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나의 귀신님’에서 단아하고 청순한 매력을 마구 뿜으며 남정네들의 마음을 사뭇 설레게 하던 은희 씨가 ‘고교처세왕’에서 커트 머리를 하고 색기가 흘러넘치던 고윤주와 동일 인물이라면 믿겠는가. 두 드라마를 모두 본 시청자라도 두 캐릭터를 한 배우가 연기했다고 예상하기가 쉽지 않다.
은희와 고윤주. 두 캐릭터를 배우 신혜선이 모두 소화했다. 신혜선은 놀라울 만큼의 연기변신을 시도해 새로운 캐릭터로 나타났다. ‘고교처세왕’에서 섹시함으로 남심을 흔들었다면 ‘오 나의 귀신님’에서는 청순함으로 남자들의 가슴을 간지럽혔다는 표현이 적절한 듯하다.
그리고 직접 만나면 신혜선은 은희와 고윤주를 반반씩 섞어 놓은 듯했다. 청순하기도 하면서 발랄하고 잘 웃는, 만나보면 상대방을 기분 좋게 해주는 에너지가 있는 여배우였다.
“저는 은희와 비슷한 점이 있을 거라고 스스로 생각해요. 그런데 저를 아는 주변 분들은 뭐라고 해요. 제가 그런 성격이 아닌가 봐요.(웃음) 현장에서도 ‘고교처세왕’ 때 친해진 스태프들이 ‘은희의 실체를 밝히겠다’, ‘가식적이다’고 놀리셨어요. 제가 이런 천사 같고 청순한 역할을 할 수 있을까라는 부담이 생겼어요. 하지만 그런 반응은 곧 제가 다른 성격의 캐릭터도 잘 어울리도록 연기할 수 있구나라는 자신감을 얻었어요.”
신혜선은 ‘오나귀’에서 선우(조정석 분)의 여동생이자 성재(임주환 분)의 아내 은희 역을 맡아 착하고 단아한 매력을 보여줬다. 예기치 못한 뺑소니 교통사고로 발레리나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휠체어를 탄 채 살아가는 비운의 여인 역으로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휠체어를 타고 연기하면서 움직임이 자유롭지 않다는 것 외에 크게 힘든 건 없었어요. 편했던 건 제가 위치를 잡거나 이동해야 할 때 주환 오빠, 정석 오빠가 옮겨줬어요. 초반에는 너무 송구스러웠는데 오빠들이 앉아 있으라고 하고 옮겨주고 이후에는 그게 익숙해져서 편했어요.(웃음) 그런데 휠체어에 앉아 연기하는 게 어려웠던 건 제가 밥을 진짜 많이 먹는 사람인데 밥을 많이 먹고 촬영하는 날은 속이 더부룩해서 의식적으로 덜 먹고 그랬어요. 살도 찌는데 다른 배우분들은 마르셔서 은근히 신경 쓰이더라고요. 박보영 씨도 여리여리 하고 부러질 것 같고 슬기 씨나 주환 오빠, 종석 오빠도 그렇고 신경 쓰였는데 다행히 앉아 있고 스커트로 가릴 수 있었어요.”
‘오나귀’에서 천사 같은 얼굴을 하고 조곤조곤 말을 하며 휠체어를 탄 은희를 연기한 신혜선은 시청자들에게 확실히 인상이 깊게 남은 배우였다. 거기다 ‘오나귀’는 신드롬 수준의 인기를 얻었고 신혜선 또한 ‘고교처세왕’ 때보다 인기가 많아졌다.
“‘오나귀’의 인기는 정말 실감해요. 저의 인기는 아직 체감할 정도는 아니지만요. 가끔 알아봐 주는 분들이 있는데 평소대로 하고 다니면 못 알아보시고 은희처럼 하면 알아보세요. 한 번은 제 옆에서 ‘오나귀’ 얘기를 하고 계신 분들이 저를 못 알아보시더라고요.(웃음) 그리고 은희 캐릭터를 위해 머리를 길게 붙인 거라 머리 뗐을 때는 더 못 알아보시더라고요. 인지도가 높은 배우가 아니다 보니까 캐릭터로 기억을 많이 해주는데 은희 세팅을 하지 않으면 매치가 잘 안 되는 것 같아요.”
