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범석의 사이드미러] 엄정화 송승헌 주연 ‘미쓰 와이프’(강효진 감독)가 예사롭지 않은 뒷심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13일 개봉해 주말을 세 번 넘긴 이 영화는 8월 31일까지 전국 86만 명을 동원했다.
쌍천만 대작 ‘베테랑’ ‘암살’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이지만 ‘미션 임파서블5’ ‘미니언즈’ ‘판타스틱4’ 같은 헤비급 외화들을 모두 따돌리고 박스오피스 5위를 지키고 있어 주목된다.
이와 관련해 한 극장 매니저는 “치열한 여름 시장에 겁 없이 들어와 30만도 못 채우고 종영될 줄 알았는데 어느새 100만 고지를 넘보고 있어 놀랍다”고 말했다. 엄정화 송승헌도 낙담하지 않고 100만 돌파를 위해 4주차 주말 무대 인사를 계획하고 있다.
‘미쓰 와이프’의 이 같은 뒷심은 대기업 멀티플렉스의 온관 상영 없이 이룬 스코어란 점에서 눈길이 간다. 온관이란 한 상영관에서 하루 동안 같은 영화를 트는 걸 가리키는 업계 은어다.
눈썰미 좋은 관객들은 알겠지만 멀티플렉스들은 전산망을 통해 예매, 현매 상황을 수시로 파악하며 하루에도 수십 번씩 상영관과 상영작을 다르게 배정한다. 가령 ‘베테랑’을 500석짜리 대형관에 배치했다가 퇴근 후 손님이 더 몰리면 작은 관의 영화를 빼고 ‘베테랑’을 추가 상영하는 식이다. 영사 기사가 있던 시절엔 프린트가 확보돼야 가능했지만 영화를 파일로 주고받는 요즘은 키보드 자판 조작 몇 번으로 이런 작업이 가능해졌다.
메가박스 플러스엠이 투자한 ‘미쓰 와이프’는 그나마 메가박스라는 믿는 구석이 있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하지만 시장 점유율이 70%가 넘는 CGV, 롯데시네마에선 개봉 후 한 번도 온관으로 상영되지 못해 고전이 예상됐다. 많은 극장 프로그래머들이 당장 돈 되는 ‘베테랑’ ‘암살’을 틀기 바빴기 때문이다.
한 영화 관계자는 1일 “올 여름 영화 시장의 최종 승자는 CGV와 롯데시네마라는 말이 나올 만큼 호황이었다”면서 “두 회사 모두 상반기 적자를 모두 반전시키고 남을 만큼 높은 매출과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반면 이 과정에서 작은 영화들은 썰물에 떠밀리듯 모두 조기 종영돼 쓴맛을 봐야 했다”고 말했다.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미쓰 와이프’ 같은 작은 영화들이 멀티플렉스에서 온관 상영이 보장됐더라면 관객의 선택권도 보장되고 한국 영화가 보다 다양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됐을 텐데 그렇지 못했다는 아쉬움이었다.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박규영 프로듀서 겸 제작자는 “작은 영화의 경우 퐁당퐁당(교차상영)을 당하는 건 양반 격”이라며 “개훔방 사태도 있었지만 조조와 심야에 하루 두 번 영화를 걸어주고 생색내는 경우도 흔하다. 법이나 제도로 강제하지 않는 이상 현실적인 처방이 없는 게 더 문제”라고 꼬집었다. 시장의 기능에 맡기기엔 첨예한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어 사실상 해법이 없다는 얘기다.
메가박스 플러스엠 이정세 팀장은 “이럴수록 경쟁력 있는 기획과 시나리오가 정답”이라며 “CJ 쇼박스에 밀리지 않기 위해 저희는 함께 작업한 제작사의 차기작 준비 비용을 일종의 캐시백 형태로 돌려주며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bskim0129@gmail.com
미쓰와이프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