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와 거대자본, 광고가 없는 ‘3무’ 다큐멘터리 영화 한 편에 뜻하지 않은 각계각층 지원군들의 응원이 모이고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절대 음감의 천재 피아니스트 유예은 양의 10년의 성장 기록을 담은 ‘기적의 피아노’다.
지난 2007년 SBS ‘스타킹’에 출연해 주목받은 예은이는 태어나서 한 번도 빛을 본 적 없는 어둠 속 소녀다. 엄마 뱃속에서 안구무형성증을 앓은 예은이는 태어나자마자 입양기관에 보내졌고, 기적처럼 지금의 부모를 만나 사랑과 헌신으로 자랐다. 아빠가 무심코 흥얼거리는 선율을 기억했다가 나중에 피아노 건반으로 옮기는 걸 본 엄마는 딸의 재능을 꽃 피우겠다며 험난한 세상과 맞선다.
‘기적의 피아노’는 올해 중학생이 된 예은이가 세 살 때부터 엄마가 캠코더로 찍어둔 영상과 KBS ‘인간극장’ 외주 PD였던 임성구 감독의 3년간의 촬영이 더해져 오는 9월 3일 세상과 만나는 ‘묵은지’ 영화다. 남자주인공의 10년 변화 과정을 담아낸 ‘보이후드’ 한국판 같은 감동작으로 빚어졌다.
어둡고 뻔한, 게다가 칙칙할 거라는 선입견과 달리 영화는 유쾌하고 씩씩하며 다소 엉뚱하기까지 한 주인공 예은이를 닮아 지난주 폐막한 제11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매진을 기록하며 관객을 웃기고 울렸다. 하지만 스타 그림자도 나오지 않는 작은 다큐 영화가 멀티플렉스에서 받을 푸대접은 명약관화한 상황. 이런 안타까운 소식이 알음알음 전해지며 뜻있는 유명인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2007년 KBS ‘김정은의 초콜릿’에서 예은이와 공연했던 JYJ 박유천이 내레이션 섭외에 노개런티로 응한 것을 시작으로 ‘스타킹’에 패널로 나와 예은이를 만난 적 있는 송중기도 영상 응원을 자처했다. 한때 엄마의 ‘닥본사’ 드라마 ‘가족끼리 왜 이래’ 문태주 대사를 거의 외운다는 예은이가 만나고 싶어 한 배우 김상경도 24일 롯데시네마 건대에서 열리는 언론 시사에 참석키로 해 예은이를 기쁘게 했다.
소속사 대표에게 영화 이야기를 듣고 눈시울을 붉혔다는 손태영은 예은이와 아무 인연이 없는데도 피아니스트 이루마와 함께 시사회를 찾기로 했다.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예은이 손을 잡고 온기를 나누기 위해서다. 2004년 필리핀에서 가수를 꿈꾸던 자신을 소개한 ‘인간극장’ 연출가의 영화 데뷔를 축하하기 위해 산다라박도 참석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산다라박은 음악 후배이기도 한 예은이를 격려하기 위해 의미 있는 선물까지 준비 중이다.
이밖에 평소 소신 있는 판결로 유명한 김이수 헌법재판관이 관례를 깨고 이 영화 강추 의사를 밝혔고, 경기도 교육청도 세상의 편견을 허무는 교육적 가치가 높다는 이유로 단체 관람을 추진중이다.
‘기적의 피아노’를 제작한 보고 싶은 영화사 김근철 대표는 23일 “돈 벌려고 만든 영화가 아니지만 크랭크 업 이후 2년간 개봉이 차일피일 미뤄지며 마음 고생이 많았다"면서 "본의 아니게 편집을 서른 번이나 했다. 작지만 울림 있는 영화에 관심을 가져주고 뭐라도 해주려고 발품 팔아준 여러 셀럽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bskim0129@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