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쟁한 작품들이 가득했던 여름 극장가에서 한국 영화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맞아 판정승을 거뒀다.
영화 '암살', '베테랑' 등이 '미션임파서블:로그네이션(이하 '미션임파서블5')'와의 대결에서 기선제압을 확실히 한 뒤 '뷰티 인사이드'까지 흥행에 성공하며 할리우드의 기세를 완전히 잠재우고 있는 것. '암살', '베테랑', '미션임파서블5' 등 어느 하나 약하지 않은 영화들의 개봉으로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던 여름 극장가는 이로써 충무로의 완승으로 끝난 분위기다.
여름 대전 중 가장 먼저 개봉한 '암살'은 전지현-이정재-하정우 등의 황금 라인업과 함께 충무로 대표 이야기꾼인 최동훈 감독의 스토리텔링과 연출력, 그리고 광복 70주년이라는 사회 분위기에 힘입어 단숨에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암살'보다 조금 늦게 출발한 '미션임파서블5'는 시기적으로 '암살'보다 우세에 있었으나 단 6일 천하에 그치고 말았다. '베테랑'의 개봉과 동시에 '암살'에까지 2위 자리를 내주며 박스오피스 3위를 기록하고 만 것.
'암살'과 함께 윈-윈 시너지를 얻게 된 '베테랑'은 안하무인 유아독존 재벌 3세를 쫓는 광역수사대의 활약을 통해 통쾌함을 선사, 어느새 천만 관객 돌파했다. 충무로 원투 펀치에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맥을 못추고 있다.
이는 올 상반기 국내 극장가 양상과 사뭇 다르다. '킹스맨:시크릿 에이전트'에 이어 예상치 못했던 '위플래쉬'의 돌풍, 그리고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 등 올 상반기는 할리우드 영화의 공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덩달아 한국 영화의 부진도 이어졌다. 할리우드 공습에 맞서 야심차게 도전장을 내민 한국 영화들은 맥없이 쓰러졌고 때문에 충무로에선 이대로 여름 시장마저 내주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도 조성된 것이 사실.
그러나 '암살'과 '베테랑'이 밀어주고 끌어주며 한국 영화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전지현과 황정민이라는, 믿고 보는 배우들의 활약이 있었기에 가능하다는 평가다. '암살'에서 원톱을 맡아 극을 이끌어간 전지현은 액션 연기는 물론, 피끓는 연기까지 선보이며 호평을 받았고 '베테랑' 서도철 형사를 맡은 황정민이야 두말할 나위 없이 완벽한 연기를 선사했다.
전지현과 황정민이 잘 끌어준 덕분일까. 한효주 역시 할리우드 영화에 맞서 선방, 흥행 순항을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한효주가 주연을 맡은 '뷰티 인사이드'가 박스오피스 상위권에 머무르며 한국영화 톱3 라인업이 완성된 것.
특히나 여름 시장, 승부가 될 것 같지 않았던 멜로 영화로 거둔 성과라 더욱 의미가 깊다. 멜로 영화는 찾아보기가 어렵거니와 파이가 크다고 여겨지는 여름 시장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장르. 하지만 그 틈새를 잘 파고들어 관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중이다. 덕분에 마블 원조 히어로, '판타스틱4'까지 가뿐하게 물리쳤다.
이대로라면 한국 영화의 완벽한 KO승. 이러한 기세가 추석 극장가, 그리고 겨울 극장가까지 이어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trio88@osen.co.kr
'암살', '베테랑', '뷰티 인사이드', '미션 임파서블:로그네이션'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