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를울려’ 김정은 “내려놓으니 모든 게 편안해지더라고요”[인터뷰]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5.09.02 07: 59

아이스라떼를 들고 차분하게 걸어오는 배우 김정은의 얼굴에서 말로 표현하지 못할 여유로움이 느껴졌다. 장편의 드라마를 잘 마치고 난 뒤의 안도감 때문일까. 서글서글하게 웃는 그녀의 얼굴에는 승자의 여유라고 불러도 좋을 무언가가 담겨 있었다. 온화한 미소에 그녀의 부드럽고 밝은 목소리가 더해져 아름다웠다.
김정은은 1일 OSEN과의 인터뷰에서 “40회는 정말 길었다. 줄곧 20부작만 하다가 ‘40부작이면 미니시리즈 두 개네?’라는 생각으로 무작정 덤볐는데 단거리 선수가 장거리 마라톤을 한 기분”이라며 “20부짜리는 클라이막스로 달려가면서 체력적 한계에 부딪히고 ‘여긴 어디? 나는 누구인가?’라는 생각에 촬영하다보면 어느새 끝나기 마련인데, 40부는 더 힘들었던 것 같다.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둘 다 힘들었다”고 드라마를 끝낸 소감을 전했다.
김정은은 지난달 30일 종영한 MBC 주말드라마 ‘여자를 울려’에서 인심 좋은 밥집 아줌마 정덕인 역을 맡아 미혼으로서 모성애가 가득한 캐릭터를 맛깔나게 소화했다. 그는 형사 출신 덕인의 상황에 맞게 수준급 액션 연기를 소화하며 시청자들의 호응을 받았다.

“제가 이렇게 액션을 사랑하는지 몰랐어요.(웃음)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에서 핸드볼 선수를 연기해서 몸 쓰는 것에 흥미가 있었지만, 사실 몸을 혹사시키면서 연기하면 반은 먹고 들어가거든요.(웃음) 이번에 액션 무술 감독님에게 ‘액션에 정말 타고났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저도 소질이 있다고 느꼈죠. 형사출신이 액션을 못하면 말도 안 되잖아요. 아줌마 덕인이 액션을 잘하면 시청자들이 카타르시스를 느끼실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액션을 잘한 게 아닐까 자만이 들기도 했어요.(웃음)”
배우 김정은은 올해로 데뷔 19년차 베테랑 배우다. 그래서 자신이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을 뚜렷하게 알고 있다. “오래 했기 때문에 제 안에 있는 것들을 뻔하게 알고 있어요. 15년 이상 하신 분들은 저처럼 본인이 가지고 있는 게 뭔지 잘 알 거예요. 그래서 모르고 있던 모습을 꺼내주는 감독님을 만나면 감사해요. 이번 액션은 정말 재미있었어요. 만신창이가 됐는데 정말 재미있었죠”라며 “저는 원래 몸치거든요? 그런데 잘한다고 하시니까. 기분이 좋았어요. 다음에도 액션을 또 하고 싶네요. 되게 잘하는 것 같기도 하고”라고 말하며 부끄럽게 웃었다.
 
