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러니다. 박한별을 어떻게 봐야 할까. 그는 SBS 새 주말 드라마 ‘애인있어요’ 속 불륜녀 역할을 맡아 집중력 높은 연기로 캐릭터를 소화해내며 열연 중이다. 온갖 수식어를 붙인 칭찬을 들어도 모자랄만한 연기력인데, 그가 그려내는 인물 강설리를 보면 욕을 한 바가지 퍼주고 싶을 정도다. 연기를 잘할수록 욕을 먹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그는 유부남을 사랑하는 당돌하고 젊은 여성을 얄미우리만큼 맛깔나게 그려내며 드라마를 보며 느끼는 분노의 감정을 극대화 시키고 있다. 극중 진실 된 감정이 느껴져 불륜을 응원하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 어쨌든 배우로서는 대성공을 이루고 있는 셈이다. 앞서 굵직한 악역을 맡아 연기했던 선배 배우들이 이와 비슷한 상황을 겪었던 바. 박한별도 그 묘한 영광을 누리게 됐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박한별이 열연 중인 드라마 ‘애인있어요’는 기억을 잃은 여자가 죽도록 증오했던 남편과 다시 사랑에 빠지고, 절망의 끝에서 운명적으로 쌍둥이 자매와 재회하는 파란만장한 인생 리셋 스토리를 그린다. 여기서 박한별은 기억을 잃은 여자가 죽도록 증오한 남편과 불륜을 저지르는 강설리 역을 맡았다.
지난 23일 방송된 ‘애인있어요’ 2회에서는 유부남 최진언(지진희 분)과 강설리(박한별 분)가 결국 키스를 나누고 불륜을 시작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 상황을 부인인 해강(김현주 분)이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
이날 방송에서 설리는 조금씩 유부남은 진언에 대한 마음을 드러냈다. 까칠하면서도 따뜻한 진언의 태도에 설렘을 느끼고 그를 짝사랑한 것. 진언 또한 조금씩 그에게 마음을 보이고 있었고, 해강은 이 같은 정황을 눈치 채고 있었다.
박한별은 진언(지진희 분)과의 관계에서 설렘을 느끼는 설리의 모습을 예쁘게 그려낸다. 누구한테 한 대 맞기라도 한 듯한 멍한 표정으로 진언을 유심히 바라보다 쑥스러워하기도 하고, 그의 친절에 눈에서 당장이라고 하트가 나올 것 같은 표정을 짓기도 한다.
그런데 진언의 부인 해강과의 신경전에서는 당돌함으로 보는 이들의 공분을 샀다. 이후 두 사람은 카페에서 충돌한다. 해강은 설리에게 경고했고, 설리는 당당하게 맞섰다. 그는 “혼자서 좋아하는 것이다. 오해 풀어라”면서도 “좋아하면 안 되는 거냐”고 되묻는 당돌함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해강은 “사선 넘지 마”라고 경고했고, 설리는 “넘으면 저 죽기라도 나요?”라고 맞서 일촉즉발의 상황을 만들기도 했다.
이후 설리는 고백을 한다. 그는 진언에게 “고백은 해야겠다”고 말한 뒤 “나 선배 좋아해요 아주 많이. 아주 오랫동안 좋아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선배 좋아해왔어요”라고 고백했다. 이에 진언은 “번지수가 틀렸다. 나 유부남이야”라고 거절했다.
진언도 사실은 설리에게 끌리고 있었다. 이후 두 사람은 엘리베이터에 갇히고, 먼저 설리가 손을 잡았다. 이후 두 사람은 키스를 나눈다. 이 장면은 CCTV에 찍히고 있었고, 진언을 데리러 간 해강은 엘리베이터가 고장 난 사실을 알고 당직실을 찾았다가 해당 CCTV 화면을 통해 두 사람이 키스를 나누는 장면을 목격하고 만다.
이 같은 연기를 펼치는 박한별의 집중력이 대단하다. 마치 자신의 실제 모습인 것처럼 캐릭터를 완벽에 가깝게 소화해내면서 호평을 받고 있다. 그렇다고 캐릭터에 대한 비난은 막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애인있어요’가 욕하면서 보게 되는 중독성 강한 드라마라고 본다면 박한별은 이 작품에 큰 공을 세우고 있는 셈이다./ joonamana@osen.co.kr
SBS '애인있어요'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