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박영웅의 얼리버드]'무한도전'의 재미는 보통 사람보다 못한 루저들의 성장을 지켜보는 것이다. 이젠 케이팝보다 거대해진 '무한도전 가요제'의 브랜드 파워는 올해도 유효했고 성황리에 치러졌다. 이미 보장받은 성공이었고 이 같은 관심은 21%의 시청률과 음원차트 올킬이란 결과로 증명됐다. 케이팝 가수보다 막강한 무한도전 브랜드의 저력이다.
'무한도전 가요제'의 재미는 가수못지 않은 무대를 선보이는 멤버들의 도전을 지켜보는 것이다. 이는 여섯 멤버들의 무한도전인 동시에 이들과 영리하게 합을 그려가는 뮤지션들의 도전이기도 하다. 윤상, 박진영, 지드래곤·태양, 아이유, 자이언티, 혁오밴드 등 핫한 가수들의 프로듀싱 과정도 또 다른 재미다.
그중 이유갓지않은 이유(아이유+박명수 팀)의 '레옹'은 프로듀서 아이유를 재발견했다는 의미에서 흥미로운 곡이다. 이미 싱어송라이팅 능력과 더불어 서태지 김창완 등 선배 뮤지션들의 워너비 파트너로 세대를 아우른 농익은 감각을 뽐내온 그는 이번에 작사 작곡은 물론 무대 연출까지 조율한 프로듀서의 능력을 능숙하게 드러냈다.
‘레옹’은 차가운 도심에서 뿌리없이 떠돌던 레옹과 마틸다가 알 수 없는 감정에 이끌려 서로에게 점점 다가간다는 이야기를 담은 레트로 댄스곡. 영화 ‘레옹’과 꼭 닮아 흥미로운 이 곡은 영화 스토리와 유기적으로 연결돼 더욱 설득력을 갖는다. 직설적이면서도 새침한 마틸다와 냉소적이며 마음을 숨기지 못하는 레옹의 성격이 돋보이는 캐릭터 설정이 인상적이다. ‘좋은 날’ ‘너랑 나’ ‘마음’ 등과 분명 차별화된 아이유의 또 다른 판타지다.
특히 레옹과 마틸다란 매력적인 캐릭터를 더욱 빛내주는 건 노랫말에 있다. '슬픈 눈을 들키고 싶지 않다’는 레옹과 ‘튕기지 좀 말라’는 새침한 소녀의 대화가 매혹적인 사운드와 매끄러운 합을 이룬다. 무자비한 킬러에게 ‘같이 춤을 추자’고 손을 건네는 설정은 쭈삣대는 박명수에게 맞춤같은 옷을, 소녀와 숙녀의 경계에 있는 마틸다는 아이유와 꼭 닮아있다. 섬세한 표현들로 디테일을 살린 것은 이 곡의 강점이다. 프랑스 영화인 원작의 분위기를 살려 프랑스어 가사를 후렴구에 배치하는가 하면, 영화 OST인 스팅의 ’Shape of My Heart’의 일부 멜로디를 삽입하는 등 듣는 재미를 더했다. ’피빨강’ ‘똑단발’ 등 마틸다의 특징을 딱 꼬집어 그려낸 표현법도 인상적이다.
자신의 생각과 감성을 직접 노래로 표현하는 싱어송라이터와 타인의 장점을 살려 작업하는 프로듀서의 능력은 차별화된 영역이다. 프로듀서는 상대방의 약점은 가리고 장점을 충분히 살려내야 하는, 전체그림을 그릴 줄 아는 능력을 요구받는다. '레옹'은 영화 스토리를 배경으로 거부감없이 음악과 캐릭터가 녹여낸 주목할 만한 곡이다.
가요계에서 아이유의 행보는 독보적이다. 작은 체구에서 뿜어 나오는 성숙한 음색과 가창력은 늘 새로운 가능성을 보게 했고 이젠 자신 이상으로 남을 읽어낼 줄 아는 감각도 갖췄다. 차근차근 내실을 다진 덕분에 스스로 가야할 방향 또한 잘 파악하고 있다. 이미 우리는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국민 여동생’의 좋은 예를 지켜보고 있다. /osenstar@osen.co.kr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