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여자를 울려’, 어차피 권선징악? 하희라만 남았다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5.08.31 06: 59

MBC 주말드라마 ‘여자를 울려’는 악녀 하희라의 끝없는 악행이 이야기를 지배한 드라마였다. 종영 2회를 앞두고서야 주인공인 김정은과 송창의의 이야기에 집중될 정도로, 악녀 하희라가 이끌어가는 드라마와 다름 없었다. 오죽하면 주인공이 바뀐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일었다.
지난 30일 종영한 ‘여자를 울려’는 4월 18일부터 방송된 40부작 드라마. 아들을 잃은 한 여자가 자신의 삶을 꿋꿋이 살아가는 과정과 그를 둘러싼 재벌가 집안을 배경으로 인물들의 사랑과 갈등, 용서를 그리겠다는 기획의도는 아쉽게도 잘 표현되지 못했다.
아들을 잃은 한 여자가 정덕인(김정은 분)이고 그를 사랑한 재벌가 남자가 강진우(송창의 분)였다. 초반 이 드라마는 덕인의 남편인 황경철(인교진 분)의 뻔뻔한 불륜에 초점을 맞췄고, 중반 이후에는 덕인과 진우가 아닌 그릇된 탐욕을 가지고 있는 나은수(하희라 분)의 악행이 중심이 됐다.

중간 중간에 진우의 아들 강윤서(한종영 분)가 덕인의 아들을 죽게 만들었고, 이를 뒤늦게 알게 된 두 사람이 또 다시 이별을 맞는 이야기가 펼쳐졌지만, 은수의 천인공노할 모략에 가려져 이야기의 중심에 서지 못했다.
워낙 은수가 강태환(이순재 분) 회장 가족을 상대로 하는 악행의 극성이 센 까닭에 모든 이야기가 은수로 향했다. 은수는 덕인과 진우의 사이를 방해하기도 하고, 동서인 최홍란(이태란 분)과 기싸움을 벌이기도 했고, 강진명(오대규 분)을 손바닥 안에서 인형놀이 하듯 갖고 놀아야 했으며, 아픈 아들 강현서(박상현 분)의 사랑을 방해해야 하는 그야말로 이 드라마의 전천후 역할을 책임졌다. 막판에는 태환과 살벌한 전쟁을 펼쳤다. 
 
이러다 보니 정작 덕인이 꿋꿋하게 살아가고, 새로운 사랑을 찾는 과정은 지루하고 답답하게 느껴졌다. 지나치게 센 인물을 전면에 내세운 폐해였다. 40부 내내 덕인과 진우는 작은 오해에 휘둘리고, 집안 갈등에 휘말리며, 결국 가족이 발목을 잡아 헤어지기 일쑤였다. 날이 갈수록 은수는 포악해지고, 경찰 출신 용기 많은 오지랖 아줌마 덕인은 한없이 나약한 존재로 그려졌다. 때문에 이 드라마는 ‘여자를 울려’가 아니라 ‘하희라가 울려’라는 제목으로 바꿔야 하는 게 아니냐는 시청자들의 뼈 있는 일침이 인터넷을 뒤덮었다.
사실 주말드라마는 어쩔 수 없이 쉬운 이야기인 권선징악을 다룬다. 악의 축이 존재하고, 주변의 선한 인물들이 행복하기 위한 과정을 다루는 공통점이 있다. 어차피 권선징악으로 결론이 날 이야기였지만, 이 드라마는 종영을 2회 앞두고서야 갑자기 은수가 선한 인물로 탈바꿈하는 이해 못할 행동이 펼쳐졌다. 은수의 성격은 ‘사이코패스’에 가까웠는데 갑자기 누그러지며 시청자들을 허무하게 만들었다. 은수가 태환의 죽음을 계기로 정신을 차리고 모든 것을 포기하니 태환 가족은 안정을 찾았고, 이제 서로의 존재가 상처였던 덕인과 진우가 사랑을 되찾는 일만 남았던 것이 사실이다.
마지막은 예상대로 덕인과 진우가 행복한 일상을 사는 이야기로 마무리됐다. 40부작을 돌이켜봤을 때, 이 드라마에 남은 사안을 곱씹어본다면 많지 않다. 지독히도 욕하는 악녀를 만든 하희라의 뛰어난 연기 정도가 아닐까 싶다. 또한 ‘금나와라 뚝딱’에 이어 ‘고급 막장 드라마’를 완성한 하청옥 작가의 답답함이 극대화되지만 어찌 됐든 시청자들을 끌어들이는 재주는 인정할 만 하다. 
한편 ‘여자를 울려’ 후속은 ‘그대 그리고 나’, ‘엄마의 바다’, ‘누나’ 등을 집필한 김정수 작가의 ‘엄마’가 다음 달 5일 첫 방송된다. 이 드라마는 오랜 세월 자식들에게 희생하며 살아온 엄마 ‘윤정애’가 모든 것을 자식들에게 다 내주고 빈 껍질만 남은 자신을 짐스럽게 여기는 자식들을 향해 펼치는 통쾌한 복수전을 담고 있다. / jmpyo@osen.co.kr
‘여자를 울려’ 방송화면 캡처, M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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