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석 PD와 ‘1박2일’ 시즌1 멤버 강호동 이수근 은지원 이승기가 재회한 ‘新(신)서유기’는 듣도 보도 못한 일명 ‘듣보잡’ 막장 예능이다. 제작진이 ‘신서유기’를 표현하기를 “리얼 막장 모험 활극에 지금까지 들어본 적도 없고 차마 볼 수도 없었던 프로그램”이라고 소개하고 있어서다.
저팔계 강호동, 손오공 이수근, 사오정 은지원, 삼장법사 이승기가 일요일 밤 안방극장을 주름잡았던 ‘1박2일’ 시즌1의 명성을 되살리며 다시 한 번 예능계의 판도를 뒤흔들지 모두의 눈과 귀가 쏠려있다. 방송 전부터 높은 기대를 모은 ‘신서유기’는 제작발표회부터 스케일이 남달랐다. 소문난 잔치답게 1일 오후 서울 여의도동 63빌딩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는 많은 취재진이 몰려 관심을 입증했다.
이날 주인공 ‘슈퍼 형제’(강호동 이수근 은지원 이승기)를 비롯해 이들을 진두지휘한 나영석 PD가 일찍부터 도착해 새로 시작할 예능에 대한 긴장과 설렘을 드러냈다.
연출을 맡은 나영석 PD는 “실험이니까 무조건 웃기게 찍자. 무조건 재미를 주자고 생각했다. 그래서 재미있는 부분들만 골라서 방송에 내자고 생각했다"면서 "우리 방송은 지하철로 출근하는 학생들이나 회사원들이 잠깐 시간을 내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자고 생각했다.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제작 배경을 설명했다.
TV가 아닌 인터넷을 통해 방송을 하는 것에 대해 "저희도 역시 그런 부분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하지만 저희가 내린 결론은 콘텐츠의 플랫폼도 중요하지만, 인터넷으로 보든 TV로 보든 재미있으면 많은 시청자분들이 즐기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보여주자고 계획했다. 쉽게 즐길 수 있게 하자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날 강호동은 취재진들 앞에 온갖 애교를 부리며 에너지 넘치게 등장했다. “(인터넷방송을 하면서)저는 이렇게 해도 되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낯선 경험이 많았다. (1박2일에서도)힘을 꽉 주기보다 그 상황에 집중하고 즐겼을 때 시청자들이 좋아시고 재미있어하셨던 기억이 난다. 시청자들도 호동이처럼 좋은 기운을 받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강호동은 큰 형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여행에서 동생들의 심부름을 도맡으며 미워할 수 없는 애정의 아이콘이 됐다는 게 제작진의 설명이다.
2013년 불법도박 혐의가 불거진 후 2년 여간의 공백기를 갖고 무대에 선 이수근은 "한 때 너무나 잘못된 행동으로 실망을 드렸던 일이 있었다. 저 때문에 훌륭한 제작진과 멤버들이 받지 않아야 할 비난을 받아서 상당히 죄송하고 미안한 마음이 컸다. 이 또한 제가 겪어야 할 일이다. 보답할 길은 예전보다 유쾌하게 열심히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그러면서 “처음 촬영할 때 눈치도 많이 보게 됐지만 그런 것들을 하루 만에 풀고, 예전처럼 갈 수 있게 해주는 바람에 언제 그랬냐는듯이 방송에 몰입할 수 있었고, 그 속에서 웃음을 줄 수 있는 상황이 마련되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든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천재와 바보를 오가는 두 얼굴을 가진 은지원은 “이렇게 많은 제작진이 오시지 않아도 될 싼티나는 프로그램이다”라고 말해 웃음을 주면서 "예전부터 별명은 저는 '은오정'으로 불렸다. 사실 다른 방송에서는 브랜드를 가리기 위해 테이핑을 하는 작업이 마음적으로도 일이구나라는 생각이 드는데 이 방송에서는 그런 과정이 없어서 더 편안한 모습이 나올 것 같다. '은초딩'이라는 별명에 방패가 붙었다. 앞으로 미친X이란 이런 것이라는 것을 보여드리겠다. 남다른 관심을 보내주셔서 감사하다"고 남다른 포부를 전했다.
그는 의외로 신중한 면을 발휘해 실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신서유기’에서 보여줄 모습에 기대를 갖게 만든다.
삼장법사라는 애칭을 가진 이승기는 이날 “1박 2일’ 이후 5년 만에 다시 한 번 멤버들이 뭉친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일단 너무 설렜고 다시 만났을 때 어떤 에너지를 낼 수 있을지, 예전처럼 재미있을지 고민했다”며 “하지만 고민한 게 무색할 정도로 형들과 너무 편안하고 재미있게 촬영을 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과거에는 방송 분량을 생각했었는데 이번에는 아무 생각 없이 형들과 놀다온 기분이다. 하지만 이게 시청자들에게 어떻게 다가갈지 궁금하기도 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여전히 허당스러운 모습으로 형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했다는 후문이다.
앞서 ‘신서유기’의 예고가 두 차례에 걸쳐 공개되며 조회수가 총 240만 건을 돌파한 바 있지만 이날 보여준 영상은 멤버들의 모습을 좀 더 디테일하게 공개했다. 이수근의 말도 안 되는 중국어 개인기로 시작돼 웃음을 안기더니 술에 취해 진솔한 면모도 보여줬다. 이어 중국어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과 게임을 즐기며 여행하는 모습이 담겨 흥미를 끌었다.
지난달 6일 나 PD와 네 사람은 중국 산시성 시안에서 4박 5일 동안 현지에서 촬영을 마쳤다. 당나라의 옛 수도인 서안은 ‘서유기’ 삼장법사가 인도로부터 불경을 들여온 곳. 이를 차용해 ‘신서유기’로 이름을 지었다는 제작진의 설명이다.
‘신서유기’에 기대가 모아진 이유는 리얼 예능의 원년 멤버들이 다시 뭉쳤기 때문. 지난 2007년 8월 5일부터 2012년 2월 26일까지 방송된 ‘1박2일’ 시즌 1은 전국 시청률 25.7%(닐슨코리아 제공)를 기록하며 안방극장에 푸근한 웃음을 안겼다. 최근 기준으로 따지면 예능 프로그램이 30%에 가까운 시청률을 기록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다.
그만큼 ‘1박2일’은 시청자들의 삶에 깊숙이 들어와 일요일 저녁을 책임지는 국민 예능으로 자리잡았다. 강호동이 빠진 마지막 방송에서는 마지막 1분 1초까지 ‘1박2일’스럽게 주어진 시간 내에 미션을 해결하고, 열혈 시청자들을 만나며 5년간의 전국 투어를 아름답게 마무리했다. 멤버들이 보여준 찰떡 같은 케미스트리는 두말할 필요가 없지만 그간 각자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재도약하기를 바라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함께 모였다는 점이 부담으로 다가오는 면도 없지 않다.
과거의 명성을 살려 잘 될 것이라고 장담하기는 어렵지만, 이들이 누구보다 각별한 사이기에 꾸밈없는 ‘진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크다. 또 인터넷 방송이라는 특성상 네티즌들이 보고 싶을 때 마음대로 시청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온 가족이 보는 방송이고 싶다. 제발 웃기고 싶다고 간절하게 외친 나영석 PD의 바람대로 ‘신서유기’가 웃음을 안길지 궁금하다. tvN 예능 ‘신서유기’는 4일 오전 10시 네이버TV캐스트를 통해 1회부터 5회까지 10분 분량으로 첫 방송된다./ purplish@osen.co.kr
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