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는 게 웃는 게 아니였겠구나.'
아내의 채무에서 이혼까지. 이 만큼 대중이 생중계 되듯 그 과정을 지켜본 연예인도 드물 것이다. 김구라는 지난 25일 "비록 개인적인 가정사이지만 이미 많은 분들이 알고계신 상황이기에 고민 끝에 몇 말씀 전하고자 합니다"라고 이혼을 공식 발표했다.
김구라의 이혼이 사전 배경이 있었음에도 충격적이었던 것은, 그 이혼 사유보다는 과정에 있다. 김구라는 방송을 통해 아내의 채무 액수를 비롯해 성향, 집안 분위기, 그 심리적 고통 등을 비교적 낱낱이 공개하며 대중과 호흡해왔다. 그런 과정 속에서도, 진심이든 아니든 적어도 방송을 통해서는 가정을 지켜내고 아내와 잘 해보려고 하는 마음이 진솔해보였다.
그의 가정사가 대중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2월부터. 당시 김구라는 MBC 예능프로그램 ‘세바퀴’ 녹화를 앞두고 가슴에 통증을 느껴 입원했다. 이에 소속사는 “김구라 씨가 최근 들어 극심한 스트레스와 불면증에 시달리며,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쳐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구라의 아내가 빚 17억 원을 떠안고 있고 김구라가 이를 갚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가정사가 알려지게 됐다.
방송에 복귀 한 후에도 김구라는 SBS 예능프로그램 ‘힐링캠프’나 ‘동상이몽’, MBC '라디오 스타' 등에서 자신의 가정사를 때로는 가볍게, 때로는 묵직하게 고백하며 주목을 받았다. 개그맨이란 직업 답게 자조섞인 농담이 많았지만 그러면서도 여러 차례 아내의 채무에 대해 언급하면서 “내가 감당해내야 하는 일”이라며 강한 책임감을 보였다. 이에 동정여론이 형성되며 그를 향한 응원의 목소리들이 이어졌다.
본인 가정의 이야기를 개그로 승화시키는 김구라를 보면서 '저렇게까지 해야하나'란 부정적인 반응이 없지는 않았지만, 그 솔직한 화법과 대중과의 소통이란 점이 긍정적인 작용을 한 것은 사실이다. 가정사를 두고 구사하는 유머와 개그가 단순히 웃기려고 하는 것이 아닌, 본인이 살기 위해서, 힘든 부분을 아무렇지 않게 하기 위해서, 그리고 다 털어버리기 위한 심리적 노력이란 것을 어느 정도 눈치챘기 때문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왜 김구라가 방송에서 그렇게까지 가정사를 얘기하냐는 질문에 "그렇게라도 말을 하지 않는다면 아마 답답해서 못 살 것"이란 대답을 하기도 했다.
이혼은 안타깝지만 당사자에게는 막다른, 혹은 지금 상황에서는 최선의 선택이였을지도 모른다. 이번 합의 이혼 소식을 전하면서도 책임감 있는 가족에 대한 언급으로 응원을 받은 그가 이제 진짜 주목되는 모습은 방송에서다. 당사자보다도 그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이 예전과는 달라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의 새로운 별명인 '김보살'을 웃으며 툭툭 내뱉었던 것에 대한 미안함까지도 존재한다. 김구라는 "방송인으로서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열심히 살겠다"라고 전했다. 어떤 휴식이나 하차 없이 방송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 ny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