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착한 여자와 악한 여자의 멈출 수 없는 싸움, 즉 선과 악의 대결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왔다 장보리’를 만든 제작진이 다시 한 번 만나 새로운 악녀의 탄생에 기대가 모아지지만 ‘내 딸 금사월’은 집을 짓는 과정을 통해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회복을 강조한다. 더불어 모녀(母女)의 사랑을 통해 현대인들에게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 줄 전망이다.
2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 골든마우스홀에서 새 주말드라마 ‘내 딸 금사월’ 제작발표회가 진행됐다.
'내 딸 금사월'은 인간의 보금자리인 ‘집’에 대한 드라마로, 주인공 금사월이 복수와 증오로 완전히 해체된 가정 위에 새롭게 꿈의 집을 짓는 이른바 드라마판 ‘건축학개론’.
특히 지난해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던 드라마 '왔다! 장보리'의 김순옥 작가의 신작으로 올 하반기 방송가의 화제작으로 손꼽히고 있다. 김 작가와 백호민 PD가 1년 만에 재회해 방송계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이다.
‘내 딸 금사월’은 꿈을 잃어버린 밑바닥 청춘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파란만장 인생 역전 드라마이자, 엄마와 딸의 아름다운 집짓기를 통해 가정의 복원을 소망하는 따뜻한 드라마가 되겠다는 제작진의 설명이다. 물론 같은 점은 있다. 장보리의 아버지 수봉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던 배우 안내상이 이번 작품에도 김순옥 작가와의 인연을 이어간다.
연출을 맡은 백호민 PD는 이날 “‘왔다 장보리’에서 연민정이 욕망이 강한 캐릭터였다면, ‘내 딸 금사월’의 혜상은 내숭덩어리다. 좀 더 현대적이다”라며 “보리는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 굉장히 구수한 서민적 캐릭터였다. 반면 사월은 현대적이고 여성적이다. 현 시대를 사는 여성들의 모습을 대변한다. 이로 인해 유사한 점은 절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거듭 이야기하자면 보리라는 이름에서 오는 구수한 면이 있지만, 사월이는 그녀와는 완전히 다르다. 드라마를 보시면 전혀 연상이 안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과거의 명성을 재현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에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이날 공개된 하이라이트 영상에는 손창민과 박상원이 사업적으로, 사랑하는 연인을 두고 갈등하는 모습과 시간이 흘러 그들의 2세인 백진희 윤현민 박세영 도상우가 산뜻하고 싱그럽게 등장해 호기심을 높였다.
주연 금사월을 연기할 백진희는 “제가 연기할 사월이는 태어날 때부터 기구한 운명이지만 운명에 굴하지 않고 열심히 살아가는 인물이다. '금사월'은 가족의 의미를 강조하는 드라마다”라고 소개했다.
이어 지난해 ‘왔다 장보리’에서 여주인공 장보리보다 악녀 연민정이 주목받은 것에 대해서는 "그래도 장보리가 없어진 것은 아니지 않냐"면서 "저는 이번에 엄마와 딸의 사랑을 부각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월의 남자친구가 될 강찬빈 역의 윤현민은 “이 드라마에 나오시는 선배님들이 대단하다. 한마디로 명예의 전당이다"라며 "과거에 얽힌 사건과 달리, 그들의 2세가 태어나서 만들어갈 스토리가 신선할 것 같다. 제가 밸런스를 잘 맞춰나갈 생각이다. 설레고 재밌는 장면을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백진희 박세영 도상우와 함께 하게 돼 설렌다“고 소감을 전했다.
금사월의 생모 역을 맡은 전인화는 “저도 가정을 이루고 살지만, 가정 안에서 가족들에게 상처를 받고, 한편으로는 위로도 받게 된다. 우리 드라마는 집이라는 모토를 두고 사람 사이의 갈등, 뒤틀어진 관계 속에서 회복하는 과정을 그릴 것이다. 후반부에는 모든 사람들이 꿈과 희망을 회복하자는 메시지를 담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신과 모녀로 호흡할 백진희에 대해 “보시다시피 백진희가 너무 예쁘고 사랑스럽다. 포스터 촬영을 하면서 정말 친딸처럼 마음이 편하게 여겨졌다. 엄마와 딸로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악녀를 맡은 박세영은 이번 드라마를 통해 '제2의 연민정'이 되는 게 아니냐는 관심을 받고 있다. 그는 이날 “작년에 방송된 ‘왔다 장보리’에서 악녀 연민정이 주목받았지만, 저는 저만의 혜상이를 보여주겠다”면서 “제가 연기할 혜상이는 어릴 때 부모님과 헤어졌다가 자라면서 그들이 부자라는 희망으로 살아가는 슬픈 친구다. 재회하려는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살아간다. 사월이의 둘도 없는 친구였지만 일생일대 라이벌로 선다”고 예고했다. 박세영은 금사월(백진희 분)의 단짝친구이자 일생일대의 라이벌 오혜상 역을 맡았다.
'왔다 장보리'에서 연민정을 맡은 이유리가 장보리 역의 오연서보다 높은 관심을 받으며 지난해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이로 인해 '금사월'에서도 이같은 현상이 벌어지진 않을까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은 것이다. 이에 백진희는 "이번 드라마는 사월이가 엄마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겪는 갈등이 큰 축이 될 듯하다. 그런 것을(관심을 받고 못받고를)염두하기보다 감정의 폭이 클 것 같아 그 부분을 고민하고 있다. 또 엄마와의 케미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드라마는 두 여자의 인생 스토리를 따라간다. 상대에 대한 복수와 이기심 때문에 옳지 않은 방법으로 책임지지 못할 자식을 낳았지만, 결국 자신이 저지른 죄는 반드시 자신의 손으로 씻어야한다는 걸을 진지하게 되짚어볼 계획이다. 용서의 과정에 집 짓기가 중요한 소재로 등장하는데, 집을 짓는다는 것은 가정에 대한 그리움과 회복을 의미한다. 가족을 잊고 사는 현대인들에게 소중함을 일깨워 줄 전망이다.
백 PD는 바라는 시청률에 대해 “딱히 정해놓은 시청률은 없지만 많은 사람들이 희망을 갖고 저희 드라마를 봐주셨으면 좋겠다”며 “저는 지금 좋은 배우들과 행복하게 일을 하고 있다. 이미 행복을 느끼고 있다. 시청률까지 잘 나온다면 더 행복할 것 같다”고 부끄럽게 웃으며 말했다. 앞서 '왔다 장보리'는 마지막 회에서 35%(닐슨코리아 제공)의 전국 시청률을 기록한 바 있다.
이날 제작발표회에는 백호민 PD와 김순옥 작가, 배우 전인화, 백진희, 박상원, 손창민, 도지원, 김희정, 윤현민, 박세영, 도상우 등이 참석했다. ‘내 딸 금사월’은 오는 5일 오후 10시 ‘여왕의 꽃’ 후속으로 첫 방송된다./ purplish@osen.co.kr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