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애인 있어요’가 한 번 보면 계속 보게 되는 놀라운 흡인력으로 시청률 역주행을 노리고 있다. 불륜을 소재로 하나, 흔한 불륜 드라마는 아닌 탄탄한 이야기로 안방극장을 정조준하고 있는 것. 1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재밌는 전개를 내세운 ‘애인 있어요’가 낮은 시청률이 전혀 상관 없는 매서운 화제성을 보이고 있다.
SBS 주말드라마 ‘애인 있어요’는 쌍둥이 자매가 각기 다른 인생을 살다가, 하나의 사건을 계기로 인생이 바뀌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어떻게 보면 막장 드라마에서 흔히 나오는 소재는 다 모였다. 거짓 인생을 살거나, 불륜에 빠진 남녀, 온갖 음모가 도사리는 전개만 보면 그렇다. 허나 이 드라마는 ‘막장 드라마’는 아니다.
일단 ‘막장 드라마’는 재미를 위해 이야기 전개가 허술하고 센 극성만 남을 경우를 뜻한다. ‘애인 있어요’는 ‘로망스’, ‘반짝반짝 빛나는’, ‘스캔들: 매우 충격적이고 도덕적인 사건’ 등을 집필한 배유미 작가의 신작. 재밌는 통속극으로 시청자들을 편안하게 사로잡는 필력을 가진 배 작가는 이번에도 쉽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들었다.
‘애인 있어요’는 서로가 만난 적이 없는 쌍둥이 도해강(김현주 분)과 독고용기(김현주 분)가 제약회사의 비리와 해강 남편 최진언(지진희 분)의 불륜을 계기로 뒤엉킨 갈등에 휘말리면서 인생이 바뀌게 되는 이야기가 주된 토대. 아직까지 3회밖에 방송되지 않은 탓에 초반 진언과 해강의 사랑이 왜 시들시들해졌는지, 진언이 강설리(박한별 분)에게 왜 빠졌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한 해강이 제약회사 비리의 중심에 있음을, 이 비리 탓에 용기가 위기에 빠지게 되는 갈등의 시발점이 그려지고 있다.
아직 본격적인 이야기를 하지도 않았지만 일단 이 드라마는 해강, 진언, 설리 세 남녀가 흔들리는 사랑에 놓인 이야기만으로도 흥미를 자극하는 중이다. 이 드라마가 초반부터 쫄깃한 전개를 보이는 것은 배 작가 특유의 섬세한 인물 묘사 덕분. 불륜이 벌어지는 데 있어서 단편적인 사건만 다루는 게 아니라 인물의 감정 변화를 세세하게 다루고 있다.
불륜이라는 소재 자체가 안방극장의 분노를 유발하는 까닭에 이 같은 정밀한 감정 변화와 잘 짜인 이야기는 더 많은 시청자들의 가슴을 치게 만드는 이유가 되고 있다. 빈 구석이 없이 잘 짜인 자극적인 전개는 침체에서 벗어날 길을 못 찾고 있는 SBS 주말 드라마의 반등의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 시청률은 5%대이지만 화제성만큼은 동시간대 드라마를 압도하고 있기 때문.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인 동시에, 이야기와 배우들의 열연이 비교적 높은 완성도의 드라마라는 호평을 받게 하고 있다. 이 드라마에서 1인 2역을 맡은 김현주는 세련된 미모를 갖춘 해강과 촌티 가득한 임산부 용기의 구분점을 확실히 하고 있다.
특히 불륜을 목도하고 충격에 빠지거나 흔들리는 사랑에 불안해하는 해강을 정밀하게 묘사하며 연기 잘하는 배우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지진희는 욕할 수 없는 불륜에 빠진 남자를 연기하며 섹시하면서도 지적인 매력으로 주부 시청자들의 마음을 흔들고 있다. 방송은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10시. / jmpyo@osen.co.kr
'애인 있어요'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