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망가진 연기거나 발연기거나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5.09.01 09: 36

'미녀 스타 OOO, 제대로 망가졌다.'  발연기 논란에 시달리는 미녀 배우들이 한 번쯤 도전하는 코스 메뉴다. 요즘은 걸그룹의 짧은 수명에 한계를 느끼는 아이돌 스타들이 연기에 입문하면서 자주 들르는 단골집 느낌이다. 연극이나 단막극, 또는 조 단역을 통해 연기 수업 코스를 거치지 않고 단숨에 지상파 TV 미니시리즈 등의 주연으로 데뷔하려니 고육지책일 수밖에. KBS 2TV 월화드라마 '별난 며느리' 다솜이 이런 경우다.
걸그룹 스타들 가운데 단연 정상급 미녀로 소문난 다솜은 이번 드라마 주연 데뷔에서 철.저.하.게 망가졌다. 닭을 쫓다 진흙탕에 빠지고 섹시한 라인을 한껏 드러낸 요가복으로 이리저리 딩구는 그의 몸연기에 팬들은 환호하며 시청자는 반색했다. 하지만 거기 까지다. 겉보기에 요란하지만 실속은 한 마디로 '꽝'이다. 애국가 시청률이 이를 방증한다. 천하제일미녀 다솜이 망가짐을 불사했는데 왜 그럴까?
망가짐은 일순간일뿐 금세 식상하기 때문이다. 비교할 대상이 아니지만 공효진은 연기할 때 늘 온 몸을 서서 시청자와 대화하지 않는다. 표정과 대사로 캐릭터를 표현하고 때로는 눈빛 만으로모든 의미를 전달한다.

'별난 며느리'는 다솜에게 많은 걸 기대는 드라마다. 그가 연기하는 인영은 한물간 아이돌 그룹의 멤버로 돈 없고 인기 없고 가족 없는 암울한 처지(현실은 정반대지만)다. 그럼에도 특유의 밝은 성격으로 사랑스러운 매력을 마구 발산(현실과 똑같다)한다. 자신에게 마지막 기회가 될 종갓집 며느리 체험 예능프로에 도전한 인영의 좌충우돌 코믹액션(?)은 말 그대로 다솜이 연기아닌 자신 그대로를 드러내도 충분할 설정이다. 처음부터 다솜의 연기력에 의존하기 보다 그냥 다솜이 주연인 것을 강조하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일까.
당연히 씨스타와 다솜의 팬들, 그리고 이같은 일본식 로맨틱 코미디를 좋아하는 시청자들은 '별난 며느리'에 환호하고 있다. 딱 거기 까지다. 첫 방송 당시 기세좋게 스타트를 끊으며 월화드라마 왕좌 자리를 노리는 듯 했지만 이후 시청률은 날개없이 추락하고 있다. 특히 방송 4회 만에 애국가 시청률 수준인 4%대의 굴욕을 맛봤다. 
처음엔 신선했던 다솜의 망가진 연기가 계속 반복되면서, 일반 시청자들은 이를 외면하기 시작한 데 따른 현상이다.  '별난 며느리'가 첫 방송 당시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던 건 망가짐을 불사한 다솜의 코믹 연기 덕분이다. 모든 건 과하면 독이 된다. 다솜이 진짜 배우로서의 실력과 내공을 보여할 시점에서 달라지는 게 없으면 채널은 다른 데로 돌아가는 것이다.
지난 달 31일 방송에서도 다솜의 코믹 연기는 만발했다. 차명석과 유치원에서 의도치 않게 첫 뽀뽀를 했을때, 입술을 찌그러뜨리며 희귀한 표정을 선보였다. 처음에는 '우와!'했던 이런 장면이 '별난 며느리' 4회 동안 질릴 정도로 반복된다는 게 문제일 뿐. .
종갓집 며느리 체험중에 후줄근한 몸빼 스타일 옷을 걸쳐 입거나, 매운 고추를 먹고 맵다며 뱉어버리거나, 고두심과 이불을 말리며 휘청거리는 모습 등이 모두 웃음 빵 터질 정도로 코믹하고 재밌었다. 그런데 무슨 문제? 드라마는 개그콘서트가 아니다. 한 번에 빵 웃기고 끝내는 것이 아니고 시청자들이 긴 호흡으로 스토리에 몰입하게 만드는 힘이 필요하다. 그 힘들 가운데 중요한 하나가 바로 주연 배우의 연기력이다.
'별난 며느리' 한 제작진은 앞서 OSEN에 "(다솜이)연기가 아닌 것처럼 하는 게 제일 좋은 연기라고 생각한다. 이전 작품 캐릭터가 본인의 원래 캐릭터하고 갭이 있었다면, 이번 드라마의 캐릭터는 본인을 가장 잘 대변할 수 있는 궁합이다. 다솜도 몸을 사리지 않는다. 걸그룹 멤버로서 시청자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민망한 장면들이 많은데도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그런 면이 시청자 호감을 산 것 같다"고 했다.
맞는 얘기다. 지금은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할 때인 것도 분명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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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국장] 
'별난 며느리' 방송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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