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속 비현실적인 빛나는 광채도 없다. 물론 누가 봐도 미인이나, 늘 인상을 찡그리기 일쑤고 물을 컵 없이 들이마시는 일이 아무렇지도 않은 경찰. 여자이기 전에 엄마이고, 진짜 국민을 위한 경찰이기에 거울을 들여다보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을 연기한다. 바로 배우 김희애다.
김희애는 현재 SBS 월화드라마 ‘미세스캅’에서 아줌마 경찰 최영진을 연기한다. 우아한 배우의 상징이자, 나이를 잊은 미모의 소유자. ‘미세스캅’ 연출자인 유인식 PD조차 뭘 해도 우아한 여자라고 치켜세운 배우가 김희애다. 그가 연기하는 영진은 범인을 잡이 위해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기에 깔끔한 의상과 거리가 멀고, 늘 피곤에 시달리는 인물이다.
그래서 비현실적일 정도로 예쁘지도 않고, 옷 역시 뛰어다니기 편한 옷들이다. 언제나 작품에서 주부 시청자들이 부러워하는 미모와 패션 감각을 보여줬던 김희애의 큰 변신인 셈이다. 후광이 비치는 일이 없지만 그래도 ‘미세스캅’에서 연기하는 영진이 예쁜 것은 김희애가 이 캐릭터에 완벽히 몰입해 작품을 보다보면 그의 외모에 신경을 쓸 일이 없기 때문일 터다.
지난 달 31일 방송된 9회는 언제나처럼 범인을 잡겠다고 뛰어다니는 영진이 고뇌하고 괴로워하는 이야기가 그려졌다. 가출 소녀들만 납치해 죽이는 극악무도한 살인범을 잡아야 하는 영진은 그토록 싫어하지만 진범의 얼굴을 본 강태유(손병호 분)에게 사정을 하며 눈물을 보이는 연기를 했다. 앞서 태유의 멱살까지 잡았던 영진은 자존심까지 내버리며 무릎을 꿇으며 사과했다. 좋은 경찰인 영진의 진면목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는데, 김희애의 감정 연기가 시청자들을 끌어당겼다.
정의 구현을 위해 모든 것을 내던졌지만, 끝내 극악무도한 태유에게 얻어낸 것이 하나도 없는 영진이 분노하는 모습은 안타깝기 그지 없었다. 굳이 예쁜 옷을 입지 않더라도, 굳이 후광이 비치지 않더라도 영진에게 완벽히 빠져들어 시청자들에게 영진의 감정선을 이해시킨 김희애는 그 어떤 배우보다 예뻤다. 우아하지 않은 인물과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던 김희애가 어느새 여자이기 전에 경찰로 완벽하게 변신한 것을 안방극장은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 jmpyo@osen.co.kr
'미세스캅'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