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성소리는 거셌다. 3천 여명의 팬으로 꽉 채워진 콘서트장은 새삼 '아시아 별' 보아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자리였다. 15주년. 중견 가수라는 이야기를 들을 법하지만, 아직 그는 서른 살 밖에 되지 않았다. 물론 "(공연 준비를 하며) 몸 관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엄살을 부렸지만, 무대 위를 날아다니는 모습은 15년 전 패기로 가득 차 있던 그 소녀와 다를 바 없이 파워풀했다.
보아는 지난 23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약 2년 7개월 만의 단독콘서트 '2015 BOA Special Live "NOWNESS"'를 개최했다. 약 2시간 20분간 자신의 히트곡과 앨범 수록곡 총 33곡을 부른 보아는 여전히 파워풀했다. 15년 간 무대를 빛내온 '아시아의 별'다운 카리스마와 존재감이였다.
히트곡과 함께 무대 위 화면에 보아의 영상이 켜지자 3천 여명의 뜨거운 환호 소리가 대극장에 가득 울렸다. 함성 속에서 보아가 등장했다. 첫 곡은 '걸스 온 탑(Girls on Top)'. 이어 '더 샤도우(The Shadow)', '잇 유 업(Eat You Up)' 등 특유의 파워풀한 춤과 보컬이 어우러진 대표곡들이 객석을 흥분시켰다.
올해 15주년을 맞이하는 보아의 짧은 인사 후 무대는 쉴틈없이 이어졌다. 정규 8집 타이틀곡이었던 '키스 마이 립스(Kiss My Lips)' 무대에서는 커다란 깃털 부채를 든 댄서들과의 군무가 30대를 맞이한 이 여가수의 농염한 매력을 부각시켰다.
이어진 '셰터드(Shattered)','스파크(Spark)+모토(Moto)+스매쉬(Smash)+배드 드라이브(Bad Drive)+범프 범프(Bump Bump)'메들리는 모두 파워풀한 안무와 퍼포먼스의 곡이었다. 그럼에도 불구, 보아는 흐트러짐이 없는 모습이었다. 얼굴 위 흥건하게 맺힌 땀방울이 이 무대를 위해 얼마만큼의 에너지가 필요한 지를 일깨워줄 뿐이었다.
댄스곡 이후에는 세련된 '발라드 타임'이었다. 7집 수록곡인 '네모난 바퀴'와 '홈(Home)', '온리 원(Only One)' 등 보아만의 감성적인 발라드들이 객석을 물들였다. 짧은 토크 시간 보아는 "어제 멘트를 짧게 한다고 스태프한테 한소리를 들었다. 제가 진짜 말주변이 없다"고 말해 웃음을 줬다. 그는 "(나는) 수능을 본 적 없지만, 이런 게 수능을 보는 기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며 이번 공연 준비가 어려웠음을 밝혔다.
또 "날짜가 다가올수록 몸이 너무 안 좋아졌다. (중략) 어떻게든 이 주말만 버티자 이런 기분으로 (공연에) 왔다. 그런데 갑자기 팬분들의 함성을 들으니 힘이 나더라. 그래서 어제 집에 가는 길에서 거짓말처럼 너무 멀쩡한 사람으로 걸어나갔다. 주체할 수 없는 아드레날린 때문에 잠이 안 오더라"고 지난 22일 공연에 대한 감회와 팬들을 향한 고마움을 표현했다.
중반부가 지나자, 분위기는 한층 밝고 달달해졌다. 초록색의 발랄한 미니스커트를 입은 보아는 '폭스(FoX)', '밀키웨이(Milky Way)'를 부르며 여성스러움을 보여줬다. 이 밖에 특별한 무대들도 눈길을 사로잡았는데, 탱고풍 댄스로 편곡된 '발렌티(Valenti)', '마이 네임(My name)', '클록워크(ClickWork)' 등은 카리스마 속에 감춰졌던 보아의 농염한 매력을 엿볼 수 있는 무대였다. 특히 남성 댄서와 함께 춘 탱고가 인상적이었다.
또 오랫동안 보아와 함께 해 온 SM엔터테인먼트의 퍼포먼스 디렉터 심재원은 DJ로 무대에 섰는데, 보아는 이 무대에서 자신의 유명 곡들을 메들리로 부르며 팬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보아가 마지막으로 택한 노래는 '넘버원(NO.1). 여전히 아시아 '넘버원' 자리를 지키고 있는 여가수의 자존심에 어울리는 선곡이었다.
앵코르 무대에서는 오랜만에 부르는 '아틀란티스 소녀'가 반가움을 안겼다. 보아는 마지막 곡 '헬로'를 부르며 감격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는데, 그가 마지막 노래를 부르고 난 뒤에도 "보아"를 외치는 관객들의 함성 소리는 계속됐다. 때문에 무대 뒤로 사라졌던 보아가 다시 나와 무반주로 '메리 크리'를 부르며 화답하기도. '아시아 여제'가 보낼 앞으로의 15년을 기대해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
이번 공연은 여러모로 의미가 크다. 오는 25일인 데뷔 15주년을 기념하는 공연일 뿐 아니라 한국을 대표하는 가수들만이 오를 수 있다는 세종문화회관에 선 첫 20대 여가수라는 '타이틀'도 얻었기 때문이다.
보아는 공연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을 여는 의미를 강조했었다. 그는 "내가 어렸을 때 H.O.T. 선배님들이 세종문화회관 공연을 하는 모습을 TV로 봤다. 그 때 보면서 나도 데뷔를 하면 저런 무대에 설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싶었는데 2015년에 꿈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또 "어느 공연장보다 세종문화회관에 설 수 있다는 것만으로 영광이고 내 가수 활동에도 큰 힘이 될만한 일이다"라고 벅찬 기분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한편 '2015 BOA Special Live "NOWNESS"'는 지난 2013년 이후 약 2년 7개월 만에 개최하는 보아의 단독콘서트로 데뷔 15주년(8월 25일)을 기념하는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하다. 지난 22일과 23일 총 6000여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eujenej@osen.co.kr
SM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