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더 이상 아이돌이라고 해서 ‘색안경’을 낄 수 없게 됐다. MBC 예능프로그램 ‘일밤-복면가왕’(이하 ‘복면가왕’) 덕분이다. 이 프로그램에는 수많은 아이돌 출연자가 나와 기성 가수 못지않은 막강한 실력을 보여줬다. 아직 인기를 얻지 못한 아이돌 그룹 멤버들은 이 방송을 통해 주목을 받기도 했고, 메인 보컬에 가려있던 서브 보컬이 자신의 실력을 드러내는 등 많은 재발견들이 있었다. 그리고 엑소 첸은 이런 아이돌들에 대한 편견들에 마침표를 찍으며 ‘끝판왕’의 자리에 올랐다.
첸은 지난 30일 오후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일밤-복면가왕'(이하 '복면가왕')에서 전설의 기타맨으로 가왕후보에 올라 10대 가왕이었던 네가 가라 하와이와 맞붙었다.
이날 11대 가왕전 2라운드에서 전설의 기타맨이 처음 맞붙은 가수는 일편단심 해바라기였다. 결과는 전설의 기타맨이 71대 28로 승. BMK의 ‘물들어’를 선곡한 전설의 기타맨은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장혜리의 ‘내게 남은 사랑을 드릴게요’를 부른 일편단심 해바라기를 71대 28로 이겼다. 일편단심 해바라기의 정체는 그간 프로그램에서 여러 번 언급됐던 마마무의 솔라였다.
전설의 기타맨은 기타에서 연상되는 이미지와 거침없는 가창력으로 인해 연예인 평가단들 사이에서 수많은 추측을 낳았다. 김현철은 “각을 세워 음 처리를 하는 것을 보고 이분은 정말 로커가 맞구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누군지 모르겠지만 정말 궁금하다”라고 말했고, 김형석은 “성대가 어리다. 그러면 저 친구는 아이돌 멤버 중 어린 친구일 텐데. 록을 좋아하는 친구라는 생각을 하니까 애잔하다. 그만큼 무대가 감동적이었다”고 감탄을 표했다.
전문가 평가단이 기타맨을 로커라고 생각한 반면, 함께 필드에서 뛰는 B1A4 산들이나 비스트 손동운 등 아이돌 가수들은 그를 아이돌이라고 확신했다. 다만, 누군지 정확하게 맞히지는 못했다.
전설의 기타맨이 보여준 무대는 갈수록 뛰어났다. 가왕후보 결정전에서 그는 밤에 피는 장미 신효범과 맞붙어 승리를 거뒀다. 그가 택한 노래는 전람회의 ‘취중진담’이었는데, 감미로우면서도 감성 가득한 노래가 객석의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특히 김형석은 “기타맨의 음색은 조금 더 영글면, 성시경 씨 버금가는 음색이 나올 거 같다”고 칭찬을 해 눈길을 끌었다. 또 그는 “호흡이 길고, 기타맨의 장점은 음이 길게 나올 때 마지막 음까지 다 가지고 간다는 거다. 음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는다. 그 자세는 장래가 너무 촉망 보컬을 갖고 있다는 거다”고 말했는데, 그의 말은 기타맨의 정체에 대해 더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결국 전설의 기타맨은 가왕이 되지 못했지만, 첸이 무대에서 보여준 실력은 아이돌 보컬에 대해 갖고 있었던 모든 편견들을 깨 주기 충분했다. 그는 단순히 노래를 잘할 뿐 아니라, 아이돌 가수 역시 자신의 노래를 통해 듣는 이들의 마음을 울리고, 오로지 노래 자체에 집중하도록 만들 능력이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는 선배 가수들에 버금가는 능력이었다. 댄스곡과 화려한 퍼포먼스 속에 가려졌던 엑소 메인 보컬의 놀라운 실력은 ‘노래 실력만을’ 겨루는 이 프로그램에서 제대로 그 가치를 보여줬다.
한편 '복면가왕'은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오로지 목소리 하나로만 노래 대결을 펼치는 경연 프로그램이다. 이날 방송에서는 11대 가왕전이 펼쳐졌다. /eujenej@osen.co.kr
'복면가왕'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