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민vs전지현vs이병헌, 천만 배우 대격돌[여름대전 집계②]
OSEN 정준화 기자
발행 2015.08.30 07: 57

주먹과 총, 그리고 칼이 부딪힌 여름이었다. 황정민은 온몸을 날리는 육탄 액션으로, 전지현은 섬세한 저격으로, 이병헌은 유려한 검술로 승부를 봤다. 결과는 황정민과 전지현의 압승. 이병헌은 잠시 주춤하며 다음 기회를 위해 숨을 골랐다.
이름만 대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높은 인지도는 물론, 보장된 연기력과 앞서 누적관객수 1000만 명을 동원한 이력이 있는 흥행 배우들의 대결이었기에 올 여름 스크린에서 펼치는 세 사람의 정면 승부는 더욱 큰 관심을 받았다. 황정민은 영화 ‘국제시장’(2014)으로 1425만 명을 모았고, 전지현은 지난 2012년 ‘도둑들’로 1302만 명을 동원했다. 같은 해 이병헌 또한 ‘광해’로 1232만 명을 극장으로 끌어들인 바다.
2015년 여름, 이들은 자신의 이름을 내세운 영화로 다시 한 번 관객몰이에 나섰다. 황정민은 영화 ‘베테랑’에서 형사로 변신해 아날로그 액션을 선보였고, 전지현은 ‘암살’에서 총잡이 독립투사로 분하며 여자로는 소화하기 어려웠을 만한 장면들을 그대로 소화해냈다. 이병헌은 ‘협녀’에서 특유의 깊은 눈빛과 절도 있는 유려한 검술을 자랑했다.

# ‘베테랑’ 흥행 이끈 진짜 베테랑 황정민
특히 황정민은 이번 영화 '베테랑'의 1000만 관객 돌파로 2연속 1000만 관객을 동원한 ‘흥행 배우’가 된다. 
이 영화는 탄탄한 전개와 가슴 뻥 뚫리는 통쾌한 액션, 류승완 감독표 유머까지 삼박자가 어우러진 리드미컬한 연출과 황정민, 유아인을 비롯 대한민국 최고 배우들의 빛나는 연기 호흡, 소시민 영웅 ‘서도철’의 승리가 선사하는 짜릿한 카타르시스로 재미와 공감을 동시에 선사하며 남녀노소 관객들에게 만장일치의 호평과 찬사를 모으고 있다.
황정민은 선배 배우답게 이번 작품에서 중심을 잡았다. 이제는 거장 대열에 올라선 류승완 감독과 보여주는 호흡이 특히나 인상적. 류 감독 특유의 아날로그 액션에 ‘개콘’ 뺨치는 유머와 유쾌함, 시원시원한 전개를 황정민이 스크린 위에 보기 좋게 풀어 놓는다. 그는 거칠고 자존심 센 서도철에 은근슬쩍 특유의 따뜻한 인간미까지 가미시키며 캐릭터를 맛깔나게 입체적으로 살려내는 신공을 발휘하기도 한다. 이쯤 되니 ‘연기 베테랑’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다.
# ‘암살’ 전지현, 이제는 흥행 퀸
‘도둑들’ 이전까지 전지현의 영화 흥행 기록은 아쉬웠던 것이 사실이다. 높은 인지도와 뛰어난 연기력에 독보적인 매력까지 갖추고 있음에도 영화 ‘엽기적인 그녀’의 기록을 뛰어넘지 못하고 있던 터다. 그런데 최동훈 감독의 손을 잡으면서는 달라졌다. ‘도둑들’로 대박 흥행을 쳤고, 이번 영화 ‘암살’은 역대 한국 박스오피스 8위 기록을 넘어선 상황이며, 여전히 흥행질주 중이다.
지난 29일까지 누적관객수 누적관객수 1205만 7843명(영진위 집계)으로 '태극기 휘날리며'까지 넘어서 역대 한국영화 박스오피스 8위의 성적을 일궈냈다.
놀라운 기록. 이로써 전지현은 ‘쌍천만 여배우’ 타이틀을 갖게 됐다. 영화 속 그는 타이틀에 걸맞은 활약을 펼친다. '암살'은 1933년 상하이와 경성을 배경으로 친일파 암살작전을 둘러싼 독립군들과 임시정부대원, 그들을 쫓는 청부살인업자까지 이들의 엇갈린 선택과 예측할 수 없는 운명을 그린 이야기. 주인공 안옥윤(전지현 분)을 둘러싼 이야기가 영화를 극적으로 만들어주는 요인을 하고 있다. 그의 스토리는 '암살'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굵직하고 그만큼 흥미롭다.
그는 원톱 주연이라고 할 만큼 영화 속 강한 존재감을 자랑하며 스토리를 확실하게 이끈다. 여배우임에도 이정재, 하정우, 조진웅 등 쟁쟁한 명품 배우들 사이에서 보여주는 에너지가 꽤나 인상적이다.
이번 영화를 통해 연기력은 물론, 흥행성까지 두루 갖춘 완성형 배우로 재탄생한 셈이다.
# ‘협녀’ 그럼에도 이병헌은 이병헌이다  
할리우드와 국내 스크린을 오가는 맹활약을 펼치는 월드스타 이병헌이다. 그런데 한국형 무협과는 합이 잘 안 맞았던 모양새다. 동시기에 경쟁을 펼친 ‘천만 배우’ 황정민, 전지현 못지않은, 혹은 그 이상의 파워를 보여주는 그가 이번에는 조금 주춤하고 있다.
‘협녀’의 성적은 위의 두 작품에 비해 저조한 것이 사실이다. 시원시원한 오락 액션이 인기인 여름시장에서 비장미 넘치는 진지한 분위기의 영화가 인기를 끈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 다른 계절이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아름다운 영상미와 티켓파워를 갖춘 배우들의 호연, 흥미로운 전개 등 흥행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음에도 성적은 안타깝다.
그래도 이병헌은 이병헌이다. 영화는 칼을 쥔 자가 무엇이라도 할 수 있던 고려시대 말, 서로 다른 길을 걸었던 세 검객의 이야기다. 이병헌은 최고의 자리를 향해 다가가는 권력자 유백 역을 맡았다. 한때 새로운 세상을 꿈꿨으나, 권력욕에 사로잡혀 동료를 배신하고 그들과 다른 길을 걷게 된 인물. 천출 신분 임에도 불구하고, 검술과 카리스마로 왕의 자리까지 넘보지만, 끊어내지 못하는 사랑에 고통스러워하는 복잡한 캐릭터다.
이병헌은 유백을 완벽에 가깝게 소화해냈다. 말을 하는 듯한 깊은 눈빛과 중저음의 목소리로 강력한 카리스마를 내뿜으며 스크린을 압도한다. 할리우드에서 갈고 닦은 액션 연기도 일품이다. 탄탄한 몸에서 나오는 절제되다 폭발하는 에너지가 무서울 정도다. 
아직 끝나지 않은 세 배우의 대격돌이, 어떤 식으로 마무리 될 지 주목된다. /joonamana@osen.co.kr
각 영화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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