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호는 저주를 풀었고 베이식은 판을 깼다.
28일 방송된 Mnet '쇼미더머니4'에서는 '송민호 대 베이식'의 마지막 대결이 펼쳐졌고 우승은 '아임 더 맨', '좋은 날'을 부른 베이식, 준우승은 '오키도키', 'Victim + 위하여'를 선보인 송민호에게 돌아갔다. 애초에 강력한 우승 후보들로 여겨졌던 이 래퍼들은 마지막까지 예측 불가 경쟁을 펼쳤다.
이날 베이식의 우승은 반전이라면 반전이다. '어차피 우승은 송민호'란 말을 깨뜨린 주인공이 됐기 때문이다. 과연 블랙넛이 던진 이 말을 깰 주인공이 블랙넛이 될 지 다른 사람이 될 지, 아니면 역설적으로 송민호 본인이 될 지 관심을 모았던 바다.
블랙넛은 조롱과 질투를 담아 '어차피 우승은 송민호'라 외치며 대중과 다른 출연자들에게 '쇼'에 대한 개념을 계속적으로 환기시켰던 바다. 이 말이 블랙넛을 넘어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회자되면서 보는 이에게 지속적으로 '짜여진 판'에 대한 생각을 심어주게 됐다. 하지만 결국 블랙넛은 마지막에 자신이 이 판을 깨고자 노력했고, 이뤄지지 않았다.
이 판을 깬 것은 베이식이다. 베이식의 우승은 '쇼미더머니4'에게는 상당한 의미를 지니는데, 이번 시즌에서 유독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쇼미더머니4'는 결과적으로 음지의 실력자에게 마지막 왕좌를 내 주며 프로그램이 갖는 일종의 긍정적인 역할을 해 냈다. 베이식은 한 아이의 아빠이자 가장으로서 래퍼의 꿈을 접어야했지만, 다시 그 꿈을 꾸기 위해 경쟁에 참여한 언더의 고수. '쇼미더머니4'는 베이식이 나아갈 앞으로의 행보에 최상의 기회를 제공해 준 것이다.
송민호 본인이나 팬들에게는 아쉬운 일이겠지만 프로그램으로서는 패하고 돌아가도 위너인 송민호의 준우승, 다시금 꿈을 꾸기 시작한 아빠 래퍼 베이식의 우승이 최상의 그림이 아닐 수 없다. 베이식의 우승은 프로그램에 일종의 '선'의 역할을 했다.
송민호는 자신을 압박했던 '어차피 우승은 송민호'란 말의 저주를 풀었다. 전 시즌의 바비가 YG엔터테인먼트의 연습생으로 시작, 다른 출연자들이 다소 방심하는 사이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며 '훅' 파고들어왔다면 그룹 위너의 멤버인 송민호는 출발에서부터 모든 이들의 경계 대상이 됐다는 것에서 달랐다.
송민호가 와일드카드처럼 위로 올라갈수록 '어차피 우승은 송민호'라는, 이미 만들어놓은 뭔가가 있다고 믿는 판에 대한 의혹이나 억측은 사그러들지 않았고, 그 말은 '어차피 우승은 송민호' 자체에 대한 반발 세력을 키웠던 터다. 이런 상황에서 베이식이 송민호를 꺾고 우승하면서 '(송민호를 위해)만들어진 각본'이란 얘기는 힘을 잃게 됐다.
대형 기획사 아이돌 래퍼의 상징처럼 돼 다른 래퍼들의 무수한 공격, 특히 '어차피 우승은 송민호'란 꼬리표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송민호는 우승을 거머쥐지는 못했지만 '쇼미더머니' 사상 가장 인상깊은 준우승자인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논란과 색안경 속에서도 이 정도로 멘탈을 유지하며 실력 증명에 힘써온 부분은 확실히 높이 살 만 하다.
어쩌면 송민호에게 준결승 이후 우승 여부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쇼미더머니4'에서 송민호가 누린 가장 큰 영광과 하이라이트는 이미 '어차피 우승은 송민호'의 주인공인 블랙넛을 꺾었을 때였으니까. / nyc@osen.co.kr
엠넷, '쇼미더머니4' 영상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