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김구라가 이혼을 발표한 가운데, 그가 한 문장 한 문장 적어내린 보도자료에는 가장으로서의 깊은 책임감이 묻어나 있다. 대중에게 실망을 끼쳤다면서 사과부터 한 김구라의 조심스러운 심경과 향후 가족 부양 계획을 살펴보면 인간 김구라의 책임의식이 여실히 드러난다.
김구라는 지난 25일 보도자료를 통해 18년간의 결혼 생활에 마침표를 찍었음을 발표했다. 그는 지난 해 12월 아내가 보증을 서는 바람에 수십억 원의 채무가 있다는 사실이 공개됐다. 이후 김구라는 여러 방송을 통해 빚을 성실하게 갚고 있다는 사실과, 아내와의 성격 차이로 인해 가정 생활이 원만하지 못하다는 것을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털어놨다. 특히 자신이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감당하기 어려운 빚을 진 것에 대해 “자업자득”이라고 스스로의 탓으로 돌려 ‘보살’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김구라는 그동안 독설로 통쾌한 재미를 선사한 개그맨. 웃음을 만들기 위한 선택이었지만, 일부 시청자들로부터 불편한 개그라는 시선을 받았던 것도 사실이었다. 이를 가장 잘 아는 것은 본인일 터. 드러내고 싶진 않았지만 언론 보도를 통해 공개된 자신의 아픈 가정사, 그리고 수십억 원의 채무에 대한 덤덤하고 웃음기 들어간 고백은 많은 시청자들의 응원을 야기시켰다. 자신이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전화위복이었던 셈이다.
이 가운데 김구라는 직접 썼다고 볼 수밖에 없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혼을 공식적으로 밝히고, 아들 김동현의 양육, 그리고 남은 채무에 대한 성실한 책임을 강조했다. 실망스러운 소식을 전하게 돼서 죄송하다는 말로 시작된 자료는 “집안의 문제가 불거진 지난 2년 4개월 간 한동안 참 많이 싸웠다”는 솔직한 심정이 담겨 있다. 또한 부부 싸움을 해결하기 위해 상담도 받았고, 별거도 해봤지만 서로 좁혀지지 않은 다름이 있었다며 이혼을 결심한 이유를 설명했다.
무엇보다 아들 김동현이 꿋꿋하게 잘 견딘 것에 대한 고마운 감정, 양육과 채무는 끝까지 자신이 마무리 짓겠다는 의지가 포함돼 있었다. 그야말로 성격 차이로 인해 이혼하지만, 가장으로서 책임을 다하겠다는 약속이 담겨 있었던 자료였다. 문장 시작부터 끝까지 김구라의 복잡한 심경과 사생활에 대한 조심스러운 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사실 김구라가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까지 이혼을 발표한 것은 이유가 있다. 당일 법원이 정한 이혼 숙려 기간이 끝나게 되면 어떤 방식으로든 세상에 알려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 불필요한 오해를 사는 것보단 정제된 보도자료를 통해 이혼 결심 이유를 밝히고 가장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겠다고 설명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었을 터다. 그만큼 김구라의 사생활은 대중의 관심을 받는 사안이고, 본인 역시 이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혼을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깔끔한 선택을 한 것으로 추측된다. 무엇보다도 꾸미지 않고 자신의 속내를 솔직하게 드러낸 이혼 발표문은 인간 김현동(김구라 본명)의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을 엿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한편 그는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 케이블 채널 가리지 않고 출연하는 다작 스타. 이번에 이혼 역시 평소 성격대로 침묵하지 않고 어떤 방식으로든 언급될 것이 자명하다. 물론 사생활에 대한 거론 없이 넘어갈 수 있겠지만, 김구라의 거침 없는 성격 특성상 그럴 일은 거의 없을 터다. 사생활에 대해 거론을 하지 않고, 시청자들에게 재미와 공감을 선사하며 방송을 이어간다는 게 쉽지 않은 것도 예능인의 서글픈 숙명이기도 하다. / jmpyo@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