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신세계' 때부터였을거다. 배우 박성웅이 이렇게 무서워진게. 최민식, 황정민, 이정재 등 3인방의 활약도 대단했지만 극 중 이중구 역을 맡은 박성웅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었다. "살려는 드릴게", "죽기 딱 좋은 날씨네" 등 그가 읊은 대사가 지금까지도 회자될 정도로 박성웅은 대단했다.
그리고 그 여파는 컸다. 박성웅은 어느새 '악역 전문'이 됐다. 그리고 '무서운 배우'도 됐다. 얼굴만 보면 무섭고 그가 맡은 역할은 뒤가 구릴 것만 같은, 그런 이미지가 됐다. 얼마 전 종영한 tvN 드라마 '신분을 숨겨라'에서 형사 역을 맡았지만 "반전 있는 형사일 것"이라는 네티즌의 농담에 가까운 추측이 나온 것도 괜한 건 아니었다.
때문에 '신세계'는 박성웅에겐 고마우면서도 부담스러운 작품임이 틀림없다. 이름 석자를 확실하게 각인시켰지만 덕분에 악역 전문이라는 타이틀을 쓰게 됐으니 말이다. "배우는 어떤 것에든 전문이 되면 안된다고 생각해요"라는 말로 속내를 내비친 그는 코미디 영화를 하고 싶다는 말도 전했다. 변신, 그리고 도전에 대한 욕구가 큼이다.
게다가 '어바웃타임' 같은 말랑말랑한 멜로 영화도 즐겨보고 가끔은 영화보며 눈물을 흘리기도 하는, 박성웅은 그런 남자였다. 이미지와 180도 다른 영화 스타일에 놀라워하자 "클래식 듣는다고 하면 엄청 놀라겠네"라며 껄껄껄 웃어보인 그다. 혹여나 우연히 그를 보거든, 너무 무서워하지 마시길. 알고보면 아들바보에 감성까지 충만한 남자다.
다음은 박성웅과의 일문일답.
- 영화 '오피스' 출연을 결정한 이유가 있다면?
▲ 나는 매 작품에 들어갈때마다 도전정신을 생각한다. '오피스' 역시 나한텐 도전이었다. 힘을 쭉 뺀 냉철하고 이성적인 캐릭터이면서도 흥분할 땐 자기만의 행동이 나오는 인물이다. 그런 모습들이 나한텐 되게 매력적이었다. 이전에 했던 캐릭터들과 다르니까.
- 이전과 다른 모습이라 선택했다면, '악역 전문 배우'를 노리지는 않는건가.
▲ 그렇다. 배우는 어떤 연기의 전문이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 배우가 그걸 잘하는데 이것도 잘하는구나', 이런 이야기를 듣고 싶다.
- 그렇다면 욕심이 나는 장르나 연기가 있나.
▲ 코미디 영화를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코미디 쪽이나 휴머니즘 영화 있지 않나. 짠한 역할. 감동을 주는 장르를 해보고 싶다. 말그대로 편안한 영화들 말이다. 정말 '개'웃길 수 있다. 하하.
- 그럼 악역이 들어온다면 거절하실 생각인가.
▲ 메리트가 있는 악역이라면 마다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영화 '검사외전'도 선과 악이 애매모호한 캐릭터라 나에겐 도전이다. 변화에 초점을 맞추면서도 캐릭터의 매력 역시 생각할 것 같다.
- 작품을 고를 때 시나리오 먼저, 혹은 캐릭터를 먼저 보는지 궁금하다.
▲ 작품을 고를 때 먼저 보는 건 무조건 시나리오다. 그 이후에 감독을 보고 감독의 이전 작품을 보는 편이다. 시나리오가 좋게 나와도 안 좋게 영화가 나올 수도 있고 시나리오가 별로여도 좋게 나오는 경우가 있지 않나. 어찌됐건 일단 시나리오를 먼저 보고 감독을 보는 편이다. 라인업도 본다. 누구랑 같이 찍느냐도 중요하니까. 캐릭터보다 내용인 것 같다. 물론 '오피스'에서 종훈이라는 캐릭터가 내가 기존에 했던 역할이 아니라 매력을 느꼈지만 일단 '오피스' 시나리오가 너무 좋아서 선택한 게 더 컸다.
- 고아성과의 호흡은 어땠나.
▲ 고아성이 그동안 나이 차이가 많이나는 배우랑 해왔어서 그런지 내공이 남다르구나 싶더라. 그런데 그걸 표출을 안 한다. 나한테는 그저 여동생 같은 배우였다. 항간에 내가 오빠라고 부르라고 시킨거 아니냐는 이야기가 있는데 나는 강요한 적 없고 아성이가 먼저 오빠라고 불렀다(웃음).
- 개인적으로 어떤 영화 장르를 좋아하는지.
▲ 예전에는 액션 영화를 좋아했는데 요즘엔 별로더라. 좀 식상하다. 요즘엔 '어바웃타임'이나 '인생은 아름다워', '내 이름은 칸' 같은 영화들이 좋더라. 배우들의 연기가 보이니까 그런게 좋다. 영화 보면서도 많이 우는 편이다. 옛날에 '고스트맘마' 볼 때 펑펑 울었다(웃음).
- 배우로서의 꿈과 계획이 있다면.
▲ 죽을 때까지 배우로 사는게 꿈이고 계획은 배우가 되는게 계획이다. 배우가 되는게 꿈이고 계획이다. / trio88@osen.co.kr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