신혜선은 ‘오나귀’가 ‘고교처세왕’ 만큼 잘 될 거라는 예상을 했다. 배우들이 첫 대본 리딩 때부터 친해졌고 첫 호흡은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그리고 배우들의 호흡은 그대로 드라마의 인기로 이어졌다. 신혜선의 예상이 맞아떨어졌다.
“‘오나귀’가 잘 될 것 같았어요. 사실 잘되든 안 되는 상관이 없었어요. 상관없다는 게 잘 되는 게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라 대본 리딩 때도 너무 좋았고 우리끼리 재미있게 잘하면 잘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현장 분위기나 호흡도 좋고 ‘고교처세왕’ 때도 그랬기 때문에 잘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이 정도 일 줄은 몰랐어요. 정말 대단해요. 무엇보다 주인공들의 힘이 커요.”
신혜선이 ‘오나귀’에서 가장 호흡을 많이 맞춘 배우는 임주환이었다. 임주환은 극 중 신혜선의 남편 역을 맡았다. 신혜선은 임주환과의 호흡이 좋기도 했기만 악귀에 씐 임주환을 생각하면 신혜선도 시청자들과 마찬가지로 임주환이 무섭기만 했다. ‘오나귀’ 마지막 회에서 임주환이 악귀에게 벗어난 후 신혜선을 향해 환하게 웃는 모습조차도 그에게는 무서웠다.
“평소에 오빠가 젠틀하고 분위기를 잘 맞춰주는 편이에요. 저는 드라마 찍으면서 성재 캐릭터에 이입되다 보니 현장에서도 성재로 보였어요. 정말 이입이 되게 연기를 잘하셔서 눈을 잘 못 보겠더라고요. 그래서 어떤 때는 쇄골을 보고 연기하기도 했어요. 정말 무서웠어요. 저는 본방을 다 챙겨봤는데 모니터를 하면서도 성재가 무섭더라고요. 보면서 ‘은희 어떻게 하냐고’ 하기도 하고 오빠는 정말 무서웠어요. 그리고 특히 15회 마지막 장면이 강렬하게 남아서 마지막 회에서 성재가 은희를 보면서 약간 울면서 우는데 그 장면 촬영하고 나서 성재가 연기하고 있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성재 캐릭터에 완전히 이입돼 있었어요.”
임주환을 비롯해 ‘한 연기’하는 박보영과 조정석과 호흡을 맞추고 이번에 새롭게 연기변신도 한 것은 물론 많은 인기도 얻은 신혜선은 ‘오나귀’에 대한 마음이 그 어느 작품보다도 남다르다.
“딱 단정 짓기 힘들 정도로 지금 ‘오나귀’를 생각하면 소름이 돋는다고 해야 하나, 감격스러운 게 있어요. ‘고교처세왕’ 때는 마냥 재미있기만 했는데 ‘오나귀’ 때는 차분한 캐릭터를 맡아서 그랬는지 생각할 게 많았어요. 캐릭터에 대해서 생각하는 시간도 많았고 현장에 참여하는 마음도 달랐어요.”
올해 데뷔 3년 차지만 분명 신혜선은 ‘오나귀’를 통해 한 단계 성장한 듯하다. ‘고교처세왕’부터 ‘오나귀’까지 극과 극의 캐릭터를 탁월하게 소화하며 시청자들에게 확실히 눈도장을 찍었다. 이뿐 아니라 MBC 새 수목드라마 ‘그녀를 예뻤다’에서 또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날 예정이다. 쉼 없이 달려가고 있는 신혜선. 기대할 수밖에 없는 여배우다.
“올해는 내년을 위해 초석을 다니는 시간이에요. 당장 이번 해에 큰 걸 바라지 않아요. 멀리 보고 있어서 지금 맡은 일들만 잘 진행되면 좋겠어요. 큰 목표는 시상식에 초대되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어요. 연기하기로 한 이상 연기력을 인정받는 게 영광인데 지금은 건방진 생각이지만 그런 영광을 누려보고 싶어요. 언젠가는 주인공을 해보고 싶어요. 주연은 하늘의 별 같은 존재인데 언젠가는 ‘나도 할 수 있겠지’라는 희망을 품고 있어요. 그런 희망이 있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 같아요.”/kangsj@osen.co.kr
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