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들이 무시했던 그런 나도 아냐, 반전의 모습 도전하는 나를 봐."
가수 윤상과 그룹 '상주나'를 결성한 개그맨 정준하가 '2015 영동고속도로 가요제'에서 들려준 노래 'My Life(마이 라이프)' 가사의 일부다. 정준하와 윤상의 상주나는 '마이 라이프'를 완벽하게 소화하며 지난 두 달 간 노력한 결실을 드러냈다. 지금껏 볼 수 없었던 정준하의 숨겨진 매력을 보여준 최고의 무대였다.
지난 22일 오후 방송된 MBC 예능 '무한도전'에서는 '2015 영동고속도로 가요제'가 공개됐다. 정준하는 전동휠을 타고 속사포 같은 랩을 뽑아냈으며 중간 댄싱 타임에서는 팝핍 여제 주민정과 호흡이 척척 맞는 팝핀으로 눈에 띄게 향상된 댄스 실력을 드러내 놀라움을 안겼다. 얼마나 연습을 했는지 마치 로봇처럼 각이 딱딱 떨어지는 절제미가 전해졌다.
상주나의 'My Life'는 랩과 일렉트로닉 비트의 절묘한 조화에 팝 적인 분위기를 가미한 흥겨운 템포의 일렉트로닉 댄스곡이다. 초보랩퍼 정준하의 독특한 랩핑과 보컬로 나선 씨스타 효린의 폭발적인 노래가 중독성을 발휘한다. 중반부 브릿지의 덥 스텝 사운드는 모든 장르에 능한 윤상의 진가가 여실히 드러났다.
하지만 음원이 공개되고나서 이틀이 지난 24일 벅스뮤직, 멜론, 네이버 뮤직 등 각종 음원 사이트에서는 상주나의 'My Life'가 이유 갓지 않은 이유(박명수 아이유)의 '레옹', 황태지(황광희 태양 지드래곤)의 '맙소사', 으뜨거따시(하하 자이언티)의 '스폰서', 오대천황(정형돈 혁오)의 '멋진 헛간', 댄싱게놈(유재석 박진영)의 'I'm so sexy'의 뒤를 이어 6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꼴등이면 어떠하랴. 처음 시작할 때의 힘은 미약하여 과연 할 수 있을지 의문이 생겼지만 밤을 꼬박 새우며 오랜 노력 끝에 얻어낸 열매이기에 순위와 관계 없이 값진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정준하는 그동안 단시간에 끌어올리기 어려운 랩 실력으로 모두의 걱정을 샀다. 하지만 막상 공연 당일에는 눈에 띄게 발전된 랩을 선보였다. 역대 무대 중에 가장 많은 노력을 들인 게 아니냐는 평가가 이어졌다. 정준하와 윤상은 2주 동안 하루에 2시간씩 자면서 실력 향상을 위해 노력했다는 후문. 정준하는 이날 여유롭게 무대를 누비면서도, 끊어지지 않는 랩을 선보여 흥을 돋우었다.
사실 '정주나' 정준하는 '무도'에서 정이 많은 인물이다. 넘치는 오지랖과 그 놈의 정 때문에 삐지길 잘해서 박명수와 하하의 놀림감이 되기 일쑤다. 본인은 진심을 드러낸 것임에도 감동의 상황을 억지로 짜낸다는 장난 어린 구박을 받기도 한다. 그래서 그가 '극한 해외알바 특집' 당시 고아 코끼리 도토를 끌어안고 안쓰러워하는 모습은 멤버들로부터 지나친 설정이 아니냐는 타박을 받았다. 그럼에도 꿋꿋하게 도토에 대한 사랑을 표현했고, '배달의 무도' 특집에서 추가로 도토까지 만나야 하는 수고스러움이 더해졌다.
나이가 가장 많음에도 어린 동생들의 놀림에 말 한마디 못하는 착한 남자. 감동적인 상황에서 오바스럽게 표현하는 솔직한 성격 때문에 과한 설정이라고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 그가 걸어다니는 길마다 감동이 묻어나는 것은 분명하다./ purplish@osen.co.kr
'무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