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한 불륜 드라마가 아니다. 쌍둥이 자매와 주변 인물, 얽히고설킨 관계가 서로의 뒤통수를 매섭게 노리고 있다. 음모와 갈등이 도사리는 가운데, 누구 하나 허투루 스쳐지나가는 인물이 없다. SBS 주말드라마 ‘애인 있어요’가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로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애인 있어요’는 쌍둥이 자매가 각기 다른 인생을 살다가, 하나의 사건을 계기로 인생이 바뀌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지난 30일 4회가 방송된 이 드라마는 초반부터 빠르고 흡인력 있는 전개를 보이고 있다.
가난을 벗어나고자 하는 욕구가 컸던 도해강(김현주 분)은 거대 제약회사 회장 아들인 최진언(지진희 분)을 성공의 사다리로 올라탄 상황. 허나 진언은 순수했던 해강이 점점 집안 식구들과 다름 없는 탐욕을 갖게 되자 실망하고 사랑을 잃어버린다. 순수한 사랑으로 무장한 강설리(박한별 분)와 불륜에 빠진다. 여기까지만 보면 세 남녀의 엇갈린 사랑을 다루는 불륜 드라마 같지만 가장 큰 토대는 자극적인 불륜이 아니다.
해강은 제약회사 비리의 중심에 있는데, 이 비리로 인해 목숨을 위협받고 있는 내부 고발자 애인인 독고용기(김현주 분)는 서로의 존재를 모르는 쌍둥이다. 해강과 손을 잡은 민태석(공형진 분)은 악행을 꾸미고, 이로 인해 용기가 위기에 처하면서 두 쌍둥이 자매는 인생이 바뀌게 될 예정. 어느 한 인물의 선택에 따라 또 다른 인물이 갈등에 휘말리고, 그 갈등으로 인해 위기에 빠지는 거미줄 같은 관계가 촘촘하게 그려지고 있다.
허허실실 제약회사 콩고물이나 받아먹는 사람인 줄 알았던 태석이 사실 알고 보면 가장 사악한 인물이라는 점, 해강은 남편이 새로운 사랑을 시작했음을 알고도 성공에 대한 욕망 때문에 매섭게 몰아갈 수도 없다는 점이 현재까지 이 드라마가 다룬 이야기의 핵심이다.
불륜이 극적 장치로 활용되고 있으나, 세 남녀 모두의 행동이 비교적 설득력 있게 그려지고 있는 것도 ‘애인 있어요’가 탄탄한 이야기라고 치켜세워지는 이유다. 물론 진언과 설리의 관계는 주부 시청자들의 공분을 살만한 이야기나, 잘 뜯어보면 일단 두 남녀 모두 상당히 일관성이 있고 개연성 있는 인물로 표현되며 안방극장의 분노를 줄이고 있다.
재밌는 극성이 있으면서도 이야기 전개에 있어서 허술함이 없다보니 이 드라마는 주말드라마에 따라 붙는 ‘막장극’이라는 별명이 붙지 않고 있다. 이는 ‘반짝반짝 빛나는’, ‘스캔들’을 집필한 배유미 작가의 공이 크다. 흥미를 자극하는 이야기꾼이면서도 설득력을 놓치지 않으며, 안방극장을 흡입하고 있다.
물론 SBS 주말드라마 자체가 MBC에 밀려 오랫동안 고전하면서 시청률에서는 큰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지만, 시청률보다 큰 화제성으로 주말드라마 전쟁에서 진짜로 웃는 강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요즘은 시청률보다 화제성이 방송사 주요 수익원인 광고에 영향을 끼친다. 무엇보다도 한 번 보기 시작하면 끊을 수 없는 마약 같은 중독성이 있다는 호평도 '애인 있어요'가 얻은 든든한 지원군이다. / jmpyo@osen.co.kr
'애인 있어요'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