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구 여진구 투톱 영화 ‘서부전선’이 제목 때문에 뜻하지 않게 가슴을 졸여야 했던 속사정이 공개돼 흥미를 끈다.
일찌감치 추석 개봉작으로 손질 중이던 휴먼 코미디 영화가 하필 경기도 연천에서 벌어진 남북 교전으로 하마터면 유탄을 맞을 뻔한 사연이다. 남북이 각각 최고 경계 태세와 준전시 상태를 명령한 것과 마찬가지로 ‘서부전선’을 둘러싸고 진돗개 하나 상황이 발령됐던 셈이다.
지난 20일 북한의 포격 도발로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며 전쟁 위기감이 돌자 ‘서부전선’의 투자배급사 롯데엔터테인먼트는 물론 제작사 하리마오픽쳐스 관계자들이 실시간 속보를 살피며 촉각을 곤두세웠다. 만일의 사태가 벌어질 경우 개봉을 미뤄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이와 관련해 25일 롯데엔터 홍보팀 임성규 팀장은 “오늘 새벽 남북 고위급 접촉 타결 속보를 접한 뒤에야 마음 편히 잠들 수 있었다”면서 “만에 하나 불미스런 일이 생기는 건 아닌지 조바심이 들었고 제목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됐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제작사 하리마오픽쳐스 임영호 대표도 “원제가 ‘서부전선 이상없다’였는데 제목을 바꾼 게 결과적으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며 “개봉을 한 달 앞두고 공교롭게 서부전선에서 남북 충돌 위기가 벌어져 감독과 배우들까지 모두 일주일간 가슴을 졸여야 했다”고 털어놨다.
군사적 긴장과 충돌이 이어질 경우 모든 영화가 타격을 받겠지만 특히 남북 병사를 내세운 밀리터리 소재 ‘서부전선’이 최대 피해자가 될 뻔했다는 점에서 이들의 위축된 발언이 엄살은 아닌 듯싶다.
한국 전쟁 휴전을 앞두고 두 남북 졸병의 기상천외한 임무 수행을 그린 ‘서부전선’은 ‘추노’ ‘7급 공무원’ ‘해적’을 쓴 천성일 작가의 연출 데뷔작으로 관심 받고 있다. 추석 연휴 개봉하며 ‘사도’ ‘탐정’ ‘메이즈 러너’와 각축을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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