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갑수와 손병호가 '연기력' 대결만으로 화면을 압도했다.
지난 1일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미세스캅'(극본 황주하, 연출 유인식 안길호) 10회에서는 박동일(김갑수 분)이 은밀하게 강태유(손병호 분) 회장을 납치하는 모습이 긴박감 있게 그려졌다. 감옥에서 나와 강태유 주변을 맴돌던 박동일이, 드디어 20년 동안 계획했던 일을 실행에 옮긴 것.
청소부로 위장해 강태유의 회사에 잠입했던 박동일은 한약재를 수면제로 교체해 그를 잠들게 했고, 그를 휴지통에 담은 채 빼돌려 납치에 성공했다. 그리고 드디어 깨어난 강태유와 20년만에 마주했다. 자신의 딸의 목숨을 담보로 자신에게 살인죄를 대신 뒤집어 씌어 감방살이를 시켰던 '악의 축' 강태유에게 "네 놈 혀를 뽑아버리는 것만 상상했다"는 말로 터질틋한 분노를 확실하게 드러내면서.
박동일과 강태유 회장의 기나긴 악연은 두 명품 배우의 연기로 확실하게 안방극장 시청자에게도 전달됐다.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극한 상황에도 여전히 뻔뻔함을 잃지 않은채 시청자까지 '빡치게' 만드는 강태유와, 딸을 잃고 살인 누명까지 쓰고 무려 20년을 배신감에 치를 떨며 감옥에서 살았던 분노에 가득찬 박동일.
이 두 역할은 과연 손병호와 김갑수라는 명품배우가 아니었더라면 이렇게까지 훌륭하게 표현됐을까 싶을 만큼, 짧은 시간 안에 확실한 연기를 펼쳐줬다. 덕분에 두 사람이 대치한 장면들은 시청자의 몰입과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리기에 충분했다. 칼부림에 총질까지 오가며, 격렬한 액션까지 고스란히 소화한 두 사람의 연기합은 그야말로 이날 '미세스캅'의 최고의 명장면이었다.
이번만큼은 매번 완벽한 촉을 드러내거나, 현장을 맘껏 뒹굴며 전체 드라마의 분위기를 좌지우지했던 최영진(김희애 분)마저도 그 존재감이 줄어들수 밖에 없었던 회차였다. '연기란 이런 것'이라는 교본을 몸소 보여준 김갑수와 손병호의 열연에 '미세스캅'은 잠시 주춤했던 극 전개의 탄력을 확실하게 받아든 듯한 분위기다.
한편, 총에 맞은 깁갑수는 드라마 속 '죽는(혹은 죽을듯한) 연기'의 달인임을 또 한 번 증명했다. / gato@osen.co.kr
'미세스캅'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