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켜뜬 두 눈이 이보다 얄미울 순 없다.
온 몸의 털을 바짝 세운 앙칼진 고양이 한 마리가 떠오를 정도로 표독스럽고 소름 돋는다. 배우 김민서는 오밀조밀 빚어진 귀엽고 상큼한 얼굴이 매력적인데, 욕망을 위해 그 어떤 일도 서슴지 않는 욕심 많은 여자를 얄밉게 그리고 있어 반전미가 돋보인다.
그는 MBC 월화드라마 '화정'(극본 김이영, 연출 최정규)에서 천첩의 소생으로 신분상승의 꿈을 안고 궁녀로 입궐한 여정을 연기하고 있다. 인조(김재원 분)의 후궁이 되어 신분의 한계를 넘고 국모의 자리까지 넘보는 탐욕 맡은 여인네다. 여정은 지나가던 사람도 멈추고 서서 뒤돌아보게 만드는 미모를 무기로 궐에 입성했다. 뚜렷한 이목구비에 남자들이 좋아할 만한 예쁜 미소를 가진 김민서가 자신의 장점을 잘 살려 여정의 캐릭터를 잘 만들고 있는 셈이다.
하층 신분인 여정은 미모 하나만 믿고 버텨왔지만 처음부터 탄탄대로였던 것은 아니다. 신분이 낮았기에 모두의 멸시를 받았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미모와 잔꾀를 갖춘 그녀가 김자점(조민기 분)의 눈에 들었고 이내 그의 수족이 돼 왕과 공주를 자신의 손 안에서 좌지우지하려고 애쓰며, 조선을 자신의 발 아래 두는 데 혈안이 됐다.
지난 25일 방송된 '화정'은 제3막으로 접어들며 왕실의 10년 후의 모습을 담아냈다. 정명공주(이연희 분)는 인조와 팽팽한 대립각을 형성하면서 서로 견제했고, 그 사이 홍주원(서강준 분)과 결혼해 3명의 아이들을 키우고 있었다.
명을 몰아내고 청을 세운 후금은 조선에 군신관계를 요구하며 맹약식을 하자고 졸랐다. 짐승의 피를 마시고 청에 대한 충성을 맹세하라는 것. 인조는 후금에 당한 예전 치욕을 생각하며 반대를 하지만, 소현은 "힘이 없는 조선으로서는 어쩔 수 없다"고 인조를 설득한다.
결국 소현의 진심에 설득 당한 인조. 하지만 여정은 인조에게 소현(백성현 분)이 정명과 내통하고 있다고 이간질시킨다. "결국 저들의 잔꾀에 넘어가신 것입니까? 전하보다 공주를 더 따르려는 세자 저하께 속으신 것입니다"라고 정명과 소현을 몰아내기 위해 온갖 수를 썼다.
김민서는 전작 '장미빛 연인들'에서는 사랑을 위해 그 어떤 조건도 바라지 않는 백수련을 연기하며 착한 여자의 끝을 보여줬다. '해를 품은 달'에서는 따뜻한 성품을 지녔지만 왕에 대한 사랑에 목마른 중전 역을 맡아 비련의 여인으로서 공감을 이끌어냈다.
같은 인물이라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다른 캐릭터를 살려내고 있어 놀라울 따름이다. 김민서의 물 오른 연기력이 '화정'에서 빛을 발하고 있는 셈이다. 남은 10회 동안 그녀가 만들어 낼 여정의 얼굴이 궁금하다./ purplish@osen.co.kr
'화정'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