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정’에서 김재원은 무능력하고 존재감 없는 왕인 인조를 연기하며 전쟁에서 패배하고 청나라 황제에게 항복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김재원은 패배하고 항복하는 연기를 통해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내며 10년이 넘은 배우의 내공을 느낄 수 있었다.
지난 1일 방송된 MBC 월화드라마 ‘화정’에서는 인조(김재원 분)가 청나라와의 전쟁에서 패배하며 삼전도의 굴욕을 당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인조는 청나라와의 전쟁 시작부터 김자점(조민기 분)과 강주선(조성하 분) 등 믿었던 신하들의 배신으로 남한산성에 고립됐다. 인조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소현세자(백성현 분)를 내세워 거짓협상을 하며 총공세를 준비하지만 비가 내리며 수포로 돌아갔다. 결국 청나라 황제가 있는 삼전도로 찾아가 군신의 예의를 맺고 삼배구고두(청나라 황제에게 절을 하며 신하의 예를 갖추는 의식)를 행했다.
김재원은 신하의 힘으로 왕위에 오른 무기력한 왕인 인조역을 맡아 왕으로서 카리스마를 보여주지 못했다. 지난 방송에서도 속수무책으로 청군과 강주선에게 당하며 기절하는 약한 모습으로 실망감을 줬다. 그러나 인조는 반격을 꾀하기도 하고, 포기하지 않는 모습으로 카리스마를 드러냈다. 특히 압도적인 순간은 김재원이 내리는 비를 맞으며 “내가 지은 죄가 많아 하늘도 이 나라를 버렸다”며 대성통곡하는 모습이었다. 최후의 시도가 비로 인해 실패하면서 느낀 절망과 대신들의 배신을 겪으며 쌓였던 울분을 한꺼번에 터뜨리는 연기로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만들었다.
김재원이 곤룡포를 벗고 청나라 황제 앞에서 삼전도의 굴욕을 재연하는 모습도 인상 깊었다. 김재원은 결코 분노하는 기색을 드러내지 않고 머리를 풀고 처연한 표정으로 땅에 머리를 박으며 절을 했다. 이마에서 피가 나도록 머리를 박았지만 결코 어떤 분노나 아픔을 드러내지 않고 계속해서 절을 하는 모습이 보는 이들의 가슴을 끓게 만들었다. 가슴 아프고 굴욕적인 현실을 인정하고 의연하게 수용하며 절대 잊지 않겠다는 각오까지 느껴지는 표정을 보여줬다.
김재원이 중반부터 ‘화정’에 합류하며 능양군 시절 차승원을 무너뜨리고 반정에 성공하는 비열한 모습에서 무고한 피해를 당하는 백성들과 가족을 구하기 위해 삼전도의 굴욕을 감수하는 왕의 모습까지 팔색조 매력을 뽐내며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김재원이 마지막까지 ‘화정’에서 어떤 존재감을 보여줄지 기대를 모은다. /pps2014@osen.co.kr
'화정'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