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조정석과 박보영은 근래 다시보기 힘든 연인 연기호흡을 드라마를 통해 펼쳐냈다. tvN 금토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이하 '오나귀') 속 두 사람은 실제 연인으로 착각할 정도로 현실감 꽉 찬 연기로 모두의 시선을 방송내내 집중케 했다.
이는 물론 온전히 두 사람의 뛰어난 연기 내공과 호흡 덕분이었다. 하지만 데뷔 이래 줄곧 아껴왔던(?) 박보영의 첫키스 상대역이 됐다는 점과, 이후에도 1회의 상상 키스신과 2회의 달달한 키스신을 추가하면서 뭇남성들로부터의 부러움과 질투 세례를 피할 수 없게 됐다. "감정을 숨기고 싶어도 숨겨지지 않더라"라는 그의 심경 고백이 십분 이해됐다.
"(박보영과는) 연기 호흡을 맞출 때, 대화가 특히 잘 통했던 것 같아요. 잘 받아주는 지점이 확실해서, 무슨 연기를 해도 신뢰하면 서 했던 것 같아요. 현장 부위기도 너무 좋았고, 감독님의 '커트' 소리를 들을 때마다 마음이 놓였어요. 감독님 스타일이 마음에 안 들면 '커트'소리가 전혀 달라지시거든요.(그러면서 유제원 감독의 마음에 들 때와 들지 않을 때의 '커트' 목소리를 구별해 재현했다) 장면마다 거의 대부분 시원스러운 '커트'를 들어 행복했어요.(웃음)"
일단 시작된 유제원 감독에 대한 칭찬은 그야말로 끝도 없이 이어졌다. 유 감독의 연출 스타일에 반해, 각종 장면들을 나열하며 감탄사를 이어가기도 했다. 실상 '오나귀'를 선택하게 되기까지, '고교처세왕'에 반했던 게 중요한 계기가 됐다는 설명도 한데 덧붙였다.
"드라마를 보면 볼수록 '참 잘하신다'는 걸 느꼈어요. 힘을 줄 때는 주고, 뺄 때는 빼는 걸 정확하게 컨트롤 하세요. 특히 순애(김슬기)가 저세상으로 가는 아빠(이대연)를 가로 막는 장면에서 카메라가 순애의 표정만 잡았거든요. 보는 사람은 순애의 감정을 따라가면서 자연스럽게 아버지의 얼굴을 상상하게 돼요. 이후 '순애야', 이 한 마디 대사에 슬픔, 감동, 원망, 기쁨 모든 게 느껴졌어요. 사실 감독님의 전작 '고교처세왕'을 볼 때마다 '우와, 대박이다'를 외쳤는데, '오나귀' 섭외를 받고 그 감독님에 그 작가님이라는 걸 알고 '무조건 한다'고 했어요."
그리고 어쨌든 절대 피할(?) 수 없는 박보영과의 첫키스 촬영에 관한 질문이 등장.
"어쩌겠어요. 여배우가 첫 키스신이라는 데 부담이 안 간다면 거짓말이죠. 첫 키스니 아무래도 더 잘 나와야 한다는 마음에 적잖은 부담감이 생겼어요. 그걸 내색 안하고 숨기려고 했는데, 보영씨한테 티가 났나봐요. 그렇다고 하더라고요.(웃음) 키스를 할 때는 키스 자체에 집중하기보다는 순간의 상황에 집중했어요. 첫 키스는 소형(박정아)으로 착각해 하는 장면인데, 감기 때문에 너무 아픈 상태에서 하는 키스였죠. 그냥 딱 그 느낌으로 입을 맞췄어요."
물론 그게 끝이 아니었다. 두 번째, 세 번째, 그리고 달달함을 끝을 보여주며 TV앞 시청자들을 저절로 소리치게 만들었던 네 번째 '뽀뽀 한 번 더해도 돼요?' 키스신에 대한 설명들이 줄줄이 이어졌다. 특히 이 마지막 키스신에 힘을 입었는지 최종회 시청률은 무려 2%가 더 치솟았다.
"2번째는 상상 키스신요. 주방에서 거칠게 밀치고 키스를 해서 쉽지가 않았죠. 3번째는 수건으로 닦다가 했던 키스. 제 마음을 고백했던 장면이죠. 그리고 문제의(?) 4번째 키스신은, 2년 뒤 봉선의 성장을 보여주는 키스였어요. 바로 어제 봤던 사람처럼 가볍게 키스하는 게 어울릴 것 같았죠. 대본에는 그냥 '나봉선이 앉히고 키스를 한다' 였거든요. 고민하다가, '잠깐 안아볼게' 하고 보영씨를 들어올려 내려다보는 그림을 시도해봤어요. 장면 자체가 예쁠 것 같았어요. 봉선이 선우에게 키스를 먼저 하는 것도, 내려다보면서 하는 것도, 봉선의 성장을 의미해요. 대본상으로는 그게 끝인데, 감독님이 '커트'를 안 하셔서 이후에 '안 힘들어요?''괜찮아요?''근데 뽀뽀 한 번 더 해도 돼요?' 등의 애드리브가 계속 이어졌어요.(또 현웃)"
여자도 반할 정도로 지속적으로 이어져, 보는 이를 호흡 곤란 지경에 이르게 했던 극중 봉선(박보영)의 살인적 애교들. 그럼 실제 조정석이 곁에서 본 실제 박보영의 애교는 도대체 어땠을까. 박보영 스스로는 일단 '애교가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고 했다.
"자기 말로는 '애교가 없다'고 하는데, 절대 절대 동감은 못하겠어요. 그렇게 말하는 이유는 물론 알겠어요. 일부러 하는 그런 애교는 진짜 안해요. 그냥 사람 자체가 애교고, 존재 자체가 러블리예요. 애교 덩어리, 웃는 게 다 애교죠. 사람 자체가 품고 있는 애교가 있거든요. 보영씨는 딱 그런 사람이에요."
불행인지, 다행인지, 다음에 그가 보여줄 연기는 '오나귀'와는 전혀 다른 작품이고 전혀 다른 캐릭터다. (키스신이 있을지 없을진 모르겠지만) 오는 10월에 개봉 예정인 '저널리스트'(가제)가 바로 그 영화다. '저널리스트'는 특종을 둘러싼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언론과 살인사건이라는 흥미로운 소재가 결합한 작품으로 극중 조정석은 사회부 기자 허무혁 역을 맡았다.
"영화 속에서 사회부 기자 역할이지만, 단순히 기자의 이야기를 다뤘다기 보다는 큰 사건에 휘말리며 전개되는 이야기가 주축을 이뤄요. 잘 나왔어요. '오나귀'의 강선우와는 완벽하게 다르다는 걸 제가 장담해요. 비주얼도 그렇고, 역할 자체도요. 꼭 기대해주세요."
그리고 끝으로 덧붙인 건, 배우로서의 조정석의 목표다.
"궁금증을 유발할 수 있는 배우가 됐으면 해요. 적어도 영화를 찍는다고 했을 때, 궁금해서 한 번은 보고 싶게 하는 그런 배우요. 그게 드라마라면 딱 1회라도 볼 수 있게 강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그런 배우이고 싶어요." / gato@osen.co.kr
문화창고 제공, '오나귀'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