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시대의 종말..PD가 말하는 위기 탈출 비책 [위기탈출 넘버원①]
OSEN 권지영 기자
발행 2015.09.01 10: 07

KBS 2TV 안전 버라이어티 '위기탈출 넘버원'이 오는 9월 14일 500회를 맞는다. 지난 2005년 7월 첫 방송 된 이 프로그램은 안전을 소재로 일상생활에 필요한 지식에 각종 패러디를 유발하는 재미적인 부분까지 놓치지 않으며 KBS의 대표 장수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고 있다. 
안전이라는 명확한 콘셉트 아래서 매주 펼쳐지는 다양한 이야기들은 잘 짜인 구조가 있다면 그 안에서 얼마나 무궁무진한 이야기와 재미가 자리할 수 있는지, 예능프로그램의 발전 방향을 제시하며 공익성과 대중성까지 잡는 공영방송으로서의 의미도 더하고 있다. 계절의 변화는 물론, 사회적 이슈에 발 빠르게 대응하며 10년 동안 프로그램의 질적 향상을 꾸준히 일궈낸 이 프로그램은 지난 2013년에는 안전행정부 장관 표창을 받기도 했다. 
프로그램을 연출하는 한동규PD는 "이 프로그램이 처음 시작할 당시에는 안전에 대한 개념이 명확히 없었고, 안전 버라이어티라는 말도 생소했다. 주중 프로그램을 안전을 가지고 할 수 있을지 의아해하는 반응이 많았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위기탈출 넘버원'은 각종 인포테인먼트 가운데서도 안전 버라이어티 콘셉트로 유일하다. 그런 차별점이 500회 동안 환기되면서, 프로그램이 계속 이어져 올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장수 비결을 분석했다. 

또한 한PD는 안전을 소재로 이토록 오랜 기간 시청자에 사랑받는 프로그램이 될 수 있던 이유는 안전이라는 프로그램의 본질에 집중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한PD는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첫째도, 둘째도 안전이라고 설명한다. 
"안전에 관한 걸 다루니, 오류가 있으면 치명적인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 정보 내용을 검증하는 데 신경을 쓴다. 또 재미를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재미가 안전이라는 콘셉트를 넘어가면 안 된다는 생각이다. 그 때문에 밀가루 벌칙도 신경을 많이 쓴다. 출연자들은 벌칙을 받기 전에 고글을 쓰고 코마개를 한다. 출연자들이 가끔 고개를 들고 장난치려고 하는데, 못 하게 한다. 장난을 치면 재미는 더 있을 수 있지만, 이 프로그램은 안전이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또 최근 모기에 물리는 실험을 할 때는 담당PD가 직접 실험자로 나섰다. 실험하며 가학처럼 보일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도 신경을 쓰고 있다." 
하지만 안전이라는 기본에 중점을 두다 보니 MC 등 출연자들에게는 제약이 있다고. 메인 MC로서 깔끔한 진행 능력으로 호평을 얻고 있는 김종국은 네거티브한 정보를 주로 전달하는 프로그램 안에서 본인의 유쾌한 말솜씨를 오히려 누르며 프로그램의 중심을 지키고 있다는 전언이다. 
특히 '위기탈출 넘버원'은 어떤 상황에서도 무조건 죽고 만다는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다루며 '이승탈출 넘버원'이라는 패러디 시리즈를 양산하기도 했다. 이는 예능프로그램의 인기의 척도인 2차 생산물이 MC 개인의 유행어가 아닌 프로그램 코너 자체에서 비롯된 것으로 '위기탈출 넘버원'이 대중과 얼마나 친밀히 소통하는지 알린 셈이다. 하지만 안전에 대해 진지하게 접근하는 연출자에게는 썩 유쾌하지는 않을 일일 터. 
한PD는 "안전 문제는 가능성이 아무리 적더라도 나에게 일어났을 때는 심각한 문제다. 당시에는 최악의 상황을 설정하고 전달했다. 그러다 보니 재채기를 하다가 죽고, 코를 파다가도 죽는 내용이 나왔다. 초창기에는 미처 생각해보지 못한 내용이 나오니 화제가 됐다. 무조건 시청자에게 조심하라는 건 아니다. 보고 판단해서 경각심을 갖는 게 더 좋지 않나 싶다"고 나름의 해명을 전했다. 
"'넘버원'은 3기로 나눌 수 있다. 초반에는 정말 기본적인 것만 했다. 기본적인 인공호흡법, 하임리히법, 소화기 사용법에 대해서도 큰 관심이 없을 때였다. 방송되는 10여 년 동안 생활 수준이 좋아지고 안전의식도 높아졌다. 처음에는 교통사고, 화재, 익사 등 프로그램 안에서 다룰 수 있는 소재의 범위가 좁았다. 패러디가 쏟아진 건 판타지 시대다. 선글라스를 끼다가 죽기도 했다. 영역을 넓히는 시도를 하던 때라 무리한 부분이 있었다. 이 시기로 인해 소재의 무한 확장이 이뤄졌다. '위기탈출 넘버원'의 이름과 연관이 될 수 있는 것들은 무한적으로 했고, 결론은 다 죽었다. 안전에 대한 인식이 좁다 보니 인식을 넓히기 위한 시도였다." 
기본적인 것에서 출발, 혼란했던 과도기를 지나 영역을 활짝 넓힌 '위기탈출 넘버원'은 500회를 기점으로 재정비한다고. 그간 안방극장에 전달했던 네거티브한 정보에서 탈피, 포지티브한 정보를 중점적으로 구성해 프로그램을 시청률 위기에서 구해낸다는 각오다.  
"'위기탈출 넘버원'은 500회가 넘으면 개편할 예정이다. 오래된 프로그램이라 쇄신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시청률도 많이 떨어졌다. 500회 기점으로 바뀐다. 안전을 이야기 하며 안된다, 죽는다, 다친다는 내용이 아닌, 편리하다, 즐겁다,는 방향으로 갈 거다. 발상의 전환이다. 시청자가 접하기 어려운 정보 속에서 안전하고 편리하고 좋은 것들 위주로 방송을 만들겠다. 정보량이 많으면 기억하기 어렵다. 깊은 정보로 기억하기 쉽게 구성할 거다. 그에 따라 오락성도 강화한다." 
500회. 10년 동안 이어진 '위기탈출 넘버원'이다. 셀 수 없는 위기 상황 속에서 그에 대한 대비책을 고민했던 한동규PD가 가장 걱정하는 위기 상황은 무엇일까. "안전불감증이 가장 문제다. 몰라서가 아니다. 시스템 부재보다는 의식이 좀 더 철두철미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근래에 일어나는 사고는 방심 때문인 경우가 많다."/jykwon@oen.co.kr 
K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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