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피를 나눈 부모와 자식, 형제만이 가족은 아닐 것이다. 같이 밥을 먹고 땀 흘리고, 농사를 지으며 기쁜 일이나 힘든 일을 함께 겪은 이들은 어느 새 가족처럼 가까워져 있었다. 셰프와 가수, 개그맨 등 각기 다른 분야에서 모인 그들 사이의 낯설음과 장벽은 이미 허물어진지 오래였다.
지난 29일 방송된 KBS 2TV 예능프로그램 ‘인간의 조건-도시 농부’에서는 윤종신, 조정치, 최현석, 정태호, 박성광이 김장 대비 배추를 심기 위해 본격적인 밭 정리에 들어간 모습이 그려졌다.
한참을 땡볕 아래에서 밭을 정리한 이들은 정태호의 제안으로 물놀이를 시작했다. 물총 싸움과 물풍선 맞히기 게임을 하며 더위를 식힌 이들은 윤종신이 부추 모종을 받기 위해 다른 도시 옥상 텃밭을 방문하러 나간 사이 그늘에 앉아 다시 일을 시작했다. 무를 심기 위한 장화 화분을 만드는 정태호와 조정치 옆에서 최현석은 30분만 쉬겠다며 기타 연주를 시작했다. 그런 그의 옆에서 박성광은 무료 수확물 나눔 번개를 위해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않고 SNS에 열중했고, 이내 최현석의 감미로운 기타와 노랫소리는 장화에 구멍을 뚫는 드릴 소리에 묻히고 말았다. 결국 드릴 소리 때문에 안 되겠다며 최현석은 연주를 포기했고, 멤버들은 그마저도 신경 쓰지 않았다. 서로를 신경 써서 의식하지 않는 모습에 최현석은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진짜 가족이 된 것 같다”며 편안하게 속내를 드러냈다. 자신이 노래를 부르건 말건 신경 쓰지 않고 각자의 일에 집중하는 것에서 자연스러운 가족의 모습을 발견했다는 최현석은 “식구가 된 것”이라며 웃었다.
이어 그들은 무심하고 무뚝뚝한 가족의 모습에서 막내인 박성광을 살뜰히 챙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사실 이날은 박성광에게 유독 힘든 날이었다. 수확한 작물을 팬들에게 나눠주기 위해 SNS에 글을 올리고 호기롭게 팬들이 적어도 70명 이상은 모였을 거라 장담했지만 약속 장소에 나간 그를 기다리고 있었던 건 허허벌판 뿐. 그는 단 한 명도 찾아오지 않은 SNS 번개에 크게 실망하며 시무룩해진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하루 종일 개그맨 박영진과 비교 당하며 놀림을 받던 박성광은 텃밭에 박영진이 깜짝 등장하자 찬밥 신세가 되고 말았다. 또한 새로운 작물을 심기 위해 지난주에 박성광이 애써 심어놓은 꽃들을 뽑으려는 형들의 모습에 서운함과 속상한 마음을 고백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이런 마음은 다시금 형들로 인해 풀어졌다. 알고 보니 박영진의 등장은 녹화 이틀 전 생일을 맞이한 박성광을 축하하기 위한 깜짝 등장이었고, 이를 알고 있던 형들의 짓궂은 장난이었던 것. 그리고 그가 심었던 꽃은 최현석의 밭 한편에 다시 가지런히 자리를 잡았다. 은근슬쩍 자신이 심은 꽃을 자랑하는 박성광의 말에 최현석은 “저번 주에 심었다 옮기게 해서 미안했다”며 마음을 털어놓았고, 꽃을 심자고 했던 성광의 의견은 최고였던 것 같다며 그를 칭찬했다. 예상치 못했던 최현석의 말에 박성광은 “사람이 바뀐 것 같다”며 쑥스러운 마음을 재치 있게 표현했다.
특별한 말 한마디 없이 그 존재만으로 의지가 되고 힘이 되면서도 때로는 의외의 말로 기쁨과 감동을 주는 가족이라는 존재. 티격태격 의견 차이를 보이면서도 서로를 아끼고 보듬는 마음으로 이제는 프로그램 때문에 만나게 된 도시 농부에서 ‘가족 농부단’으로 거듭난 이들이 수확한 작물은 유독 더 맛있을 것만 같다.
한편 ‘인간의 조건-도시농부’는 삭막한 도시의 건물 옥상에 텃밭을 만들어 도시 농업에 도전하는 도시 남자 여섯 명의 좌충우돌 리얼 농사 버라이어티다. 매주 토요일 오후 11시 20분 방송. / nim0821@osen.co.kr
‘인간의 조건-도시 농부’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