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류승완 "난 '톰과 제리' 광팬…영향 받았다"[천만 인터뷰②]
OSEN 박현민 기자
발행 2015.08.26 06: 54

류승완 감독은 대한민국 영화계의 '액션 키드'로 불린다. 액션 영화를 만드는 데 남다른 재능이 있는 그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2000)부터 '다찌마와 리'(2000), '아라한 장풍 대작전'(2004), '주먹이 운다'(2005), '짝패'(2006), 그리고 '베를린'(2013)까지 B급과 A급을 적절하게 오가는 액션신을 탄생시켰다.
이번 '베테랑' 역시 남다르다. 중고차 범죄자 아지트에서 벌어지는 액션을 시작으로, 부둣가, 옥상, 명동 거리에서 시간차를 두고 장소를 옮겨가며 펼쳐지는 꽉 찬 액션신은 보는 이를 절로 몰입케 만든다. 진지한 액션 중에도 유머감각을 탑재한 서도철(황정민 분) 형사 탓인지 '베테랑'의 액션은 유쾌한 느낌마저 묻어난다. 류승완 감독은 이에 대해 성룡의 영화, 버스터키튼의 코미디 무성영화, 애니메이션 '톰과 제리'의 슬랩스틱 등에 적잖은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베테랑'의 액션에서 특히 중점을 뒀던 게 있나.

▶이번 액션 장면들의 콘셉트는 '폭력적으로 보이지 않기'였다. 영화적 쾌감이 좀 더 살아나길 바랐다. 초반부 벌어지는 중고차 절도단들과 벌이는 2번의 큰 액션 장면은 내가 어려서 정말 정말 좋아했던 성룡 영화의 액션들, 버스터키튼의 무성영화들의 영향을 받았다. '톰과 제리'의 광팬인데, 거기에서 등장하는 슬랩스틱, '변방의 북소리' 같은 느낌도 스며냈다. 그런 장면들은 정교한 타이밍이 가장 중요하다.
-전반부 액션과 후반부 액션은 확실히 궤를 달리한다.
▶초반에 즐겁게 들어온 액션들이, 후반부로 갈수록 격렬해진다. 마지막에는 명동 8차선 도로를 다 막아두고, 차 수십대를 부셔가면서 촬영한 장명들이 나오는데, 관객들이 그런 리듬을 좋아해주는 것 같다. 다른 방식으로 요리조리 무장 해제를 시켜놓고, 관객들의 분노 게이지가 점점 높아지게 만들어 상대와 대결에 이른다. 그러니 모두 같은 편을 응원하는 느낌이 들 수밖에 없다. 그게 아무래도 후반부 액션을 더 시원하게 즐길 수 있게 만든 것 같다.
-가장 신경을 쏟았던 액션신을 꼽을 수 있을까.
▶액션은 쉬운 게 없다. 각각의 목표가 있고, 거기에 충실하면서 완성도도 높여야 한다. 자칫 잘못하면 사람이 다칠 수 있다. '베테랑' 촬영 때는 실제로 큰 사고가 난 장면이 있었다. 극중 유아인이 운전하는 차가 경찰 바이크와 충돌해서 경찰관이 튀어나가는 장면이다. 평지가 아닌 언덕길에서 하다보니, 정두홍 무술감독도 '위험하다'며 난색을 표했다. 안전을 위한 와이어를 설치하고 촬영을 진행했는데, 충돌 순간에 타이밍이 약간 어긋났다. 오토바이 스턴트를 했던 권지훈이라는 친구가, 앞으로 부딪히면서 오토바이 앞면 유리에 턱이 찍혔다. 사고 순간 의식을 잃고, 와이어에 매달린 채 차의 앞유리에 부딪혔다. 목뼈까지 꺾였다. 죽을 뻔 했던 순간이다. 유리가 5cm만 밑으로 내려갔거나, 헬멧을 안썼거나, 와이어를 당기는 타이밍이 안 좋았으면 큰일날 뻔 했던 순간이다. 지금껏 내가 했던 액션신 중 가장 큰 사고였다. 상시 대기중이었던 응급 처치팀이 병원으로 이송을 했다. 다행히 도심 안에서 찍던 상황이라 빨리 병원에 도착해 치료를 받았다.
-그 뒤로 어떻게…됐나.
▶촬영을 멈추고, 헤드 스태프들, 배우들과 입원한 병원으로 갔다. 정신을 차린 이 친구가 저와 눈이 마주친 뒤 첫마디가 "죄송하다"였다. 자기때문에 NG가 난 줄 알았다고 하더라. 그래서 "너 때문에 굉장한 장면을 건졌다"는 말을 건넸다. 그 친구를 위해서라도 영화 진짜 잘 만들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이 친구가 만든 장면을 보고 관객이 모두 깜짝 놀라게. 실제로 그 장면은 영화 속에서 2번이나 반복돼 등장한다. 정말 '억'소리 났던, 강도 높은 스턴트였고, 카메라 2대가 그 장면을 잘 잡아냈다. 나중에 사람들은 그 장면이 너무 센 스턴트라서 특수분장한 인형이 찍은 줄 알았을 정도다. 오래 전에 정두홍 무술감독이 그런 얘기를 했다. 내가 "사람이 다치면 영화고 뭐고 다 때려치고 싶어진다"고 하자, 정 감독은 "여기서 때려치면 우리를 두 번 죽이는 거다. 이 모든 게 개고생 밖에 안 된다. 당신이 책임감이 있는 사람이라면 영화를 잘 만들어서, 우리가 한 것을 관객들에게 보상 받게 해라"고 말했다. 10년도 더 된 일인데, 그때의 기억이 촬영중 사고가 났을 때 현장에서 버틸 수 있게 만들어준 것 같다.
-지금은 완전히 회복한건가.
▶영화 촬영 시기가 좀 오래 됐다. 그 뒤에 권지훈은 '무한도전'에 나와서 정준하 엉덩이에 당근을 꽂고 있었다.(웃음)
-다행이다. 끝으로 명동 거리에서의 최후 격투신 하나만 더 묻겠다. 보는 내내 그 장면이 묘했다. 몰려든 군중이 휴대폰으로 영상을 찍는다거나, 아트박스 아저씨가 나서는 장면 등이 꽤 인상 깊었다.
▶물리적으로는 서도철(황정민)과 조태오(유아인)라는 두 주요 배역이 치고받지만, 실제로 판을 보면 광장의 시민들 모두와 함께 싸우는 기분이다. 극장의 관객들도 명동의 사람들처럼 지켜보고 있는 상황인 거다. 그러다가 누구 한 명이 '너 그러면 안돼'라고 나서서 한 마디 했을 때, 더 쾌감이 생긴다. 아트박스 사장님 장면은 그런 이유다.
-어쨌건 '베테랑'의 액션은, 동시기 경쟁하는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의 액션과는 분명 다르다. 그게 단순 스케일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은데.
▶액션의 행위보다는, 액션의 대상이 확연하게 다르다. '베테랑'은 우리가 알고 있는 누군가와 싸우는 거다. 싸워졌으면 하는 상대다. 관객들이 원하는 것을 주인공이 대신 해주는 방식이다. 우리 영화는 세계평화를 위해서, 테러리스트를 막아낼 능력이 있는 사람이 아니다. 지구를 침공하는 외계인을 막을 수도 없다. 그 대신에 내 친구를 괴롭히고, 힘없는 사람을 괴롭히는 사람한테 '너 왜 그래?' 하는 거다. 그 액션의 대상이 우리가 '확실히' 아는 사람이라는 게 가장 큰 차이점이다. / gato@osen.co.kr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베테랑'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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