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구의 꽃’이라는 오명이 따라다녔던 ‘여왕의 꽃’이 모든 인물들이 행복한 결말을 맞으며, 급하게 마무리 됐다. 성공을 위해 거짓말을 했던 악녀(이 드라마는 주인공을 선한 인물로 포장하고 설득시키는데 실패했다) 레나정(김성령 분)이 지독한 악녀 마희라(김미숙 분)를 몰락시키는데 성공하며 권선지악으로 마무리됐다. 무려 50부 동안 선하게 그려지지 못한 애매한 악녀 레나와 밑도 끝도 없는 악녀 희라의 대결이 끝난 셈이다.
지난 30일 종영한 MBC 주말드라마 ‘여왕의 꽃’은 지난 3월 14일 첫 방송을 한 50부작 드라마였다. 50부라는 긴 호흡이 무색할 정도로 참 간결하고 단순하며 허무맹랑한 이야기다. 성공을 위해 거짓말도 서슴지 않는 레나가 신분상승의 사다리 박민준(이종혁 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아등바등하고, 아들 박재준(윤박 분)을 대기업 후계자로 만들기 위한 지독한 엄마 마희라(김미숙 분)가 레나를 방해하는 이야기가 전부였다.
여기에 출생의 비밀 종합선물세트였다. 레나가 악녀가 된 이유에 출생의 비밀이 있다. 레나와 희라 모두 출생의 비밀을 만든 인물들이었고, 덕분에 이야기는 갈등이 매회 휘몰아쳤다. 레나와 희라의 대결구도는 끝도 없었고, 두 사람이 벌이는 악행의 개연성은 부족했다. 악녀들의 악행 수행 능력치는 웬만한 영웅 드라마의 주인공의 능력치보다 높았다.
이를 지켜보면서도 끝까지 사랑하고 믿음을 저버리지 않는 세 남자이자 세 부자는 호구였다. 민준과 재준 형제, 그리고 희라를 사랑하는 박태수(장용 분)는 어떻게 세상을 사나 싶을 정도로 두 여자에게 꼼짝 못했다. 레나와 희라의 술수와 모략에도 굳건한 믿음과 사랑을 베푸는 살아 있는 부처이자 예수였다.
그러다보니 드라마는 세 부자의 어이없는 호구 행동, 도무지 완결되지 않는 레나와 희라의 악행이 답답함을 자아냈다. 드라마가 끝나기 20분 전까지도 희라는 못된 행각을 계속 했다. 막판 20분 동안 급하게 행복한 결말을 맞으며 억지스러운 전개의 끝을 보여줬다. 희라가 태수의 따뜻한 마음 씀씀이에 눈물을 보이고 민준과 레나, 재준과 이솔이 행복한 삶을 이어가는 이야기가 끝이었다. 희라와 레나가 사랑하는 이를 속인 모든 거짓말은 용서가 됐다.
그나마 이 드라마가 인기를 끈 것은 이야기 전개에 있어서 속도감이 있었기 때문. 시청률은 체면치레를 했다. 보통 MBC가 주말 오후 10시대에 자극적인 이야기를 내세우는데, ‘여왕의 꽃’은 이 같은 막장 드라마 계보를 잇는 것은 당연하고 최근 3년여간 방송된 드라마 중 가장 허술한 이야기로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막장 드라마라고 해도 어느 정도 완성도가 있는 작품만 주말 오후 10시대에 배치했던 MBC의 실수 아닌 실수였다.
방영 내내 화제가 된 것은 이야기가 아니었다. 중년의 김성령이 30대 후반으로 보일 정도로 완벽한 미모를 자랑한 것. 드라마 관련 기사 댓글마다 ‘김성령은 참 예쁘다’라는 댓글이 눈에 띌 정도였다. 다행인 것은 종영을 2회 앞두고 예상대로 레나의 희라에 대한 복수가 시작되며 통쾌함을 선사했다는 것. 물론 모두 행복한 결말로 마무리된 까닭에 언제나처럼 개연성은 없었다.
한편 ‘여왕의 꽃’ 후속은 ‘아내의 유혹’, ‘왔다 장보리’를 집필한 김순옥의 신작인 ‘내 딸 금사월’이다.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지만, 일단 이야기의 완성도는 높은 편인 김순옥 작가인만큼 시청자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기대작이다. 이 드라마는 일단 꿈을 잃어버린 밑바닥 청춘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파란만장 인생 역전 성공드라마이자, 엄마와 딸의 아름다운 집짓기를 통해 가족으로의 회귀, 가정의 복원을 소망하는 이야기를 표방하고 있다. 다음 달 5일 오후 10시 첫 방송. / jmpyo@osen.co.kr
‘여왕의 꽃’ 방송화면 캡처, MB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