김정은은 평소 필라테스, 웨이트를 꾸준히하며 체력을 키우는 편이지만 운동을 즐기진 않는다고 했다. “운동을 좋아한다는 여자들이 부러워요. 저는 마지못해 하거든요. 드라마 촬영 핑계대고 요즘 운동을 안했더니 돼지가 됐어요.(웃음) 평소에는 꾸준히 하려고 노력합니다”라고 말했다.
김정은이 형사출신 덕인을 소화하기 위해 액션 스쿨에 다녔다면, 학교 앞에서 학생들을 위한 밥집을 운영하는 장면을 위해 ‘백주구’ 백종원에게 요리를 배우기도 했다.
김정은은 “업소용 요리를 백 대표님한테 배웠어요. (소)유진이 빽을 써서.(웃음) 아이들과 이야기를 할 수 있게 식당에 바를 설치하고, 불쇼를 보여주기 위해 업소용 가스레인지를 제 높이에 맞추어놓았죠. 제가 할 때는 불이 붙지 않아서 힘들었어요. 알고 보니 불쇼는 음식물을 위로 올리는 게 아니라 앞으로 밀어주는 것이더라고요. 잘하기 위해 집에서 쌀을 가지고 연습을 했어죠. 낮에는 액션, 남에는 요리 연습을 하면서 지쳐 쓰러져 잠이 들곤 했어요”라고 연기를 위해 노력했던 과정을 털어놨다.
‘여자를 울려’는 초반 사고로 아들을 잃은 덕인의 아픔을 그리다가 중반에 접어들수록 교사 강진우(송창의 분)와 사랑에 빠지는 로맨스가 강조돼 설렘 지수를 높였다. 김정은은 ‘로맨스의 여왕’답게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는 덕인의 심경을 서글픈 눈물로 표현해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초반에 이야기가 어두워서 저도 너무 힘들었어요. 하지만 액션을 하면서 릴렉스가 됐고, 연하남과의 멜로는 지켜갔기 때문에…(웃음) 밥집 아줌마가 송창의 씨와 말랑말랑한 멜로가 나와서 신나서 열심히 찍었어요. 멜로는 언제나 좋아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혼인 김정은이 아이들에게 점점 연민을 느끼고 교감하는 과정에서 경험해보지 못한 엄마로서의 감정을 표현하기란 쉽지 않았을 터.
 
“극중 아이 엄마라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어요. 제 나이 대에 당연한 것이 아닌가싶었죠. 교무실에서 난리를 치는 장면을 연기를 할 땐 처음으로 정신줄을 놓아본 경험을 했어요. 이렇게까지 해도 되나싶은 걱정이 앞섰거든요. 그런데 감독님이 ‘전국의 엄마들이 너의 뒤에 있다. 아들에 대한 아픔을 어떻게 표현한들 엄마들은 절대 너를 외면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말을 듣고 위로를 받았어요. 창문에 비친 나를 바라보면서 ‘나는 엄마다, 나보다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엄마다’라는 말을 100번 외치고 들어갔어요. 그 이후엔 부끄러울 게 없었죠. 마음이 편안하더라고요.”
김정은과 이야기 나누는 동안 참 따뜻한 사람이라는 게 느껴졌다. 과연 그는 어떤 엄마가 될까. “저는 친구 같은 엄마가 되고 싶어요. 저도 엄마랑 친구처럼 지내고 있고, 저도 그렇게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직 경험해보지는 못했지만 주변 사람들을 보고, 드라마를 통해 여러 가지를 경험해 보았기 때문에 편안하게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 같은 엄마가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드네요”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어느덧 연기자 생활 20년을 바라보는 배우 김정은이 지켜나가고 싶은 마음은 ‘무소유’였다. 많은 것에 욕심을 부리지 않고 늘 배우는 자세로 연기하고 싶다는 꿈을 밝혔다.
김정은은 “저는 정말 버릴 것 밖에 없어요. 정말 이 연배가 되다보니까.(웃음) 촬영장에서도 내 것만 고집하면 썩어버릴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어요. 다 열어놓고 내려놓은 마음으로 임하는 게 최고인 것 같아요. 20년 전 드라마를 마칠 때와 기분이 너무 달랐어요. 그때는 저 밖에 몰랐거든요. 물론 스태프에게 감사드렸지만, 당시엔 ‘이게 싫고 저게 싫고’ 불평을 했었죠. 이제는 촬영장을 지키는 산(山)이 되자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웃음)서로 보듬어주는 게 많이 필요한 것 같아요”라고 심경을 전했다.
“제가 편안해보이죠? 엄마 역할을 하면서 내려놓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해요. 어떤 사람들은 제게 ‘미니시리즈하다가 주말극으로 간 게 힘들지 않아?’라고 묻기도 하더라고요. 하지만 미니든 주말이든 내 얘기를 하는 게 중요하지 몇 부작이냐 하는 것은 정말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저에 대한 기대치를 끝까지 끌어가는 게 숙제예요. 내려놓으니 모든 게 편해진 느낌인 걸요.(웃음)”/ purplis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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