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쇼미더머니4', '판'을 깨고자 하는 예능판 헝거게임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5.08.28 14: 06

엠넷 '쇼미더머니'를 보고 있으면 영화 '헝거게임'이 겹친다는 반응이 있다. 영화는 지독한 서바이벌을 소비하는 얄팍한 대중과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관음주의 속성, 그리고 쇼(세상)를 지배하는 미디어를 보여준다. 그런데 주인공 캣니스(제니퍼 로렌스)가 의미있는 것은 이 쇼에 참여하면서도 규칙들을 자생적으로 변화시키면서 조금씩 체제를 전복해간다는 데 있다.
이번 '쇼미더머니4'의 출연자들에게서는 스스로 판에 참여하고도 이 판을 깨려는 움직임이 수없이 포착됐다. '헝거게임'의 주인공들이 시스템 자체에 비판적이듯이 출연자들은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란 '쇼미더머니'에 대한 비판을 가사에 담아냈다. 
그 시작과 중심에는 블랙넛이 있었다. 블랙넛은 '어차피 우승은 송민호'란 말로 본인이 '짜여졌다고 믿는' 판에 대한 저항을 드러냈다. '헝거게임'에서 제니퍼 로렌스가 판 자체에 균열을 가져오듯이 블랙넛은 다른 출연자들과 시청자들에게 이 '쇼미더머니'에 대한 일종의 거리감을 갖게 했다.

이는 재빠르게 전파됐다. AOMG팀의 박재범은 가사를 통해 "어차피 송민호가 우승하겠지만 탈락해도 우린 여전히 떳떳해. 쇼미더머니한테 뭘 바래. 여기 나온 우린 너무 멍청해"이란 가사를 내놓았고, 릴보이는 시스템 자체를 비판하며 출연자들이 '보스 위의 보스가 되야 한다'라고 말했다. '쇼니까 벌스에 뭐를 쓰던 거짓말'이라고 일침을 가하고 더불어 '어차피 우승은 송민호'라고 말하는 블랙넛을 꼬집기도 했다.
우승은 별개로 두고, 지금까지의 전개로 '쇼미더머니4'를 한 편의 영화라고 본다면 주인공은 블랙넛일 수도 있고 송민호일 수도 있다. 두 사람 모두 어떤 식으로든 '판을 깨야한다는 것'에서 같다.
독설 가사에 특화됐으면서도 무대 공포증이 있어 선글라스를 써야만 하는 이색 드라마를 지닌 블랙넛은 1화부터 '어차피 우승은 송민호'라며 애초에 자신이 판에 대한 생각을 환기시켰음에도, 아이러니하게 나중에는 자신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려 했다. 송민호와의 대결에서 우승하고자 하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던 것이다. 그는 "이제 우승은 송민호라는 말 안쓸거다. 깨부수고 싶다"라며 주인공으로 치면 '캐릭터의 변화'를 보여줬다. 
송민호는 블랙넛에 의해 드라마틱해진 부분이 있지만 숙명적으로 무게를 짊어진 주인공이다. 시작에서부터 바비라는 시즌3의 우승자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던 송민호는 대형 기획사 아이돌 래퍼의 상징처럼 돼 프로그램 내에서 다른 래퍼들의 공격을 받았다. 하지만 언더와 오버의 색깔을 동시에 지녔다는 특이성으로 송민호는 바비와는 달랐다.
바비 등 이전까지 '쇼미더머니'에 등장한 아이돌이 '실력없는' 아이돌 래퍼란 편견을 벗기 위해 노력했다면 송민호는 아예 처음부터 실력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 듯 했다. 잘 하는 건 누구나 알고 있었고 더욱이 '어파치 우승은 송민호'란 말 때문에 송민호가 부숴야 할 것은 실력에 대한 편견이 아닌 아예 판 자체가 돼 버린 것이다. 
송민호가 우승자가 된다면 역시 아이러니하게도 '어차피 우승은 송민호'에 대한 편견(반발세력)을 깨 버린 우승자 송민호가 된다. 
한편 28일 방송되는 '쇼미더머니4'에서는 결승전 생방송이 진행된다. / nyc@osen.co.kr
엠넷, 쇼미더머니4'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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