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특집①] '베테랑', 역대 천만영화와 뭐가 달랐나
OSEN 김경주 기자
발행 2015.08.28 07: 06

영화 '베테랑'이 천만 관객 돌파를 확실시한 가운데 기존 천만 영화들과는 달랐던, '베테랑'만의 특징이 영화 팬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5일 개봉한 '베테랑'은 경쟁작들의 연이은 개봉에도 줄곧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지키며 흥행 질주, 결국 천만 관객이라는 고지까지 넘어서며 17번째로 천만 클럽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무엇보다 '베테랑'의 천만 돌파가 주목을 받는 건 역대 천만 영화 공식과는 또 다른 공식을 갖고 있기 때문. 그간 감동 코드가 포진돼 있던 천만 영화들과는 달리 '베테랑'이 액션과 풍자에서 오는 통쾌함, 유머 등에 중점을 맞췄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역대 천만 영화 최초로 형사가 주인공인 '형사물' 장르가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는 점 역시 '베테랑'의 차별점이다.

#1. 눈물 없어 좋은 '즐거운 천만'
기존의 천만 영화들은 주로 감동 드라마에 초점을 맞춘 작품들이었다. 국내 작품 사상 처음으로 천만 관객을 돌파한 '실미도'가 그랬고 '해운대', '태극기 휘날리며', '7번방의 선물', '변호인', '명량', '국제시장', 최근 천만을 넘긴 '암살'도 감동 스토리는 피해갈 수 없었다.
때문에 '울려야 천만 된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 관객들의 눈물을 이끌어내는 감동 스토리가 그동안의 천만 영화 공식처럼 여겨져왔던 것도 사실이다. 거기에 웃음까지 버무려지면 금상첨화.
하지만 '베테랑'은 달랐다. 안하무인, 유아독존 재벌 3세를 쫓는 광역수사대의 활약을 다룬 '베테랑'에는 눈물이 없다. 보는 이에 따라 어느 부분에서 눈물을 흘렸을 수도 있는 노릇이지만, 어찌됐건 '베테랑'은 눈물에 포커스를 둔 작품은 아니다.
'베테랑'은 대신 웃음과 통쾌함에 초점을 맞췄다. 재벌 3세와 광역수사대의 긴장감 넘치는 추격 속에서 곳곳에 심어진 웃음 포인트는 러닝타임 내내 관객들을 영화에 몰입하게끔 만들었다. 극 중 황정민과 파트너를 이룬 오달수의 코믹 본능도, 황정민의 맛깔나는 대사들도, '베테랑'의 천만을 만든 요인 중 하나다.
 
게다가 재벌 3세를 지구 끝까지 추격하는 형사의 활약상은 관객들에게 통쾌함마저 안긴다. 그리고 이 통쾌함은 즐거운 여운을 안기며 극장을 나서는 관객들에게 다시금 영화를 회상하게 만든다. 눈물을 흘리며 극장을 나서야만 여운이 길다는 생각은 '베테랑'에겐 통하지 않았다.
#2. 형사 양반, 최초 천만 축하합니다
또 하나의 차별점은 형사가 주인공인 최초의 천만 영화라는 점이다. 그간 충무로에는 형사가 주인공인 영화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베테랑' 주연을 맡은 황정민만 해도 벌써 이번이 다섯 번째 형사역할이니 말이다. 그 뿐만 아니라 충무로에서 형사 역할을 해 본 배우들을 꼽으라면 수없이 많을 터이다.
그만큼 대중들에게 익숙한 형사물이었지만 유독 흥행과는 연이 닿질 않았다. 류승완 감독의 '부당거래'가 300만 문턱을 넘지 못했고 아마도 영화 팬들에게 친근한 '공공의 적' 시리즈는 '강철중:공공의 적'이 430만 관객 동원에 그쳤다.
하지만 형사가 전면에 나선 '베테랑'은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에 대해 영화 관계자들은 '베테랑'이 형사 장르의 확장을 이뤄냈기 때문이라고 평한다. 그간 수사물에 등장한 형사들은 국한된 상대와의 싸움을 선보였지만 '베테랑'은 서민을 대표,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대상과의 싸움으로 확장이 됐다는 것.
한 관계자는 "형사라는 캐릭터가 장르적인 액션 혹은 코미디 장르에 국한이 돼있었다면 형사로 대표되는 주인공이 범시대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대상을 향해 맞서 싸우는 이야기가 '베테랑'이다"라며 "그러한 형사라는 직업군이 서민을 대변하는 정의나 서민을 대변해서 같이 싸워주는 동시대적인 공감이 두드러지다보니 장르적인 캐릭터로만 활용된 것이 아니라서 관객분들이 좋아하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또 "'베테랑'을 통해 형사 장르의 확장이 이뤄진 것 같다. 이전에는 형사가 싸우는 대상이 조폭 등으로 한정이 돼 있었고 아니면 형사 캐릭터에 집중을 했는데 '베테랑'은 이를 확장시켰다"라고 밝혔다. 
한편 '베테랑'은 안하무인 유아독존 재벌 3세를 쫓는 광역수사대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지난 5일 개봉 이후 흥행 순항 중이다. / trio88@osen.co.kr
'베테랑' 스틸.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