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조사 후 검찰의 기소로 본격적인 법정 싸움이 시작됐다. 의료 과실이 인정된 만큼 유족들에게는 좀 더 힘을 낼 수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마왕' 고 신해철. 그의 사인을 둘러싼 유족과 병원 측의 길고 지루한 싸움이 본격화됐다.
서울동부지검 형사2부(안미영 부장검사)는 고인의 생전 잡혁착 수술을 집도한 S병원 K원장을 업무상과실치사와 업무상비밀누설죄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고 24일 밝혔다.
검찰은 "생전 신해철이 퇴원을 앞두고 촬영한 흉부 엑스레이와 혈액검사에 나온 백혈구 수치에서 이상을 의심할 수 있었다. 하지만 K원장은 통상적인 회복과정으로 안일하게 판단했다"고 지적했다.
K원장의 업무상과실치사를 꼬집은 검찰은 업무상비밀누설죄도 언급했다. K원장이 지난해 12월 한 커뮤니티에 '의료계 해명자료'라는 제목으로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면서 신해철의 과거 수술 이력 및 관련 사진 등을 무단으로 올린 혐의다.
지난해 유족 측은 "고인이 위 축소술 이후로 발열과 통증을 호소했지만 K원장이 조치를 하지 않아 사망했다"며 K원장을 상대로 경찰에 고소했다. 무혐의를 줄곧 주장하던 K원장은 결국 불구속 된 상태로 법정에 서게 됐다.
민사소송도 걸려 있다. 유족 측이 지난 5월 K원장을 상대로 '의료 과실을 책임지라'며 23억2100여만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 유족 측은 검찰의 수사 자료를 확보해 재판부에 입증 자료로 제출할 전망이다.
고 신해철은 지난해 10월 17일 복통을 호소하며 K원장에게 장협착 수술을 받았다. 이후부터 21일까지 통증을 호소하며 입퇴원을 반복했지만 22일 결국 심정지에 이르렀다. 곧바로 서울 아산병원으로 옮겨져 복강 내 장수술 및 심막 수술을 받았지만 의식 불명인 상태로 5일 만에 눈을 감았다.
그달 31일, 아산병원에서 고인의 발인이 엄수됐다. 그러나 발인 후 화장된 유해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에 있는 음반 작업실을 들른 뒤 안성 유토피아 추모관에 안치될 예정이었지만 유족들은 돌연 부검 계획을 발표했다. 여러 의혹만 남긴 채 세상을 떠날 뻔했던 고 신해철의 시신은 다시 부검대에 올랐다.
그렇게 해서 고 신해철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기 시작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대한의사협회, 의료분쟁조정중재원 등 전문가들은 고인에게서 장 천공과 심낭 천공을 발견했고, 경찰 역시 K원장이 환자에게 적절한 조치를 내리지 않았다고 결론내렸다.
이제 유족의 뜻대로 K원장을 법정에 세울 수 있게 됐다. 이기기 쉽지 않다는 의료소송에서 고인의 유족은 끝까지 싸울 것을 다짐하고 있다. 하지만 연이은 소송에도 K원장은 자신의 의료 과실을 부인하고 있는 상황. 오는 10월이면 1주기를 맞는 '마왕'은 여전히 편히 눈을 감지 못하고 있다. /comet568@osen.co.kr
OSEN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