린다.
그는 '마리텔' MLT-08에서 '복면재근'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첫 출연해 '왕실 디자인 스쿨'이라는 채팅방을 열어 네티즌들과 소통하기 시작했다. 네티즌들은 황재근의 등장에 놀라면서도 점점 그의 독특한 말투와 스타일에 중독돼 그의 방송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첫 출연에서 5위를 했던 그는 MLT-09 시청률 대결에서는 한 계단 상승한 4위를 차지했다.
디자이너 황재근은 홍익대에서 도예를 전공하고, 세계3대 패션스쿨 벨기에 앤트워프를 졸업한 재원이다. 황재근이 국내 졸업자 5명 가운데 최초로 이 학교를 졸업했다. 그는 2013년 방송된 온스타일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에 출연해 우승한 경력이 있으며, 현재는 MBC 예능 '복면가왕'에서 복면을 제작하고 있다.

'마리텔'에 출연하게 된 것도 가면 덕분이었다. "어느 날 PD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복면가왕'의 클레오파트라 가면과 비슷하게 만들어달라고 하더라. 잠깐 쓸 거라서 대강 만들어도 된다고 했다. 제가 가서 씌워드리겠다고 하고 제작을 해줬다. 그로부터 한참 뒤에 '이번에는 출연을 해달라'는 연락을 받아서 우연치 않게 1인 방송을 하게 됐다"고 출연 비화를 털어놨다.
그는 전문 방송인이 아님에도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시선을 모으고 있다. 치마를 만들다가 뜨거운 글루건에 손을 데면서도 '죽지 않아, 병원에 간 적은 없어'라고 새침하게 말하는가 하면, 리폼한 옷을 기미작가에게 입혀주면서 '위, 아래가 짧다' '연예인 다 됐네 가식적이다'라는 독설을 날려 웃음을 터뜨린다. 두 사람의 티격태격하는 케미스트리가 쏠쏠한 재미를 안기고 있다.
"제가 나온 방송은 민망해서 안 본다. 보면 (멘트나 행동을)연구를 할 것 같아서 그렇다. 방송인도 아니고, 방송에서 하지 말해야 할 말만 조심해서 하고 있다. 하지만 너무 안보면 방송이 돌아가는 방식을 모를 수 있어서 시간이 지나고 나서 찾아보는 정도다. 분위기만 본다."
좋은 반응을 예상했느냐는 질문에는 손사래를 치며 "전혀 아니다. 제가 인지도가 없기 때문에 호응이 나올 것이라곤 예상도 못했다. 보통 '마리텔'에는 아이돌 가수나 유명한 사람들만 나오지 않나. 제가 백주부님의 대타인줄도 몰랐다.(반응) 저도 이 사실을 한참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됐다. 작가님이 겁을 주면서 조련시켰다"고 말하며 웃었다.
방송가를 휘어잡고 있는 김구라도 그를 향해 독특하고 재미있다는 반응을 보일 만큼 황재근은 '캐릭터 부자'다. 하지만 방송에 진출할 생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예능에 잘 맞는 것 같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지만 업으로 삼을 생각은 없다. 저 같은 사람과 전문 방송인은 임하는 태도가 다르지 않나. 저는 전문 방송인들처럼은 못 할 것 같다. 불편한 면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사실 '마리텔' 제작진이 걱정하는 부분 중 하나는 네티즌들의 악플 때문에 출연자들이 상처를 받진 않을까하는 것이다. 물론 착한 네티즌들의 좋은 댓글도 올라오지만 일부 네티즌들은 이유 없이 독설을 날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제작진은 출연진의 마음이 다치지 않게 늘 조심한다. 그런 점에서 황재근은 걱정이 필요없는 최적의(?) 게스트다.
일에 있어서는 완벽함을 추구하다보니 어느 한 부분만 틀어져도 콘트롤이 안될 정도로 화가 나지만, 의외로 남들이 하는 말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 남의 기준과 평가를 그대로 수용해서 자신을 평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댓글에 상처를 받은 적이 없냐고 물으니 "주변에서 악플에 신경쓰지 말라고 하셨는데 저는 두렵지 않았다. 제 방에 들어오는 사람이 없어서 그런지 몰라도.(웃음) 기분 나쁘게 하는 욕설은 없었다. 그런 것 때문에 하차한 사람도 있다고 해서 걱정하시던데 저는 그런 것은 없었다. 댓글보다 시끄러운 분위기 속에 서서 일하는 게 더 힘들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황재근은 '마리텔' 출연에 앞서 '복면가왕'의 복면 디자이너로서 먼저 이름을 알렸다. 7회부터 현재까지 가수들의 복면을 만들어오고 있는 그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복면은 김연우가 쓴 '화생방실 클레오파트라'다.
"처음에는 너무 화려해서 섬칫하고 무섭다는 반응이 있었다. 하지만 김연우 씨가 쓰면서 잘 어울렸고 케미가 확 생긴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애착이 생겼고 가면에 대한 편견을 버리게 됐다. 온전하게 제 스타일을 반영한 가면이었다. 그게 김연우 씨 팬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 클레오파트라를 캐릭터화 해서 스티커, 인형으로도 만드셨더라. 그런 좋은 반응이 나와서 기분이 좋다."
그는 복면을 만들 때 가장 먼저 디자인의 콘셉트를 잡고 가제를 짓는다. 이후 스케치를 마쳐 제작진에 시안을 보내고, 이후 그들의 의견을 반영해 아이디어를 추가하고 빼는 수정 작업을 거친다. 그러나 무대 리허설이 진행될 때까지 완성된 것은 아니다. 조명, 무대 장식 등과 조화를 이뤄 최종적으로 모자란 부분이 없어야 끝이 난다.
"사실 똑같은 것을 만드는 게 더 힘들다. 이제는 익숙해져서 시안을 낼 때 최종적으로 어떻게 될지 머리속에 그려진다. 복면은 가수들이 쓰고 벗기 쉽게 만들어야한다. 평범한 소재를 평범하지 않게, 조금 더 독특하게 만들려고 노력한다. 요즘 PD님과 작가님들이 아이디어를 많이 내주셔서 아이디어에 고갈은 없다. 똑같은 아이디어를 내도 저와는 접근 방식이 다르다. 하지만 그들이 제 방식을 존중해주시는 편이다."
황재근의 꿈은 다양한 콘텐츠를 가진 디자이너가 되는 것이다. 도매시장에서 몇 만장의 옷을 판 디자이너가 아니라 자신만의 콘텐츠를 가지고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것이다.
그는 "옷을 많이 팔아서 돈을 번 디자이너와는 다른 길을 걷고 싶다. 가면도 생활 필수품은 아니지 않나. 남들이 안한 것을 하는 게 훨씬 재미있다. 편견을 버리는 예능에 나오게 되면서 나 역시 편견을 버리게 된 것 같아 즐겁다"고 말했다.
황재근은 늘어난 방송 출연에 길을 걷다가 사인 요청을 자주 받는다고 털어놨다. "요즘 모르는 분들이 같이 사진찍자는 요청을 많이 하신다. 다만 제 이름은 모르시고, '어? 마리텔이죠?'라고 물어보신다. 요즘 '마리텔'로 불린다.(웃음)이름까진 몰라도 디자이너라고만 해줘도 감사하다."/ purplish@osen.co.kr
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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