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를 잡고 날던 톰 아저씨도 떨어트렸다. 올 여름 개봉한 한국 영화 ‘암살’과 ‘베테랑’은 낡은 총과 맨주먹으로 덩치 큰 블록버스터 영화와의 싸움에서 당당히 승리했다. 날씨보다 뜨거운 여름, 치열한 스크린 전쟁에서 한국 영화 두 편이 나란히 누적관객수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는 것이 고무적이다. 이는 한국 영화가 거대 자본에 밀려 주춤하던 시기에 터진 기록. ‘쌍천만’이라는 11년 만의 진귀한 기록이 낯설면서도 반가운 이유다.
성공에는 이유가 있는 법. 블록버스터도 암살할 수 있었던 힘의 원천은 베테랑들의 경험과 노련함에서 나왔다. 메가폰을 잡은 감독부터 이들의 의도를 스크린 위에 멋지게 그려놓은 배우들까지 어느 하나 빠짐없이 훌륭했고, 이 같은 호흡이 기가 막힌 시너지를 냈다는 평이다.
영화 ‘암살’의 최동훈 감독은 충무로에서 18년을 활동하며 ‘범죄의 재구성’(2004), ‘타짜’(2006), ‘전우치’(2009) 등 굵직한 작품을 만들어낸 베테랑 감독이다. 2012년에는 ‘도둑들’로 천만 관객을 동원했고 차기작인 이번 영화 ‘암살’ 또한 이에 못지않은 기록을 달성하며 2연속 천만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감이 무르익을 대로 무르익은 상황.
그의 손을 잡은 배우들도 쟁쟁했다. 등장만으로 스크린을 압도하는 존재감을 가진 배우들 전지현, 이정재, 하정우다. 이미 수많은 작품들로 연기력과 독보적인 매력으로 인정받으며 무서운 티켓파워를 자랑하는 이들이. 특히 전지현과 이정재는 앞서 ‘도둑들’을 통해 최동훈 감독과 좋은 시너지를 보여준 바다.
영화 ‘베테랑’의 류승완 감독과 황정민의 호흡도 꽤나 인상적이다. 류승완이 스케치하고 황정민이 색칠한 그림은 ‘작품’으로 탄생한다. 이는 영화 ‘부당거래’(2010)로 한차례 입증됐다. 약 20년의 세월, 메가폰을 놓지 않은 류승완 감독. 그리고 2001년부터 매년 한두 편 이상의 영화에 꼬박꼬박 출연하며 꾸준히 달려온 황정민이다. 두 사람의 짠내 나는 경험과 노하우가 만들어내는 호흡은 기대 이상일 수밖에 없다.
두 작품에는 실력파 감독과 배우들이 참여했다는 것 말고도 공통점이 있다. 국민들의 공감과 공분을 샀기 때문이라는 것.
‘암살’은 1933년 상하이와 경성을 배경으로 친일파 암살작전을 둘러싼 독립군들과 임시정부대원, 그들을 쫓는 청부살인업자까지 이들의 엇갈린 선택과 예측할 수 없는 운명을 그린 작품. 마침 광복 70주년을 맞아 개봉한 이 작품은 친일파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 그리고 그런 친일파 암살 작전에 나선 독립군들의 모습 등을 통해 대중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안하무인 유아독존 재벌 3세를 쫓는 광역수사대의 이야기를 다룬 '베테랑'은 현재 흔히 접할 수 있는 재벌과 관련된 이슈로 관객들에게 통쾌함을 선사한 바다.
지난 1일까지의 누적관객수는 ‘암살’이 1228만명, ‘베테랑’이 1107만명이다. ‘암살’이 개봉 7주차 흥행 끝물을 타고 있는 상황이고, ‘베테랑’은 아직까지도 평일 10만 관객 이상을 동원하고 있어 두 영화의 경쟁에 많은 이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어떤 작품이 더 많은 관객을 끌어들일지 최종 스코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 이 두 영화가 한국 영화 시장에 힘을 불어넣었다는 것에 더욱 주목해볼 때다./joonamana@osen.co.kr
'암살', '베테랑'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