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톡톡]'뷰티 인사이드', 저주 풀 필요가 없는 미녀와 야수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5.09.01 09: 47

'야수가 미녀의 도움을 받아 저주를 풀 필요가 없다면.'
영화 '뷰티인사이드'는 굉장히 심플하다. 제목이 내용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내용 역시 하나의 아이디어로 두 시간 여를 달린다. 곳곳에 포진한 유머(거의 조연을 맡은 배우 이동휘가 구사하는)를 빼고는 톤도 일정하고 서사를 위한 캐릭터의 변화도 크지 않다. 이는 단 한 가지 이유, 굳이 그럴 필요가 없어서이다.
제목이 모든 것을 말하는 영화다. 내면의 아름다움. 영화 자체가 이 제목과 주제와 똑 닮았다. 겉으로 보기에는 말랑말랑하지만 내면(아이디어)의 자신감으로 꽉 차 있어 특별한 잔재주를 부리지 않는다.

자고 일어 난 어느 날 어느 순간부터 마치 누군가의 저주를 받은 것처럼 매일매일 모습이 바뀌는 남자 우진이 있다. 남녀노소, 국적을 가리지 않는 그런 어마무시한 변화 속에서도 그는 악인이 되지 않고 착하고 순수한 마음을 갖고 살아간다. 오히려 그런 고통을 일(예술)로 승화시키는 모습까지 보인다.
철저하게 고립돼 고통스러움에 몸부림치며 매일 자신을 죽여야 할 것 같지만, 남자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타고난 듯 서서히 이런 삶에 잘 적응해나간다. 사랑하는 엄마와 절친도 옆에 두고 있다.
우진이 자연스럽게 사랑을 꿈꾸는 이유다. 남들은 괴물이라고 부를 지 몰라도 그는 매일매일 다른 모습으로 태어나는 자신을 어떤 방식으로든 아끼고 사랑한다. 매일 달라지는 자신의 몸에 잘 맞는 웃을 입혀주고 신발을 신켜주고 손가락에는 소중한 반지를 끼워준다. 
자신을 사랑해야만 남을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다는 오래된 말이 이 판타지 속에 녹아들었다. 우진은 이런 기막힌 비밀 속에서도 과감하게 사랑하는 여자에게 다가가고 그 결실까지 꿈꾸게 된다. 캐릭터에서 '매일 그 모습이 바뀐다'는 설정을 지워버리면 곱디 고운 마음을 지닌 한 남자가 남는데, 이 남자가 만약 '나쁜 남자'였으면 어땠을까, 하는 궁금증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배우 한효주가 분한 여자주인공 이수는 남자들이 꿈꾸는 로망을 그림처럼 표현한 인물이다.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지닌 한효주가 녹아든 이수는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도 따뜻한 눈빛과 말투로 남자의 손을 잡아준다. 위기의 순간에 용기를 내는 인물은 이수다. 그리고 이 범상치 않은 남자와 사랑하며 겪는 아픔을 혼자 묵묵히 감내해나간다. 
고전 '미녀와 야수'에서는 고립된 성 안에서 외롭게 살아가는, 저주를 받은 왕자인 야수가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미녀의 마음이 있어야지만 저주에서 풀려난다. 자신의 모습을 끔히 싫어하던 야수는 미녀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실제로 고전 속 미녀는 그 아름다움과 현명함, 지혜로움 등에서 이수와 많이 닮았다.
그런데  '뷰티 인사이드'에서의 괴물(야수)은 굳이 그런 저주를 풀 필요가 없다. 있는 그대로 사랑하기. 진부한 이 말이 감각적인 21세기 동화로 태어났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굉장히 착하다는 것이다.
CF계에서 유명한 백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지난 달 20일 개봉 후 31일까지 145만 876명(영진위)의 관객을 모았다. / nyc@osen.co.kr
'뷰티인사이드'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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