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부터 앞섰던 팀이다. Mnet ‘쇼미더머니4’에서 산이와 버벌진트가 판정 번복으로 한해를 탈락시키고 블랙넛과 팀을 이뤘을 때, 과연 이들이 ‘팀’으로서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번복 논란’이 불거졌던 당시 블랙넛은 산이와 버벌진트의 면전에 “별 같잖은 이유로 날 떨어트렸다”, “잘 봤다. 브랜뉴의 한해 사랑”, “라이머의 개”라는 랩을 진한 욕설과 함께 섞어 내뱉었던 이력이 있었기 때문. 이후 대중은 물론 함께 프로그램에 출연한 프로듀서들마저 산이와 버벌진트를 대놓고 비난했다. 오죽하면 ‘번복진트’, ‘산이더머니’라는 웃픈 별명까지 생겼을까.
두 사람의 추락한 이미지만큼이나 블랙넛을 향한 시선도 곱지 않았던 상황이었다. 과거 활동하며 냈던 음원과 그간 TV에서 비춰진 부정적인 모습들 때문에 ‘문제아’ 이미지가 강했던 것. 세 사람의 호흡에 긍정적인 전망이 도저히 나올 수 없는 상황임이 확실했다.
그런데 이후 비춰진 모습은 한편의 성장드라마를 보는 듯했다. 언터처블한 문제아가 열린 마인드의 실력파 선생님을 만나 초반 갈등을 빚다가 함께 성장하고, 결국 아름다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스토리.
이 스토리는 지난 22일 방송된 ‘쇼미더머니4’에서 해피엔딩으로 결말을 지었다. 도저히 봉합될 수 없을 것 같은 갈등을 빚던 이들은 탈락의 순간에도 서로를 얼싸안고 기뻐했다. 특히 세 사람은 상처가 됐던 말들을 농담처럼 이야기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자아내 눈길을 끌었다. 버벌진트가 “나 번복할래”라고 농담하는 장면이나, 산이가 “블랙넛 후! 블랙넛 후!”라며 자신을 디스했던 블랙넛의 랩을 따라하는 모습. 블랙넛이 산이에게 “별 같잖은 이유로 날 떨어트리고”라고 말한 뒤 다 함께 한바탕 웃는 장면은 꽤나 인상적이었다.
비온 뒤 땅은 더욱 굳어지기 마련. 원수지간 같던 이들은 그간 함께 작업하고 만나오면서 말로는 못한 끈끈한 정이 생긴 모양이다. 여기에는 산이와 버벌진트의 인정과 반성이 크게 작용했다. 앞서 판정을 번복하면서 두 사람은 솔직하게 한해의 합격에 사적인 감정이 섞여있었음을 고백한 것. 사실 번복은 위험한 결정이었다. 그대로 프로그램을 진행했어도 됐다. 일각에서 논란이 일긴했겠지만, 이 정도의 조롱을 받지는 않았을 테다. 그래도 두 사람은 양심을 지키 위해 위험을 감수했고, 다시 블랙넛의 손을 잡았다. 두 사람의 결정에 신랄한 디스를 퍼붓던 블랙넛도 마음을 돌리고 합심했다.
‘위기’였던 분위기는 세 사람의 진심이 모이며 훈풍을 탔다. 이렇다보니 아웃풋이 훌륭할 수밖에. 비록 송민호에게 결승행 티켓을 내줬지만, 블랙넛은 ‘내가 할 수 있는 건’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가사에 솔직하고 진솔하게 풀어내며 호응을 이끌어냈고, 자신을 향한 부정적인 시선들을 일부 거둬내는데 성공했다.
산이와 버벌진트의 진심이 엿보이는 조력도 눈길을 끌었다. 본 무대에 앞서 리허설을 준비하는 중에도 산이는 연신 “대웅아, 대웅아”를 외쳐대며 조금이라도 더 좋은 무대 연출이 나올 수 있도록 세심하게 신경 썼다. 결과 발표 후 버벌진트는 또 한 번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상대방을 깎아내리는 디스와 무시무시한 욕설이 오가는 프로그램 속에서 세 사람이 보여준 뭉클한 정은 유독 돋보였다. 여러 차례 큼직한 논란을 겪어오며 뭉치고 다시 일어 서 음악으로 증명해냈기에 더욱 가치 있다는 평이다./joonamana@osen.co.kr
'M.I.L.E.' 뮤직비디오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