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의 음식 배달 특집은 언제나 말은 툭툭 던져도 알고 보면 따뜻한 남자 박명수의 진면목을 다시 한 번 알 수 있는 방송이었다. 20년 넘게 방송을 한 까닭에 어떻게 하면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선사하는지 아는 노련미를 가지고 있지만, 억지 감동을 끌어내지 않으며 더 큰 감동을 안겼다. 울지 않았지만, 우는 것보다 더 진한 감동이 밀려왔다.
지난 29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은 박명수가 칠레 라면 가게 사장과 그의 아들에게 그리운 한국 음식을 배달하기 위해 40시간의 비행 시간을 견디고 깜짝 몰래카메라로 만남의 반가움을 높이는 이야기가 그려졌다.
긴 비행 시간을 투덜거리면서도 한국에 있는 가족이 준비한 음식을 가지고 총총 발걸음을 옮기는 박명수의 얼굴에는 설렘과 기대가 가득했다. 이윽고 칠레 라면 가게 사장과 그의 아들을 만난 후 닭강정을 만들어주겠다고 투박한 손길로 분투하는 모습이 담겼다. 과정은 어설펐지만 예상 외로 맛있는 음식이 나온 후 함께 밥을 먹으며 이런 저런 대화가 이어졌는데, 세 사람은 이날 처음 만난 사이라고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친근했다. 밥그릇을 비울수록 가까워지는 이 프로그램이 밥 한 끼를 배달하고자 먼 타국 땅을 밟은 진짜 이유가 펼쳐졌다.
평소 성격 그대로 불편한 것은 불편한대로, 자신이 한 요리에 대해 성과를 인정받고 싶어 하는 티를 팍팍 내면서도 그 속에는 뭉클한 진심이 숨어 있었다. 가장으로서 가족과 헤어져 지낸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이라는 것을 공감하고 있는 박명수는 배달이 얼마나 수고스러운 일이었는지, 이 음식이 얼마나 정성스러운 음식인지 굳이 강조하지 않았다. 오는 내내 힘든 기색이 역력했지만, 막상 라면 가게에 당도한 후에는 무심한 듯 덤덤한 듯 음식을 배달하고 요리를 했다.
마지막 순간 박명수는 “우리 아버지와 스타일이 비슷하다. 염색 했으면 좋겠다. 더 젊게 보이실 거다. 나중에 기회가 돼서 찾아온다면 라면 다시 한 번 끓어주셨으면 좋겠다”라고 투박하지만 인간미 가득한 진심을 전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울컥했지만 이를 숨기며 “눈물이 나려고 하는데 감동을 일부러 잡지 않겠다”라고 애써 농담을 했다.
예능이 감동을 만드는 작법을 알고, 스스로도 농담처럼 “억지로 감동 만든다”라고 말을 하는 박명수는 진짜 감동적인 순간에는 오히려 억지로 꾸미지 않았다. 정제돼 있지 않고, 세련된 순간도 아니었지만, 박명수의 닭강정이 감동적이었던 것은 한 끼 밥상의 정성을 아는 인간미가 있는 남자기 때문일 터다. 늘 독설을 하고 ‘무한도전’ 내에서 다른 멤버와 투닥거리지만 알고 보면 좋은 사람이라는 유재석의 말처럼 말이다. / jmpyo@osen.co.kr
‘무한도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